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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14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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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8쪽 | 475g | 130*210*30mm |
ISBN13 | 9788993928709 |
ISBN10 | 89939287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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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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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헝클어진 머리를 바로 묶고 공복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다. 커피 향기로 하루를 시작한 지 오래다 보니 낯선 곳이나 타인의 집에 묵게 될 때면 아침에 커피 향기를 맡지 못하는 게 속상할 때가 있다.
원두의 향기와 분쇄된 원두에서 뿜어나오는 향기, 끓는 물과 닿아 만들어지는 커피의 향기는 각각 다르다. 커피가 되어갈수록 향기는 옅어진다. 코에서 입으로 옮겨간다.
용윤선 작가의 '울기 좋은 방'을 읽는 내내 커피가 무지 땡겼다. 하루에 네다섯잔을 마실 때도 있었다. 한두잔이면 족했던 내가 네다섯잔을 마셨으니, 커피를 과다 음용하게 만드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는 일흔 여섯가지의 커피와 일흔 여섯가지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누구나 겪어봤음직한 시간들, 깊숙한 곳에서 기억 밖으로 꺼내고 싶지 않았던 순간들, 나 말고 타인은 절대 공감할 수 없을 이야기들이 진한 커피와 함께 커피잔을 한가득 채우고 있다. 생각해보면 커피를 마시던 그 순간은 참 여러 색깔의 감정과 표정을 담고 있다. 복잡한 생각을 비워내고 싶을 때 혼자 카페에 가 커피를 마셨고 혼자라는 기분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친구들을 불러내 시원한 아메리카노를 벌컥 벌컥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사랑할 때, 이별할 때의 순간에도 내 앞엔 커피가 놓여 있었고 웅크리고 앉아 무릎 사이에 고개를 쳐 박고 눈물을 흘릴 때도 커피를 떠올렸다.
그래서 '울기 좋은 방'을 읽는 동안 예전, 떠오르고 싶지 않았던 시간과 현재를 오가기도 했다. 커피 한 잔을 입 안에 머금고 잠갔던 눈물샘을 열어 시원하게 울고 싶기도 했다.
커피잔에 가득 담긴 커피는 가끔 자국을 남긴다. 내뱉고 싶지 않은 말들이 마음 속 공간에 꽉 차서 자신도 모르게 불쑥 튀어나오는 것처럼, 커피 한방울, 한방울이 슬금슬금 잔 밖의 세상을 기웃거리다가 제 자리에 자국을 그린다. 혼자이고 싶었던 적이 있었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자신만의 커피 자국을 어딘가에 남겨놓고 싶을 것이다. 나만 아는,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곳에.
잘 지내세요...라는 말. 명령 같기도 하고 당부 같기도 하고, 지구 건너편 얼룩 기린에게 보내는 아득한 안부 같은. 또 봐요... 란 말 같기도 하고 보고 싶지만 참겠다는 말 같기도 하고 부디 잘 살라는 말 같기도 하다. 그냥 우리 언제 또 볼까요...라고 하면 하늘과 땅이 뒤바뀌기라도 하나. 바뀌면 또 어떠한가?
잘 지내세요...라는 말, 나는 아프다.
-p77
커피는 혼자만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이는, 소통의 매개체이기도 하다는 것을 용윤선 작가는 말한다. 위로하는 말 한마디보다 그 순간에 어울리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는 게 나와 타인을 위한 따뜻함이 된다.
맛있고 새로운 것을 함께 나눠먹는 일은 몸의 온도를 조금 높이는 일이다.
-p329
눈물도 흘릴 여유조차 없이 빡빡하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내 눈물을 담아내줄 커피잔 하나 갖는 건 쉬운 것 같으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용윤선 작가의 '울기 좋은 방'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커피잔을 대신해줄 수 있을 거라 말하고 싶다. 커피 한 잔이 내 몸의 온도를, 감정의 온도를, 하루의 온도를 조금 높여주기를 나는 오늘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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