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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6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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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31g | 145*210*19mm |
ISBN13 | 9788959062607 |
ISBN10 | 895906260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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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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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시대를 읽은 카피 문구 하나가 한때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공감을 넘어 실행으로 옮겨지던 때가 있었다. ‘열심히 일한’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어서인지 ‘떠나라’의 정당성은 더욱 달콤하게 다가왔으며, 일상이 고단했던 만큼 일탈의 자유함은 포근하게 느껴졌다. 여전히 유효한 이 문구는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받는 스트레스의 무게와 더불어 ‘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압축해 놓은 카피문구로 오래도록 사랑을 받으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대는 이제 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을 넘어 제대로 쉬고 마음을 치유하는 ‘힐링’의 시대로 넘어왔다. 치료를 의미하는 ‘테라피’와 달리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은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불완전한 상태가 전인적인 건강 상태로 회복되는 것을 뜻한다. 즉 치료가 과학적, 의학적 처치로서의 물리적 개념이라면 치유는 정서적 경험을 통한 자가 치유력을 내포한 영적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과히 ‘힐링’은 이제 텔레비전 프로그램명에까지 이용될 만큼 사회적으로 보편적인 용어가 되었다.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힐링’이 수식어구가 되고 핵심 키워드가 돼가고 있는 시대를 살고 있는 셈이다. 바꿔 생각해보면 그만큼 스트레스가 다양해지고 많아진 시대를 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문제는 과연 어떻게 쉬는 것이 제대로 된 힐링인가에 있다. 스피드가 그대로 스트레스가 되는 시대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온전히 쉰다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는지, 쉬는 날이 주는 여유로움과 달리 정작 무엇을 하며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온전한 휴식이 되는지, 몸을 풀고 즐거움을 누리는 휴식과 전인적인 힐링 사이에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휴식을 취하고도 뭔가 허전함이 남아있다면 그것을 온전한 휴식이라 부를 수 있는지 등등. 궁금해진다.
과연 우리는 잘 쉬고 있는 걸까? 힐링의 시대에 던진 힐링스럽지 못한 물음표 하나가 제대로 된 ‘쉼’에 대해 고민케 한다. 오원식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休)』가 던진 물음이다. 어떻게 쉬는 것이 너와 내가, 몸과 마음이, 어제와 내일이, 과거와 미래가, 삶과 죽음이 온전한 쉼의 상태를 누리는 길인지를 묻고 있는 이 책은 책 제목과는 달리 아무 것도 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역설적인 쉼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저 빈둥거리며 몸을 편하게 굴리는 것이 행복한 쉼이 아니라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쉬는 명상을 통해, 면역성이 떨어진 근본 원인을 찾아내 스스로를 돌보고 치유하는 자연 건강 생활을 통해, 자연 병원으로 불리는 생태적 공간인 숲을 통해, 순수한 몰입의 즐거움을 주는 예술을 통해, 현실적 유토피아인 공동체를 통해 제대로 된 힐링을 이룰 수 있고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명상은 생각과 마음을 비우고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고요히 쉬는 것으로 원래는 종교 수도자들이 절대자나 절대 세계와의 신비한 합일 체험의 방법으로 전수해온 것이라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명상법이 일반 대중에게도 소개되고 있으며, 굳이 전문적인 명상법을 배우지 않더라도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린 채 참다운 나를 만나는 통로로 조용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 또한 명상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외부에서 생기는 자극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에 따른 나의 반응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명상은 외부 자극에 따른 나의 반응을 조절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p28)
명상적인 삶은 욕망을 덜어내는 삶이며, 욕망이 만들어낸 쓰레기를 치워 정화할 수 있는 삶입니다. 명상하는 마음은 대상과 깊이 공감하는 시인의 마음이며, 생태적인 마음입니다. 모든 것에 내재한 영성을 보며, 타자에 대한 존중과 일체감을 느끼는 마음입니다.(p117)
명상이 정신 건강을 위한 ‘쉼’의 대표적 방법이라면 자연에 가까운 생활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은 육체적 건강을 유지하는 대표적 방법이다. 건강한 사람은 몸이 유연할 뿐 아니라 마음도 부드러워진다고 하지 않는가? 첨단 기기가 뿜어내는 전자파와 각종 화학첨가물이 난무하는 시대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수면시간까지 빼앗아가는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원시적 삶을 제안할 수는 없어도 면역성이 떨어진 근본 원인을 찾아내 치료하는 자연 치유적 삶은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 것이 아닌 삶을 가꾸는 것이기에 의미 있고 아름답다. 충분한 수면과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밥 한 그릇, 깊고 부드럽고 풍부한 좋은 호흡(숨), 일상생활 속에서의 꾸준한 움직임(운동)이야말로 내 몸을 온전히 쉬게 하는 바탕이 되는 셈이다.
여기에 약간의 시간이 난다면 새 소리, 시냇물 소리, 피톤치드의 향과 흙 냄새, 낙엽의 감촉,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등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숲길을 걸어볼 것을 저자는 권유한다. 숲이야말로 인간의 자연복원력과 자기 회복력을 높여줄 수 있는 최상의 천연 치유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토의 60% 이상이 숲인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126개의 자연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멋진 경관은 물론이거니와 숲의 심리적, 생태적 치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 한다.
우리 신체는 자연의 자극을 받으면 그에 따라 본래의 자연성을 회복합니다. 육체와 정신이 이완되고 쾌감을 느낍니다. 스트레스가 줄고 면역력이 높아져 병이 잘 걸리지 않게 되고요. 이는 직관적이고 감성적인 반응입니다. 인류가 진화한 500만 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자연 속에서 살아온 결과이기도 합니다. (p216)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하며 읽은 부분은 ‘즐거운 해방-예술 치유 이야기’이다. 사실 순서와 상관없이 제일 먼저 펼쳐 본 부분이기도 할 만큼 쉼의 의미와 기능이 내게는 주로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치우쳐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이기도 한 예술적 행위는 결과물로서의 작품 이전에 그 행위 자체를 하는 동안 즐기고 빠져드는 몰입의 에너지가 있기에 예술은 외적 기술을 넘어 내적 치유의 경지로 이동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선사시대 동굴 벽화부터 은밀한 개인의 일기에 이르기까지 내면의 무언가를 끄집어내 표현하고 감상하는 행위는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는 내면의 치유 과정이니 거창할 것 없이 생활 주변의 예술적 행위에 주목해볼 필요성이 있다. 저자의 조언대로 ‘표현은 감상보다 적극적인 치유’ 행위라 하니 유명한 대가의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 미술관을 찾기보다 서툰 손놀림이나마 자신의 그림을 그리고, 베스트셀러를 찾아 읽기보다 일기라도 좋으니 직접 글을 써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러는 동안 진정한 자기다움을 찾고, 전체 속에서 부분을 정리하며 어느덧 통합적인 자기 인격과 만나는 회복의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짬짬이 읽어본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복 휴(休)>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참 많은 것을 하는 ‘쉼’의 진정한 의미와 방법 깨우쳐준 고마운 책이다. 이제 편안한 쉼의 상태로 들어가기 위해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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