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세월의 사닥다리
동업을 만난 재영이 당황하는 모습에서 비화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동업을 닮은 누군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나연은 재영에게 동업이 동업직물 경영주가 될 때까지 돈을 가져오라고 하지만 재영이 거절하자 독기를 내뿜고, 비화는 재영이 집안의 돈을 훔치는 원인을 궁금해하면서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하 목사 주선으로 부산포에 간 배봉과 만호는 일본 상인 사토와 무라마치를 만나 거래를 성사시킨다. 상촌나루터 흰 바위에서 만난 효원은 얼이에게 농민군을 하지 말라고 부탁하지만 얼이는 단호한 의지를 내보여 둘이 부둥켜안고 울고 있는데, 그 장면을 재영이 목격한다. 비화 권유에 못 이겨 석록과 상촌나루터 강가를 거닐던 원아는, 석록이 모래밭에 그린 그림에서 천부적인 솜씨를 알고 마음이 끌린다. 석록은 원아의 연인 화주가 임술민란 농민군인 것을 알고 있으며, 유춘계를 비롯한 농민군들이 처형당하는 것을 본 후로 인물화를 멀리하고 풍경화 쪽으로 돌아선 화공이다.
해랑의 임신 사실을 안 효원은 억장이 무너진다. 동업직물 비단의 일본 수출 소식을 접한 비화는 검은돈의 힘으로 고을 민심까지 얻어가고 있는 배봉을 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억호 처 분녀가 가마에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되고, 분녀 시중을 들게 된 언네 위상이 갑자기 달라진다. 그 와중에 해랑에게 새 아내가 돼 달라고 청혼하는 억호는, 배봉이 만호를 후계자로 삼으려고 한다는 언네의 고자질을 듣고 분노에 떤다. 해랑이 억호 아이를 뱄다는 사실을 안 배봉은 해랑을 며느리로 삼겠다고 한다. 한편, 재영은 자신과 나연 사이에 아이가 있으며, 그 아이를 억호와 분녀에게 업둥이로 주었다는 사실을 고백한 후에 집을 나간다.
시름시름 앓던 분녀가 죽고 해랑은 억호의 재취가 되지만, 하혈을 쏟으며 유산하고 후유증으로 임신을 하지 못하는 석녀가 된다. 그러나 억호의 극진한 간병으로 건강을 회복한 해랑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동업과 재업에게 깊은 모정을 주고 언네와도 잘 지낸다.
기력이 쇠잔해진 진무 스님은 비어사에만 칩거하고, 꼽추 달보 영감 또한 힘에 부쳐 뱃사공 일을 그만둔다. 비화는 배봉 집안에 복수도 하지 못한 채 세월만 흘러가 한없이 초조해진다. 해랑으로 인해 호한과 용삼 사이는 극도로 나빠지고, 언네와 꺽돌은 모자 관계로 맺어진 혈맹의 동지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강득룡 목사가 배봉에게 안석록 화공의 그림 상납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나루터집은 특별세무조사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온 나라 안에 마마신(천연두)이 창궐하고 비화는 평소 몸이 허약한 준서를 걱정한다.
상촌나루터에 미치광이가 나타나 얼이를 좋아하며 따라다니자 그에게 농민군 원혼이 씌었다는 소문이 퍼진다. 원아와 석록은 혼례를 치르고 나루터집 안채에 신접살림을 차린다. 그사이 준서가 마마에 걸려 빡보(곰보)가 되고, 해랑이 준서더러 먹이라고 약을 보내지만, 비화는 거절하고 둘 사이는 한층 멀어진다. 그 미치광이(혁노)는 거짓 미치광이 행세를 했다는 것과 전창무와 우 씨 소생임이 밝혀지면서, 행방을 몰랐던 우 씨가 충청도에서 천주학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진다.
얼이와 준서, 혁노는 의형제를 맺고, 얼이는 곰보딱지 탓에 대인기피증이 있는 준서를 서당에 데리고 간다. 대원군이 청국에 납치당하고, 조선 국모가 청국 군사 호위를 받으며 입궐하는 등, 나라는 위태롭기만 하다. 농민군 지도자 나광이 밤골집에 와서 농민군 교육을 시키고 밤골집을 농민군 비밀 집회 장소로 삼고자 한다. 해랑은 무료함을 달래려 고을 특산품 수집에 빠지고, 어엿한 청년이 된 동업이 해랑을 친모처럼 따르자, 언네는 진작 동업을 제거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다.
오광대패가 되어 말뚝이 역을 하는 원채를 보기 위해 꼽추 영감과 언청이 할멈이 평안리 타작마당에서 펼쳐지는 놀음판을 구경하려고 온 날, 양반 청년들에게 집단 구타당하는 백정을 본 해랑이 꼽추 영감에게 알려 죽을 고비를 넘기게 해준다. 강 목사 강요에 의해 임금의 명을 받은 보빙사 신분으로 미국 대통령까지 만나고 온 한양 선비 고인보의 수청을 들 수밖에 없는 효원이다. 꺽돌이 키우는 비화네 최고 소 천룡과 양득이 키우는 배봉네 최고 소 해귀가,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그 고을 소싸움대회에서 갑종 투우 결승전 상대로 맞서게 되는데…….
교방에서 탈주한 효원은 얼이와 함께 원채에게 도움을 청하여 오광대패 합숙소에 은신한다. 동업을 후계자로 지목한 배봉은 부산포 일본 상인들과 거래하는 장소에 동업을 대동하여 경영수업을 시킨다. 비화는 읍내장터 채소공판장 자리에 생긴 종합상가 점포를 사서 나루터집 제1호 분점을 여는데, 배봉도 맞은편에 새 점포를 내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한다.
효길이란 가명假名으로 남장男裝을 하고 벙어리 행세를 하며 오광대 합숙소에 들어간 효원은, 원채에게 오광대를 배우는 등 꼭두쇠 이희문을 비롯한 그곳 사람들을 속이지만, 중앙황제장군 역의 한약방 주인 최종완은 효원한테서 이상한 점을 느낀다. 혼자 자는 효원 방에 칼을 든 복면강도가 침입하자 효원은 뛰어난 검무 실력을 발휘하여 위기를 넘기지만, 그가 최종완이며 자신이 남장 여인이란 것을 눈치챘을 거라고 불안해한다.
조선에 출병한 청국과 일본이 싸워 일본이 승리하고, 농민군이 정부군을 물리치는 등, 나라 안팎은 커다란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일본 도자기 발상지인 사가현의 아리타(有田)에서 왕눈은 쓰나코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는다. 그녀 어머니 노요리에가 일본 도자기의 원조로 존경받는 이삼평의 11대 후손이라는 것이다.
농민군 지도부에서 백성들에게 시월 초엿샛날 광탄진(너우니)에 모이라는 통문을 띄우고, 원채에게 자신이 농민군 주모자 급이 됐다는 말을 들은 얼이는, 나루터집 식구들에게 이번 봉기는 일본에 대항키 위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평안리의 오래된 우물(추새미)에서 젊은 농민 부부 변사체가 발견되자, 이제 곧 터질 농민 봉기와 연관되었을 거라는 풍문이 나돌면서 민심은 더없이 흉흉해진다. 비화는 해랑이 목숨을 구해 준 백정 방상각과 만난 서장대에서 배봉과 마주치는데, 배봉은 방상각을 죽이려다가 그의 종이 벼랑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는다.
너우니에 많은 백성이 모여 성을 향해 진군하고 고을 영장營將은 동학농민군을 정중히 맞이한다. 무혈입성한 농민군에게 민호준 병마절도사는 잔치를 베풀며 환영하지만, 원채는 농민군과 관군이 어울려 술판을 벌이는 것을 보고 얼이에게 앞일을 염려하는 말을 한다. 부산 주재 일본공사관의 다께오와 히라조시, 소와는 동학농민군 봉기를 허위로 기록해 상부에 보고하는 등, 너우니 농민운동은 크나큰 파문과 함께 미묘한 민족감정으로 번져나간다.
동학농민군이 득세하자 배봉은 식솔들에게 몸단속을 시킨다. 그 자리에서 만호는 지금까지 깔봤던 해랑에게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며, 얼이가 농민군을 한다는 사실을 안 해랑은 비화에게 깊은 적개심을 품는다.
얼마 후, 동학군이 연고지 별로 분산 철수한다는 소리에 얼이와 원채는 실망을 하고, 얼이는 호남 출신 동학군 도금모를 만나 장태를 이용한 농민군 활약상을 들으며 더욱 전의를 다진다. 동학운동 분위기가 고조되자 각 진영鎭營의 도둑을 잡는 일을 맡은 벼슬인 토포사討捕使 지영석 그리고 스즈기 대위와 엔다 중위 등이 동학군을 사로잡아 공개 처형하고, 남강 쪽 상평에 실전 배치된 얼이는 원채 지원을 받아가며 그의 첫 전투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