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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8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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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28쪽 | 747g | 166*224*35mm |
ISBN13 | 9788934968627 |
ISBN10 | 8934968621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인간은 언제 순수하게 이해할 수 있을까? 나는 “인간이 다른 것과 구별되는 한 가지만을 볼 때”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언제 인간은 순수한 이해를 초월하는가? 나는 그대에게 말하노니 “인간이 모든 것에서 일체를 볼 때, 그때서야 인간은 순수한 이해를 넘어서 있다.”
에크하르트
종교적인 삶. 간단하게 말하자면 삶에 있어 불필요한 마음을 줄이는 것이다. 불필요한 마음이 많을수록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어렵다. 그것은 곧 정신 건강에 치명적이다. 그래서 종교적인 삶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감정 기복에 따른 우울한 기분을 치료하면서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그런데 우리 주위를 보면 종교적인 갈등으로 인해 오히려 종교를 불신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가령, 신을 믿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는 식으로 자기들이 믿는 신의 존재를 온 세상에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다. 종교인들에게는 그것이 최선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기적인 변명에 불과하다. 이유인즉 이러한 최선은 우리 모두가 바라는 지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모두가 바라는 지혜는 뭘까? 올더스 헉슬리의『영원의 철학』을 읽으려면 먼저 ‘철학’이라는 모순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철학은 ‘philosophia’가 아니라 ‘종교(religio)’다. 종교적인 세계관, 인간관, 윤리관을 탐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을 ‘영원의 종교’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 한다면 ‘영원의 종교’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종교를 심도있게 다뤄 일찍이 라이프니츠가 언급했듯이 ‘역사를 초월해서 전승되는 형이상학적 근본진리’가 된다. 결국 영원의 철학은 철학이 아니며 이러한 모순은 종교라는 의미와 혼합되면서 다시금 영원의 철학이 되는 셈이다. 즉, 철학이 모순적이면서도 그 모순이 궁극적인 ‘모든 위대한 가르침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다른 것(동물)과 구별되는 것에는 종교도 빼놓을 수 없다. 종교는 신을 믿는 것이다. 여기에서 신이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믿음 그 자체가 종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각 종교에 있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서로 같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해왔다. 하지만 이 책의 해제를 쓴 오강남 교수는 ‘서로 통한다’는 것이 적절하다고 한다. 듣고 보면 종교의 신념이 같으냐 다르냐하는 문제는 이념적인 판단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많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과 다르거나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싫어한다. 종교적인 갈등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종교적으로 하나가 되는 공통적인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 소통할 수 있는 적절한 방식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종교의 표층이 아닌 심층에서 건져 올린 27가지 공통적 요소를 바탕으로 하여 400여 이르는 인용문이 시공을 초월하고 있다. 그중 ‘그대가 그것이다’라는 가르침이 있다. 고대 우파니샤드 철학에서 아트만(Atman), 즉 내재하는 참자아는 브라흐만(Brahman), 즉 모든 존재의 절대 원리와 하나라는 것이다. 모든 인간의 최종 목표가 이러한 사실을 스스로 발견하고 자신이 실제 누구인가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래서 신과 나는 서로가 하나임을 깨달아야 한다. 결코 둘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유인즉,
만물에 깃든 하나(one)만을 보라.
그대를 헤매게 하는 것은 두 번째이다.
카바르
언어학에 있어 인도유럽어에서는 ‘둘’이라는 어근은 불량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스 접두사 dys, 라틴어 dis는 모두 ‘duo(둘)’에서 파생되었다. 그래서 우리 자신을 헤매게 하지 않으려면 무엇보다도 신과 결합하는 앎(knowledge)에 이를 수 있어야 한다.
흔히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거꾸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이겠는가? 문제는 종교학에 있어 최고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랑(love)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다보니 최고의 사랑이라 불리는 자선(charity)이 상대적으로 동떨어진 진리가 되어 버렸다. 더구나 사랑(love)은 육체적이며 정서적이며 사심(私心)이 농후하다. 신을 사랑해야 하는데 사람이나 사물을 사랑한다. 이로 인해 낮은 형태의 사랑(love)이 되는 것이다. 영원한 철학에 있어 최고의 사랑은 도덕적 미덕의 삼각형이다. 도덕적 미덕은 사심 없음, 고요함 그리고 겸손이다. 사심 없음은 이기적이 아니며, 고요함은 헛된 마음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며, 겸손은 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영원의 철학』을 통해 무엇을 배우거나 깨달음을 얻는 것을 기대해도 좋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듯 ‘올바른 사유와 삶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매뉴얼’은 충분한 위로가 된다. 하지만 종교를 멀리하는 사람들에게도 사랑받는 책이 되려면 서로 통해야 한다. 즉 ‘영원한 철학’을 영원히 사랑해야 한다. 답답한 현실을 잠시 잊는 효과도 있겠지만 이것으로는 영원한 진리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 장자, 붓다같이 육신의 옷을 입은 신성한 지혜는 우리 사회의 웰빙을 위해 필요하다. 그래서 신을 직접적이고 직관적으로 자각하는 ‘묵상(contemplation)’이 영원한 철학의 궁극적인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또한 누군가 내 나이가 몇 살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1살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실제 나이는 40대 중반이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묵상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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