저자와 상관없이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책이 있고 그 저자이기에 읽고 싶은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다. 30년 넘게 저자의 지근거리에서 사역하면서 참 탁월한 역량을 가진 분이라고 늘 감탄해 왔다. 많은 경우 역량이 좋으면 좋은 성품을 동시에 갖기 어려운데 저자는 늘 같이 있고 싶은 분이다. 은퇴 후에 더 바쁜 이유가 그래서인 것 같다. 더러 역량과 성품을 함께 갖춘 분들이 있지만 저자의 변별력은 사실 방향에 있다고 생각한다. 선교의 방향, 상수를 향한 지속적인 성찰, 진정한 의미의 반추하는 실천가. 그 역량과 성품과 방향이 통합되어 맺은 하나의 열매가 바로 이 책이다. 오래 뒤를 따른 후배로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오랜 성찰로 얻은 특별한 깨달음을 기록으로 남겨 주지 않는다는 아쉬움이었다. 그런데 마침내 책이 나왔다. 이것이 시작이길 간절히 바란다. ‘어떻게’에 방점을 두고 달려온 한국 선교와 세계 선교가 ‘선교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직면해 있는 지금, 이 책이 선교의 동역자들에게 또 하나의 답이 아니라 성찰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내가 읽은 복음과 선교에 관한 숱한 책들이 이 한 권 안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복음과 선교의 정수만을 농축해 놓은 것 같고, 각 문장에 각주를 달면 몇 권의 책이 될 만큼 알찬 진술들로 가득하여 흡사 압축 파일과 같다. 이 안에는 성경번역 선교사로서 수십 년 동안 현장에서 몸소 체득한 지혜가 담겨 있고, 선교사들의 선교사로서 그간의 선교에 대한 정직한 자기반성이 들어 있다. 군더더기 없는 문장, 에두르지 않는 직설, 균형 잡힌 태도, 통렬한 자기비판, 우아한 유머, 예리한 인식, 성경적으로 탄탄한 논지 등 내가 아는 저자와 너무도 닮은 책이다.
노련한 은퇴 선교사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는 못 이룬 성공적(?) 선교를 위한 지침서를 써야 어울릴 것 같은데, 하나님의 선교냐 네 선교냐, 개종이 아니라 회심의 사람이 되게 하는 선교를 하고 있느냐고 물음으로써 선교사들의 간담을 서늘케 한다. 선교지로 ‘가려고’ 하기 전에 예수를 ‘따르는’ 제자인지를 살피라는 말로 선교사 지망생들의 발목을 잡는다. 선교에 꽤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교회에게마저 선교하는 일보다 선교적 존재가 되는 것이 우선한다는 말로 불편함을 준다. 복음은 하나님의 사랑의 소식이며, 그 하나님의 사랑을 피조물이 감지하고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번역 방식이 그리스도이며, 따라서 선교는 성경만이 아니라 성경이 계시하는 그리스도를 삶으로 번역하는 일이라고 말함으로써 성육신적 선교를 진정성(authenticity)과 가시성(visibility)을 요청하는 포스트모던 시대의 선교적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한 권의 책으로 하나님 나라와 하나님의 선교를 모두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이미 이 원고를 가지고 소그룹을 수차례 인도한 나의 경험이 증명한다. 나는 이 책의 증인으로 살았고, 또 앞으로도 가장 열렬한 증인 가운데 하나가 될 준비가 되어 있다.
- 박대영 (광주소명교회 책임목사)
개론은 대가에게 배우는 것이 맞다. 하나님의 선교에 대한 갖가지 논의들이 활발하게 소개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인에 의한 개론적인 안내는 아쉬웠다. 이 책은 성경의 큰 흐름에서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는 거시적 안목과 미시적 세밀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성경번역에 평생을 바치며,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한 문화에서 다른 문화로 뜻을 옮기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얻은 섬세함이리라! 텍스트의 엄밀성에 천착하면서도, 다른 해석에 열려 있는 신중함이 돋보인다. 논쟁적인 주제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면서도, 겸손하고 진중한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놀랍다.
우리가 맞이하는 후기 세속화 시대는 종교와 전통적 가치가 일방적으로 외면되는 시기는 아니다. ‘진정성’이 요구되는 시기다. 신박한 프로그램으로, 혹은 좋은 일을 많이 한다는 이미지 전략으로 교회가 뭔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유혹에 저항하고 싶은 이들, 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구체적인 선교의 과제에 대해 무엇을 말하든, 두고두고 다시 꺼내어 곱씹어 볼 만한 책이다.
-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담임목사, 『우리가 몰랐던 1세기 교회』 저자 )
평소 저자의 행동과 어떤 선택들에 대한 자연스런 관찰을 통해 들려온 메시지는 ‘섣부르게 판단하거나 주제넘게 굴지 말고 성경이 뭘 말하는지 제대로 귀 기울이자’는 거였다. 그가 성경에서 발견하고 있는 가르침들 중 나에게 와닿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님의 주권에 함부로 숟가락 얹지 말자, 하나님의 통치에서 교묘하게 비켜서서 종교적 야망으로 스스로 일구려는 패거리 집단을 지극히 경계하자, 의심과 두려움에서 촉발하는 간교한 야망을 분별하고 온 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목양에 조심히 참여하자, 사람을 완고한 종교적 편견으로 굴레 씌우지 말고 그 사람 본연의 모습으로 하나님의 사랑과 공의의 다스리심 앞에 서게 하자, 그리스도를 향할수록 세상살이에 자연스러운 동시에 저항적인 길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는 걸 기억하자’ 등이었다.
평소 저자의 삶을 통해 알려진 이런 메시지들이 이 책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 익숙했고 반가웠고 고마웠다. 저자를 통하여 사람과 교회와 선교와 세상과 하나님 사이의 통전적이고 통섭적인 많은 이야기를 듣는 동안 뜻깊은 통찰들을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선교의 본질을 담은 시선에 목마른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외쳐 추천하고 싶다. 얼마 전 한 선교사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열흘째 가슴 한쪽을 채운다. “우리가 사랑이 없지 전략이 없는가?” 만물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되는 ‘하나님의 사랑’ 안에 이미 타자성과 확장성이 있어 사랑이 되고, 그 유일한 사랑에 담긴 타자성과 확장성이 자연스럽게 ‘선교’라는 제한적인 용어로 우리에게 왔다. 이제 십자가의 사랑으로 사랑을 얻고, 십자가의 신뢰로 신뢰를 얻으시는 하나님께서 영원히 옳으시다는 그 진실 곧 하나님의 영광에, 이 책을 여러 번 읽고 또 읽으면서 더 조심스럽게 담대히 뛰어들고 싶다.
- 정갑신 (예수향남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