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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7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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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628쪽 | 930g | 172*225*35mm |
ISBN13 | 9788975276316 |
ISBN10 | 8975276317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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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늘 하던대로 하고 있을 뿐이지만 짧은 생을 사는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는 마치 멸망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지구의 멸망이 아니라 인류의 멸종이다. 지구는 태양이 집어삼키게 될 몇십 억 년 뒤에나 사라지게 될 테니 먼저 사라지는 것은 인류일 수밖에 없다. 내 생각에는 과거보다 재난이 늘어나지는 않았을 듯하다. 과거에도 세상 어딘가에서는 지진이 나고 홍수가 나고, 가뭄이 생겼을 것이다. 전쟁이 일어나고, 굶주림이 있고, 그로 인한 항거와 압제, 때로는 폭동이 일어나기도 했을 터다. 그런데 지금은 소식이 보다 빠르게 전달되고 TV 화면을 통해 마치 나의 일처럼 가까이 접하게 된 터라 재난이 보다 늘어난 듯 여겨지는 게 아닐까? 뭐, 옛날에는 지구온난화니 원전 방사능, 테러 같은 문제는 없긴 했겠지만.
<재난시대 생존법>은 이 시대에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재난으로부터 도시민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를 돕는 책이다. 옛날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살았으므로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자연에서 해답을 찾았다. 물이 졸졸 흐르는 시내와 강이 가까이 있었고 산과 들에서 먹을 수 있는 풀뿌리를 찾아 죽을 쑤어 먹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도시민들이 잡초와 약초를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같은 건물 안에 살아도 이웃 얼굴과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판에 누구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믿을 것은 자기 자신뿐이고, 스스로를 지켜내려면 이러한 재난에 앞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당신은 낙관론자인가, 아닌가?"하는 질문도 마찬가지다. 자동차에 여러 종류의 안전장치가 있어도 우리는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운전하기 전에 차와 타이어 상태를 살피고 운전석에 앉으면 반드시 안전벨트를 맨다. 운전 중에는 항상 사이드미러를 통해 주위를 살피고 제한속도를 지키면서 방어운전을 한다. 주행하면서 엔진이나 차체에서 혹시 이상한 소리가 나지 않는지, 계기판은 정상인지, 혹시 어떤 경고등이 떠 있지는 않은지 끊임없이 살핀다. 심지어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에도 가입한다. 하지만 이런 생활 태도 때문에 누군가를 비관론자 혹은 부정론자라고 하지 않는다. 반면, 운전을 하면서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차량 정비에도 신경 쓰지 않으며 끼어들기와 난폭운전을 일삼는 사람, 위험한 일을 하면서 보험에도 가입하지 않는 사람,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일하면서 '설마 내게 무슨 일이 있겠어...'하고 방심하는 사람을 낙관론자라고 일컫지도 않는다. 이런 태도는 단순히 무지의 발로이자 만용이며 대책 없는 낙관론일 뿐이다. (p. 57)
일어나지 않은 재난에 대해 걱정하고 준비하는 사람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지하창고에 음식물과 각종 생필품을 잔뜩 쌓아놓고 사는 프레퍼(prepper)들이 종종 등장한다. 그런 인물들은 굉장히 괴팍하고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재난 영화에서 등장할 때의 그들은 지혜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비록 그런 인물들은 주인공이 아닌 탓에 많은 자원을 놓아두고 죽음을 맞이하기 일쑤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말하나 마나 미리 준비해둔 이들의 생존 확률이 훨씬 높은 게 당연하다.
여러 면에서 겁이 많은 나는 최근 일본 구마모토 지진이나 에콰도르 지진 소식 등을 접하며 걱정이 되었다. 온갖 비리와 허술한 제도로 결코 안전하지 않은 이 나라, 사건사고가 터져도 곧바로 지혜롭게 수습할 능력이 없는 이 나라에서 재난이 일어나게 되면 얼마나 공포스러울지 끔찍했다. 일본이 구마모토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에 72시간이 더 넘게 걸리는 걸 보면 우리나라에선 도대체 얼마나 더 긴 시간이 걸려야 구조될까? 과연 생존자들은 얼마나 빨리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 하물며 지진이라도 한번 터지면 내진설계된 건물도 얼마 없으니 수많은 사상자가 나올 텐데, 운이 나쁘면 구조 끝자락에서나 시체로 발견될 터다. 뭐, 이런 대책 없는 재난에야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준비할 수 있는 재난이면 재난으로 인한 고통을 반감시키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본다. 전쟁, 테러, 전염병, 가볍게는 등산시의 조난에 이르기까지 아예 아무런 준비가 안 된 사람과 조금이라도 준비가 된 사람은 겪어야 할 고통의 정도가 분명히 다를 것이다.
Tom Clancy`s <The Division: New York Avenue> 컨셉아트
저자는 재난으로 인해 집 안에 머물러 있어야 할 때, 또는 집 밖으로 나가 멀리 피난을 가야 할 때 꾸려야 할 짐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 비상식량으로 구비해두면 좋은 식량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어떻게 하면 그 식량들을 유통기한보다 좀 더 길게 오래 보유하고 있을지 자신이 경험한 방법도 소개한다. 예를 들어, 소개된 10대 필수 비상식량 중에는 즉석 분말 스프가 포함되어 있는데, 여러 종류의 스프 가운데 준비하려면 쇠고기 스프처럼 고기가 포함된 것이 좋다고 알려준다. 스프 속에 무슨 고기가 많이 들어 있어 그리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먹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으나마 고기를 먹는다는 심리적인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비닐을 한 겹 더 씌워 포장하고 은박 마일러백(?)에 넣어두면 보관기간이 더 길어지고, 페트병에 산소흡수제나 수분흡수제를 함께 넣어도 좋다고 한다. 우리가 비상식량 하면 바로 떠올리는 라면은 의외로 유통기한이 6개월밖에 되지 않아 그리 오래 보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한 비상식량의 종류를 잘 알아두는 것도 재난시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013년 가을 필리핀은 초강력 태풍으로 큰 재난을 겪었다. 도시 안의 건물은 모두 사라졌고, 사람들은 죽어갔다. 며칠 후 취재진이 차를 타고 피해지역에 진입하자 아이들이 달려 나와 구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돈을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물 한 병만 달라고 애원하는 것이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며칠 동안 밥은커녕 물 한 모금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고통 받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돈이 아니라 물이 더 귀중하고 시급했다. 이렇듯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필요한 것도 바로 '당장 마실 수 있는 물'이었다. 음식은 하루 이틀 안 먹어도 버틸 수 있지만, 물은 다르다. 하루만 못 마셔도 심한 갈증이 온다. 대피 과정 중 극심한 체력 소모가 일어날 뿐 아니라 탈수 증세가 와서 견디기 어렵다. (p. 194)
재난시에는 물 부족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음식은 먹지 않아도 한 달 정도의 생존이 가능하지만 물은 일주일 이상 마시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한다. 게다가 물은 설거지할 때도, 몸을 씻을 때도, 화장실 뒷처리용으로도 여기저기 많이 쓰인다. 거기다 수인성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식수는 깨끗해야 하기 때문에 정수 방법이 무척 중요하다. 나는 알약 형태의 정수제의 존재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락스를 이용해 물을 정수한다는 건 전혀 몰랐다. 더불어 아예 무전원 이동식 정수기와, 대형 정수기에서 쓰이는 필터를 이용한 무전원 이동식 정수기 제작법을 알 수 있어서 좋았고, 집 근처의 비상 급수시설 같은 건 미처 생각도 못해봤다. 생수만 몇 통 있으면 될 줄 알았는데, 평소 내가 사용하는 물의 양을 너무 우습게 봤다. 모든 면에서 다 그렇지만 특히 물이 부족해 겪을 고통을 생각하니 적어도 우리나라에 만큼은 재난이 비껴갔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하나의 장이 넘어갈 때마다 재난 영화를 하나씩 소개해 주며 재난상황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과 대처법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재난 영화를 좋아하는데 여기 소개된 것들 중에는 '투모로우' 하나만 보았을 뿐이었다. 나머지 영화 중 몇 가지는 받아 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그동안은 위기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해가는가를 중점적으로 보았다면 앞으로는 재난에서 작은 위기를 만났을 때 어떻게 넘어가는지를 눈여겨 보아야겠다.
굉장히 두꺼운 책이지만 무척 흥미롭게 금세 다 읽었다. 솔직히 나는 재난 영화를 보는 것처럼 재미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무척 도움이 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것들이 필요해서 깜짝 놀랐지만 모르는 것보다야 아는 게 나은 법이니 도움이 된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찬찬히 챙겨놓아 볼까 하고 있다. 신랑님한테도 읽히면 도움이 될 것 같은데, 과연 읽으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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