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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6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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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4쪽 | 607g | 142*203*22mm |
ISBN13 | 9788960173613 |
ISBN10 | 8960173614 |
[2024 서울국제도서전] 여름, 첫 책 ㅣ 다시,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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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면 결혼 10주년이다. 해마다 결혼기념일 즈음엔 짧게라도 여행을 하는데, 내년엔 10주년인 만큼 좀더 근사하고 유의미한 여행을 하고 싶어서 올초부터 틈틈이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전 세계의 여행 관련 사이트들은 모두 들어가보고 있는 것 같다. 종이책들도 틈틈이 챙겨 보고 읽구.
10주년 결혼 기념일 여행을 위한 아이디어를 얻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읽게 됐는데, 이런 식으로 컨셉이 있는 여행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런 테마가 있는 여행은 단기간에 다 소화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가려고 하는 여행지이거나 그곳에서 가까운 곳에서 축제를 한다면 여행일시를 조절해서 가보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하나의 테마를 가지고 시간날 때마다 여행을 다닐 수도 있겠다. '축제'라는 테마는 '젊음'을 떠오르게 한다.
책을 읽는 내내 10년 전이 생각났다.
맨 처음엔 학생으로 미국에 왔기 때문에, 방학마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남편과 둘이 여행을 자주 다녔다. 그때 우리가 몰고 다니던 차가 1000불 짜리 중고 코롤라였는데, 어떻게 겁도 없이 그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다녔는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중고차가 도로에서 퍼지지 않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다. 심지어 학교 가는 길에 타이어 휠이 빠져나갔는데, 그걸 교체하려면 돈이 드니깐 도로 가서 그걸 주워가지고 올만큼 (이것도 사실 위험천만이다. 휠이 그 자리에 멀쩡하게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가난한 유학생들이었지만, 주워온 타이어 휠을 보고 "진짜 웃기지 않냐? 이거 완전 만화같아."하며 배를 잡고 깔깔대고 웃을 만큼 '젊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하긴, 그때 당시엔 우리가 젊다는 것도 몰랐지만.
암튼, 그 중고차로 방학마다 엄청 다녔다. (흠... 이렇게 되면 일본차 홍보가 되는 건가? 암튼 2년 정도 타면서 방학마다 네 번의 장거리 여행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고장 한 번 없었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들은 '싱글'들에게 적합하다. '부부'가 되거나 아이가 생겨 '가족'을 이루게 되면, 홀가분하고 단촐하게 훌쩍 여행을 떠나는 것은 싱글들만큼 쉽지가 않다. 물론 그때의 여행은 싱글 때보단 훨씬 안정적이고 여유가 있다. 일단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가능성이 크고 아이들을 고려해야 하니깐 좀더 좋은 숙소를 선택하게 되고, 나이가 들면 고생스러운 걸 꺼려하게 되니깐 좀더 안락하고 편안한 여행을 선택하게 된다. (엄밀히 말해 '여행'이라기보다는 '휴양').
그렇게 따진다면 '축제 여행'은 '싱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아마 거의 본 사람이 없을 것 같은 영화 중에 <듀엣>이란 한국 영화가 있다. 고아성이 주연한 영화인데,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만약 당신이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더더욱—충분히 좋아할 만한 영화이다.
'젊은' '싱글'들이 여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어떤 기대나 환상 같은 것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책도 어떻게 보면 딱 <듀엣> 같다.
장거리를 차로 달려야하고, 하다 못해 차도 없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수고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여행 중 항상 건강한 것도 아니어서 타지에서 병이 났을 때의 외로움도 있다. 값싼 숙소가 집만큼 편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여행을 떠난다.
왜?
바로 그 "왜?"라는 질문에 최소한 다섯 가지 이상의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 재미난 인연인데 그 <듀엣>이라는 영화에서 고아성이 가장 먼저 간 곳이 바로 글래스턴베리이다. 뮤지션이 되고 싶은 주인공에게 글래스턴베리란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해본다면, 그 공간에서 느꼈을 감정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의 최고 장점은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것!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물론 '친구' 이상의 인연을 만나게 될 수도 있구. 설령 그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더라도.
저자는 'A butterfly in my stomach'이 뱃속이 간질거린다는 뜻으로 '설렘을 뱃속에 나비 한 마리가 있다고 비유한 영어 구문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사랑'을 표현할 때 이것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을 것 같다고(p.167).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두 감정은 반드시 다른 것은 아닐 수도 있다.
취업 준비생이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당연히 긴장되고 떨려 잠을 못 이룰 것이다. 그때의 두근거림이 'A butterfly in my stomach'라면 그건 역으로 무한한 미래의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니깐.
비행 공포증을 가진 사람이 여행을 앞두고 있을 때의 두근거림은 분명 'A butterfly in my stomach'이겠지만, 그 공포증을 이길 만큼 여행지에 대한 기대가 크다면, 그건 분명 긍정적인 설렘으로 '승화'(?) 가능할 수도 있으니깐. 예를 들어 일본의 소설가 온다 리쿠도 엄청난 고소공포증에 비행공포증을 가지고 있지만, 맥주에 대한 사랑이 그 공포증을 이길 만큼 크기에 기꺼이 비행기 타는 모험을 감수한다고 한다.
결국 그런 게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처음엔 미지의 것,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불안해하지만, 결국 그 낯섦과 다름이 설렘의 두근거림으로 바뀌는 것.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이 문장으로 표현하고 싶다.
사실 열기구라는 것도 보기엔 이렇게 멋지지만, 실제로 열기구를 타면 생각보다 공포가 크다. 열기구는 풍선 부분인 엔벌로프와 공기를 데우는 버너, 그리고 사람이 타고 장비를 싣는 바스켓으로 구성되는데(p.127), 저 큰 풍선을 띄우려면 얼마나 많은 열이 필요할까 생각해 보면 그 소리가 상상 이상으로 클 거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지금껏 낭만적일 것이라 생각했던 열기구는 공포의 대상이 되고 만다.
말광량이 삐삐가 타던 신나고 즐거운 열기구 혹은 '80일간의 세계일주'에 나오는 열기구만 떠올렸던 보통 사람들에게 실제 열기구는 두려움의 대상이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 공포와 두려움을 이기고 열기구를 탔을 때의 성취감, 공중에서 느끼는 바람과 공기의 감촉과 쾌감은 온전히 기구를 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심장은 튀어나갈 것처럼 두근두근거릴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두근거림은 기구를 타기 전의 그것과는 명백하게 다를 것이다.
나는 이러한 '두근거림이' 여행뿐 아니라 당신 삶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되길 바란다.
당신 뱃속의 많은 나비들이 언제나 당신을 신경쓰이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겠지만, 의연하게 이겨내고 그걸 즐길 만큼의 경지에 이를 수 있길. 그 나비의 날갯짓이 기분 좋은 설렘으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 강건해지길!!! (어쩐지 여기엔 꼭 느낌표 세 개를 찍어야만 될 것 같다. 지금 가장 어두운 '아골골짜기'를 걷고 있(다고 생각하)는 당신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차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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