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y, Dear / Emil Svanangen
한상철
Loney, Dear / Emil Svanangen
로니 디어(Loney, Dear)는 스웨덴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다양한 악기를 손수 연주하는 에밀 스반앵젠(Emil Svanangen)의 프로젝트 이름이다. 1979년 3월 26일 스웨덴에서 태어난 에밀은 어린시절에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와 아하(A-ha), 그리고 U2의 [Joshua Tree]를 주로 즐겨 들었다고 한다. 8살 무렵 클라리넷으로 음악을 시작했고 8비트 음악 프로그램을 익히면서 디지털 레코딩을 독학해 나갔다.
에밀은 여러 포크 아티스트들과 마찬가지로 DIY 뮤지션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를 책꽂이에 고정시켜 균형을 맞추었으며 여러 사람들의 조언으로 드럼과 각종 악기들을 자신의 방에 세팅했다. MD 마이크와 가정용 컴퓨터를 통해 앨범을 제작했고 자신이 직접 구워서 웹사이트와 라이브 공연장에서 판매했다. 이것은 입소문에 힘입어 점점 유명해 졌으며 그는 2년 안에 석장의 앨범을 더 제작하여 판매했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네 장의 앨범을 스웨덴에서 스스로 제작/배포했는데 2003년 작 [The Year of River Fontana]를 시작으로 1년에 한 장 꼴로 앨범을 발표하면서 로컬씬에서 꾸준한 활동을 보인다. 2005년도 자국에서 발표한 [Loney, Noir] 앨범이 2007년 2월, 서브팝(Sub Pop)을 통해 영/미권에 재발매 되면서 전세계의 팝팬들에게 인지도를 얻게되며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본 작 [Sologne] 역시 같은 해 12월 4일에 레벨 그룹(Rebel Group)이라는 레이블을 통해 미국에 발매됐다. 2007년 4월에는 오브 몬트리얼(Of Montreal), 스릴자키 출신의 씨 앤 케이크(The Sea And Cake), 그리고 서브팝 출신의 로우(Low)와 함께 북미 투어를 다니게 된다. [Loney, Noir]는 올 뮤직 가이드(All Music Guide)와 페이스트 메거진(Paste Magazine)의 에디터들이 꼽은 ‘2007년도 올해의 앨범’으로 등극하기도 했으며 애니메이션으로 이루어진 [I Am John]의 기이한 뮤직비디오는 한국의 블로그에서도 종종 볼 수 있었다.
Sologne
사랑스러운 재능으로 가득한 본 작 [Sologne]은 로니 디어가 이전과는 차별된 다음단계를 보여주기 시작한 앨범이라 말할 수 있다. 앨범의 녹음은 2004년 11월 1일에 시작해서 12월 22일 경에 끝났다. 로니 디어 자신이 직접 프레싱했던 한정 수량의 본 작은 미국에서 화제가 된 이후 경매사이트에 오르내리기도 했는데, 결국 재발매 되면서 여러 사람들이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됐다. 본 앨범 이후 서브팝과 계약하게 됐으며 또한 유럽 투어와 미국투어가 이루어 졌는데 영/미의 프레스의 집중 포화를 받게 되기도 한다.
로니 디어가 라이브 퍼포먼스를 할 때는 네 명의 세션멤버가 함께 한다. 사무엘 스트랙 (Samuel Starck : keyboards), 말린 스탈버그(Malin Stahlberg : tambourine, vocals), 올라 훌트그렌(Ola Hultgren : drums), 그리고 데이빗 린드발(David Lindvall : bass)이 도움을 주고 있는데 본 작은 이런 세션들이 확실하게 정착이 된 이후 만들어진 첫번째 앨범으로 알려졌다.
앨범의 타이틀인 'Sologne'은 프랑스 북부 중앙에 위치한 지역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직선적인 멜로디가 주를 이루고 있는데 라디오헤드(Radiohead)라던가 시거 로스(Sigur Ros)를 연상시키는 보컬은 단촐한 구성임에도 불구하고 풍요로운 느낌을 고스란히 안겨준다. 실제로 어느 외지의 평에 의하면 좀더 따뜻한 멜로디와 친절함을 가진 버전의 [Kid A] 앨범이라고 칭한바 있기도 한데 구슬픈 휘파람 소리와 차밍한 실로폰 연주, 그리고 세심한 재능은 음악 애호가들의 마음 한 켠에 자리잡게 된다. 올드팝 팬이라면 몇몇 부분에서 버즈(The Byrds)라던가 비치 보이즈(The Beach Boys)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과 뉴트럴 밀크 호텔(Neutral Milk Hotel)을 연상시키는 첫 곡 [I Fought The Battle Of Trinidad & Tobago]을 시작으로 앨범의 막이 오른다, 개인적으로는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군악대의 마칭을 연상시키는 스네어 소리가 긴장감을 조성하는 품위있는 발라드 트랙 [Where Are You Go Go Going To], CSS의 리믹스 버전으로도 잘 알려진, 떼창 부분이 애니멀 컬렉티브(Animal Collective)를 연상시키는 흥겨운 곡 [The City, The Airport], 여러 웹진에서 회자됐듯 라디오헤드와 흡사한 보컬과 전개를 가지고 있는 [Le Fever], 마치 [Where Are You Go Go Going To]의 연장선에 놓인듯한 분위기를 가진 아름다운 노래 [A Band], 우울한 연 주곡 [Grekerna], 후반부의 혼란스러운 부분이 인상적인 [I Lose It All], 그리고 희미한 감성을 가진 포크튠 [Won't You Do]을 끝으로 이 아름다운 앨범은 마무리된다.
Dreamer, Dreamer I Am
이미 눈치 챘을런지 모르겠지만 스웨덴은 음악 강국이다. 카디간스(The Cardigans)를 비롯해 라쎄 린드(Lasse Lindh), 클럽 8(club 8), 피터 뵨 앤 존(Peter Bjorn & John), 그리고 켄트(Kent)를 비롯한 모던록계의 총아들이 스웨덴에 포진되어 있다. 물론 쿱(Koop)이라던가 나이프(The Knife)와 같은 훌륭한 일렉트로닉 팀들도 즐비한데 여튼 우리는 이 화려한 목록에 로니 디어를 추가 해야할 것 같다. 앞에서 너무나 많은 밴드들을 언급했는데, 실제로 여러 자료들에 의하면 다양한 밴드들이 목록에 등장하곤 했다. 해외의 리뷰를 살펴봤을 때는 심지어 언급되는 밴드들이 아예 각 매체마다 다른 경우도 종종 있었다. 물론 여느 다른 밴드들과의 공통점을 찾기 쉽다는 점 때문에 이들의 오리지날리티가 희석될 우려도 있겠다만 나름대로 그것들의 여러 장점만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저 편안하게 감상하는 것이 이 앨범에 대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일게다. 실제로 대부분의 노래들, 특히 발라드 트랙들은 너무나 아늑한 느낌을 주고 있다.
앨범은 사랑과 좌절, 혼란과 구원 등의 테마를 가지고 있다. 몇몇 주변 지인들에 의하면 한국에서 먹힐 만한 분위기로 도배되어 있다고 했는데 활짝 만개한 멜로디 라인이라던가 곡의 운영 같은 것들이 어떻게 보면 한국에서 유독 인기 있는 밴드/앨범들의 교집합 부분에 위치해 있다는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앞에서 자꾸 서브팝 이야기를 했는데 실제로 로니 디어는 서브팝 출신의 포스탈 서비스(The Postal Service)가 가진 팝 센스와 아이언 앤 와인(Iron & Wine)의 고독하고 단촐한 모습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몇몇 현악/관악 파트가 추가된 발라드 트랙은 벨 엔 세바스찬(Belle and Sebastian)의 그것을 연상시키곤 한다.
창 밖의 넓은 세상을 바라보면서 만든 이 골방 팝(Bedroom Pop) 앨범은 오래된 로맨스와 꿈꾸는 듯한 고독감으로 가득하다. 로니 디어의 옆에 앉아서 같이 절절한 고독여행에 동참하는 것은 아마도 올해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청승이 아닐까 싶다.
한상철 [1994년도 어린이 라디오 조립 경진대회 동상 수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