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고(故) 옥한흠 목사님은 『안아 주심』이라는 저서로 기독교 믿음의 정수를 짚어 주신 바 있다. 사실 어거스틴도 “주님, 우리가 주님 품 안에 안기기 전까지는 평안이 없었습니다”고 고백한 바가 있다. 이제 옥목사님의 애제자 중 한 명이었던 이윤정 박사는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으로 옥 목사님의 정신을 계승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것이 시(詩)이다. 익숙한 인식의 세계에서 낯선 세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시(詩)이다.
이윤정박사가 욥기를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Crossing Over with Embracing God)으로 풀어낸 것은 아마도 그 역시 욥의 여정을 거쳤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언젠가 인생의 거친 굴곡의 지점에서 욥과 같은 “탄식”을 하였고, 욥처럼 “정의”를 갈구하였고, “지혜”를 찾았다. 그 과정 속에서 그는 욥기에서 탄식과 정의와 지혜의 공통분모로서 “하나님의 임재”를 찾았다.
그러나 그가 발견한 “하나님의 임재”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는 자신의 생각을 “포월”(抱越)이라는 단어에 담는다. 그의 “포월”(抱越)은 장자가 말한바 만유를 포괄하는 도(道)의 “포월”(包越)과는 다르다. 그의 포월은 바로 하나님의 “안고 넘어가심”이다. 그가 만난 욥기의 하나님은 욥과 우리들의 탄식 가운데 함께하심 정도가 아니라, “안고 넘어가시는 분”이시다.
욥은 자신의 처지에 대하여 탄식하고, 원수의 괴롭힘에 대하여 탄식하고, 하나님의 부재에 대하여 탄식하지만, 하나님은 욥의 총체적 탄식에 대하여 임재하심으로 그치지 않고, 욥의 탄식을 “포옹하고 넘어가신다.” 욥과 그의 친구들은 보응적 정의, 배분적 정의, 초월적 정의들을 설파하지만, 욥기의 하나님은 이 모든 인간들의 정의를 “안고 넘어가신다”. 욥과 그의 친구들은 보응적 지혜, 배분적 지혜, 사색적 지혜, 초월적 지혜를 외치지만, 하나님의 지혜는 이 모든 지혜들을 “안고 넘어가신다”. 결국 이 박사는 욥과 함께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는 고백을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께 드린다(욥 42:5).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신학 여정을 욥기로 시작하여 욥기로 마쳤다고 볼 수 있다.
끝으로, 이윤정 박사는 어떤 사람인가? 그는 총신 대학원 역사에서 석사과정(Th.M.)을 2년 만에, 박사과정(Ph.D.)을 5년 만에 마친 ‘유일한’ 사람이다. 그만큼 그는 밀도 있게, 집중적으로, 성실하게 사는 “지독한”(?) 사람이다. 아마도 지도 교수를 몹시 괴롭혔을 것이다. 물론, 그는 논문을 쓰는 과정과 마친 후에 온 몸이 몹시 아픈 경험도 하면서 욥의 고난에 동참하였을 것이다. 이제 이윤정 박사는 그 동안의 욥기에 대하여 깊은 묵상과 함께 그의 학위 논문을 보다 읽기 쉽도록 다듬어서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을 설교자
들과 관심 있는 성도들을 위하여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위로가 절실히 필요한 분들에게도 작은 선물이 되기를 빈다.
- 김정우 (한국신학정보연구원 원장)
이윤정 박사의 『욥기에 나타난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은 성경에서 가장 오르기 힘든 고봉인 욥기를 11년 동안 직접 등반하며 쌓아 온 학문적 노력과 신앙적 사색의 결과물이다. 고난의 형태로 욥이 경험한 “하나님 부재 현상”은 실제로는 하나님께서 인간 역사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고난당하는 의인을 품에 안고 고통의 시간을 넘어 영원한 초월의 세계로 넘어가시는 “실제적이고 내재적이면서도 끝내는 초월적 임재”임을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이 저서는 학위 논문에 근거한 7년 간의 신학적 사색의 결과이기에 겉으로는 학문적인 틀을 사용하고 있지만, 단순히 “성경이 과거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살피는 데 있지 아니하고, 객관적인 계시의 말씀에 근거하여 욥기의 말씀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찾아내었다는 점에서 기여를 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하나님의 부재로 고통당하는 욥의 이야기 속에서 거꾸로 하나님의 임재를 찾아내려고 애쓴 이윤정 박사의 노력이 눈에 보인다. 게다가 박사학위 논문으로 의도한 “엄격한 학문적 과제”가 어떻게 “신앙적이고 신학적이며 실천적인 용도로 승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박사의 노고에 박수를 쳐줄 수 있다.
특별히 하나님의 부재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욥기 안에서 하나님의 임재를 다룬다는 것이 매우 어렵고 다루기 힘든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윤정 박사는 탄식과 정의와 지혜 모티브란 세 개의 렌즈로 욥기에 나타난 하나님의 임재의 성격을 멋지게 분석해 내고 있다.
겉으로는 하나님이 부재하신 것처럼 보일 때에도, 정의가 사라진 것으로 느껴질 때에도, 고통이 지속되어 탄식 외에는 기도조차 하기 힘든 죽음의 골짜기 한복판에서도, 고난의 이유를 알지 못하고 혼돈 가운데 내던져질 때에도, 실제로는 어떻게 하나님이 고난당하는 의인과 함께 하시는지를 잘 설명해내고 있다.
결국 욥처럼 우리가 고난 가운데서도 하나님의 임재를 신뢰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믿고 견뎌 내면, 어떤 시련과 고통 가운데서도 세상 안으로 들어와 내재적으로 우리 곁에 임재하시는 하나님을 맛보게 되고, 끝내는 우리를 끌어안고 고통과 시련을 초월하여 우리를 구원하시며 세상을 정의로 이끌어 가시는 하나님의 지혜를 맛보게 되고, 결국은 눈으로 하나님을 보게 되는 초월적 임재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이윤정 박사의 결론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부재를 경험하는 현대인들에게 “복음” 이 아닐 수 없다. 욥기와 하나님의 임재에 관심이 있는 목회자와 신학생, 그리고 성경을 사랑하는 성도님들, 특별히 복음이 무엇인지를 알기 원하는 지성인들에게 유익을 주는 저서이기에 기쁨으로 추천하는 바이다.
- 김지찬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
인생이든 신앙이든 괴로움, 고난, 고통, 상실, 이별, 상처, 깨어짐, 회의, 절망, 배신, 죽음이라는 극심한 장애들을 마주 대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깨어지고 일그러진 세상을 신앙으로 살아내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리라 생각한다. 이스라엘 신앙의 핵심 증언은 인류 역사와 인간 삶을 앞장 서서 이끌어가고 인도하시는 선도(先導)적 하나님이다. “우리와-함께-하시는-하나님”(임마누엘)은 이스라엘 신앙의 정론이었다.
그러나 하늘 아래의 삶은 언제나 정반대의 실상을 보여 준다. 그래서 신앙의 의미가 분명치 않은 듯 보인다. 아니 신앙 자체가 흔들린다. 때론 붕괴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한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가? 이런 불가사의한 암흑의 터널 안에 얼마나 갇혀 있어야 할까? 신앙의 대상인 하나님은 도대체 어디에 계실까? 보이지 않는 하나님, 잡히지 않는 하나님, 가늠할 수 없는 하나님, 예측불허의 하나님, 신비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 깊은 암흑 속에 계시는 하나님, 이해 너머에 계시는 하나님, 조작할 수 없는 하나님, 통제할 수 없는 하나님, 언제나 길 위에 계시는 하나님, 초월자로 계시는 하나님에 대해 곤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욥기는 신앙의 세계 안에 고통 하는 목소리들의 불협화음이다. 욥기를 읽는 사람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읽어야 한다. 칠흑 같은 어두움 속에 눈물로 들어야 하는 미완성 교향곡이다. 전편에 흐르는 주제가 있기는 하는 건가? 오랫동안 욥기 연구에 천착한 이윤정 박사가 제안하고 외친다. 있다고! 어려운 한자어로 “포월(抱越) 하시는 하나님”에 관한 책이 욥기라는 것이다.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 인간사의 온갖 마성적 얼굴들과 일그러진 고통을 떠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이 욥기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음(主題音)이란다.
이것을 학문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이 박사는 7년이라는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욥이 마침내 직면하게 된 그 “안고 넘어가시는 하나님”을 저자 역시 경탄과 경외의 심정으로 만나게 된다. 이제 그 학문적이며 실존적인 결과물을 여러 사람 앞에 조심스레 선보이는 시간이다. 신앙인으로서 하나님의 부재, 하나님의 침묵, 하나님의 외면이 너무 고통스러운 현실이 되어 본 사람은 이 책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포월적 임재”가 결코 값싼 외침이나 강단의 상투적 구호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될 것이다.
저자는 문학적 작품으로서 욥기(내러티브로 둘러싸인 시형 본문)를 자세히 들여다본다. 문학적 틀로서 욥기의 서론과 종결부 내러티브가 어떻게 하나님의 임재에 관해 말하고 있는지, 그 가운데 길고 긴 대화체/독백체 시형 본문 안에 들어 있는 삼중의 모티브(탄식, 정의, 지혜)가 어떻게 하나님의 임재와 관련이 있는지를 세밀하고 정교하게 진술한다. 이 박사가 반복해서 언급하는 하나님의 임재는 사무엘 테리엔 박사의 “가늠할 수 없는 임재”(Elusive Presence)이리라. 그러나 이 박사는 테리엔을 안고 넘어간다. 그녀에 의해 하나님의 “초월적 임재”와 “내재적 임재” 사이에 긴장과 갈등, 공존과 조화는 마침내 하나님의 “안고 넘어가시는” 포월적 임재로 통합된다.
학술적인 박사학위 논문은 대부분 대학 도서관 서고에 세월의 먼지를 뒤집어서 쓰고 누워 있다. 전공 분야 몇몇 학생의 손자국이 학위논문 장정판에 남겨 있을 뿐이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이제 이 박사의 학위논문은 새롭게 단장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섰다. 욥(기)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이 땅의 크리스천들에게 말을 건넨다. 우리의 고통 가운데 함께 계시는 하나님은 우리를 안고 건너가시는 분이시라는 사실을 진솔하게 전한다. 한국 학자가 쓴 최고의 욥기 해설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류호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 은퇴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