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by the other half Dobidoo
- 도비두 멤버 김영세의 이노 디자인에서 디자인하여
소장품으로서의 가치를 극대화시킨 패키지
내용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김민기 음반 패키지의 디자인 역시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1970년 김민기와 함께 '도비두'의 멤버로 듀엣활동을 했던 김영세가 대표로 있는 이노 디자인에서 디자인 작업을 진행, 기존 음반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된 수준 높은 디자인의 패키지를 선보였다. 이노 디자인에서는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이 패키지가 김민기의 지나온 삶을 담은 만큼 일회성이 아니라 오랫동안 보존될 수 있는 소장본으로서 남을 수 있기를 바랬고,
해외 유수 뮤지션들의 전집 음반이나 패키지처럼 음반의 내용 뿐만 아니라 그를 담는 그릇인 패키지도 그 자체만으로 소장가치를 지닌 특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이노 디자인은 한국 디자인의 세계화와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디자인 컨설팅 그룹으로 96년 미국 캘리포니아의 벤처기업 중심지 실리콘 밸리에 문을 연 이후 2000년에는 이 회사가 디자인한 휴대전화가 미국 비즈니스위크지(誌)의 '베스트 디자인 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세계시장을 석권한 MP3 플레이어 '아이리버' 디자인으로 성가를 올린 바 있다. 20대 젊은 시절 듀엣'도비두'로 음악활동을 같이 했던 두 사람이 이제 각자의 영역에서 새롭게 만나 또 하나의 듀엣을 이루어 낸 것이다.
33년만의 복원 - 김민기 1971
"이 앨범은 노래들은 입에서 입으로, 투박한 등사기법으로 복제된 가사 모음들을 통해 요원의 불길처럼 사람들의 가슴을 울리고 지나갔다. 그것의 원동력은 탄압이 분만한 단순한 반작용 때문이 아니라 그의 노래 자체가 품고 있는 젊은 한국어와 그것의 음악적 울림 때문이다. 자신이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72년 봄 서울대 문리대 신입생 환영회에 초대되어 노래 부르기를 지도하다 이튿날 새벽 동대문서로 연행되고 시중의 그의 음반이 전량 압수되었을 때, 이 역사적인 앨범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은 노래에 대한 반성적 사유이다. 이 앨범은 두 곡('바람과 나'와 '저 부는 바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는 또한 단 한 장의 앨범으로 록음악의 신중현과 함께 본격적인 대중음악가, 곧 싱어송라이터(Singer-songwriter)의 시대를 열어 젖힌 것이다." - 강헌(대중음악평론가)
'김민기'의 데뷔앨범이자 유일한 정규앨범인 이 음반은 1971년 첫 출시 이후 33년 만에야 정식으로 선보이는 것으로 아마도 이번 음반패키지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집중되는 부분 중 하나일 것이다.
1971년 LP로 500매가 제작되었던 이 음반은 그러나 출시 후 곧 판매금지 되었고, 그 후로 오랫동안 이 음반에 담긴 김민기의 노래는 가사모음이나 LP판에서 부분 녹음, 편집된 카세트테이프로만 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이 음반은 지금까지도 수십 배의 고가로 암거래되어 왔다. 16년 만인 1987년 민주항쟁 이후에야 복권되었으나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을 함께 담은 복원반으로 잠시 나왔다 곧 사라졌다.
서사적 음악극 형식의 실험 - 노래일기 <연이의 일기>
<엄마, 우리 엄마 > + <아빠 얼굴 예쁘네요>
1980년대는 김민기에게 있어 단형의 노래들의 한계를 뛰어넘는 서사적 음악극 형식을 실험하는 모색기였는데 <연이의 일기>는 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연이라는 아이의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작품은 <엄마, 우리 엄마>가 농촌에 사는 연이의 일기라면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탄광촌 아이 연이의 일기이다. 오랫동안 '김민기'라는 이름을 밝히고 하는 활동이 금지되어 있었던 그는 1987년 6월 항쟁으로 비로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낼 수 있게 되는데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9월에 카세트 테이프와 그림책을 묶은 패키지로 발매되었고, <엄마, 우리 엄마>는 <개똥이>의 수록곡들과 함께 그 해 12월 음반화 되었다.
- 엄마, 우리 엄마 (1984)
이 작품은 84년에 창작되어 87년 뮤지컬 <개똥이> 수록곡들과 함께 음반화되었다. 민통선에서 농사를 짓던 김민기가 다시 서울로 올라와 활동을 재개했을 때 그의 관심은 아동용 뮤지컬의 창작에 있었다. <엄마, 우리 엄마>는 그 일환으로 나온 작고 아름다운 소품이다. 노래일기라는 형식을 띤 이 작품에는 네 편의 노래가 담겨 있고 노래 사이 사이에 대사가 삽입되면서 일기 형식의 작은 이야기를 구성한다. 일기 속의 이야기에는 특별한 갈등이나 극적인 긴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엄마 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옥이가 일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다 연이 엄마의 도움으로 다시 학교에 가게 되었다는 단순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 노래일기를 구성하는 네 편의 빼어난 동요는 이 단순한 이야기를 놀랍도록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로 만들어 준다.
- 아빠 얼굴 예쁘네요(1986-1987)
86-87년에 걸쳐 창작된 이 작품은 <엄마, 우리 엄마>에서 선보인 오디오용 노래일기 포맷을 다시 한번 확장한 시도라 할 수 있다. 탄광촌 어린이들의 글을 토대로 구성한 이 노래일기에는 탄광촌의 삶과 풍경, 그 속에서 따뜻하게 피어나는 인간애가 진하게 묻어 있다. 이 작품은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션 방식으로 소극장에서 공연되었고 오디오 테입과 그림책을 패키지로 묶어 출간되었다. 김민기가 이 작품을 통해 시도한 멀티 슬라이드 프로젝션은 이후 한동안 많은 진보적 문화 공연에서 다양하게 차용되면서 80년대 운동권 문화의 내용과 형식을 진일보 시키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아빠 얼굴 예쁘네요>는 어린이용이었음에도 탄광촌이라는 다소 예민한 소재를 다룬 탓에 심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민주화의 대세 속에서도 심의 당국의 가위질 콤플렉스는 여전히 집요해서 이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검다'는 표현까지 문제 삼을 정도였다."
- 김창남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민기 1 + Morgentau - 김민기 하나
불혹의 목소리로 다시 부른 70년대 청년문화의 풍경
해금되고 난 후에도 김민기는 많은 작업을 진행하였지만 정작 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고작해야 <겨레의 노래> 순회 공연에서 부른 '아침 이슬'정도 였을까? 1993년 김민기는 네 장의 CD를 통해 기나긴 노래의 연대기를 일차적으로 정리한다. 아마도 우리는 동숭동 골목의 작은 소극장에 대해 고마워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노래 부르는 것을 극히 꺼렸던 그가 이렇게나마 음반을 발표하게 된 것이 바로 91년에 동숭동에 연 소극장 학전의 설립 및 운영 자금 때문이었다. 그는 <아구>와 <공장의 불빛>, 그리고 80년대 노래극 속의 노래를 제외한 거개의 곡을 조동익을 위시한 숱한 뮤지션들의 지원을 받으며 이미 불혹을 넘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불렀다. 어쩌면 저 71년의 단아한 청년의 자취는 이 전집에서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전집은 그의 소중한 시편들을 불멸의 기록으로 남겨 놓았다. 전집 1권은 60년대에 샹송을 즐겨 불렀던 최양숙에게 준 <가을 편지>(고은 작시)의 더할 나위 없이 고즈넉한 이병우의 통기타 서주로 문을 연다. <내 나라 내 겨레> <두리번거린다> <아름다운 사람> <친구> <그날> 같은 70년대 전반의 초기 노래를 담고 있는 1권은 주로 김민기 자신에 의한 통기타의 여음으로 매듭지어져 있어 70년대 캠퍼스 청년 문화의 풍경을 우리에게 펼쳐 보인다. 주목할 만한 트랙은 송창식의 데뷔 앨범에 실렸다가 삭제되었던 <내 나라 내 겨레>의 오리지널 낭송 대목.
김민기2 + 눈길 - 김민기 둘
수난의 '길'에서 얻은 통찰력의 발원
양희은이 더 바랄 것 없는 절창을 보여주었던 '새벽길'의 역동적인 리듬으로 시작하는 전집 2권은 1권을 주도했던 정적감이 서서히 걷히고 아연 역동감을 분만하기 시작한다. 김광석의 하모니카 연주를 지원 받으며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는 그의 고전 '길'에서 김민기는 71년 녹음과는 다른 기백을 표명한다. 그가 걸어온 수많은 수난의 '길'에 대한 통찰력에서 발원하는 것이 아니었을까? '종이연'은 비로소 '혼혈아'라는 원래 제목을 되찾았고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불려지지 않았던 '눈산'이 처음으로 녹음되었다. 4권의 CD 중에서 이 두 번째 권을 가장 빛나는 백미로 만들어주는 트랙은
단일 노래로서는 그의 유일한 90년대 작품이자 한국 포크 록의 최대 걸작인 '철망 앞에서'이다. 분단의 모순과 고통을 자연과 인간의 친화력으로 풀어낸 탁월한 주제의식, 그리고 '아침 이슬'을 떠올리게 하는 세 개의 서정적이고 극적인 선율 주제, 그리고 김민기-장필순-한동준으로 이어지는 트리오 보컬과 조동익, 손진태, 박용준이 펼치는 단정한 세션은 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알려지지 않은 위대한 성과중의 하나일 것이다. 이외에도 70년대 투코리언즈가 터프하게 해석했던 '고향 가는 길'의 민요적 5음계와 포크의 반복적이고 흥겨운 패시지를 만끽하게 하는 '차돌 이내 몸', 그리고 상승과 하강의 선율교차를 통해 70년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우울하게 은유하는 '나비' 역시 주목의 대상이다.
김민기3 + 밤뱃놀이 - 김민기 셋
현실주의적 미의식으로 아롱진 우리 대중음악의 걸작
사진작가 김수남이 찍은, 동해의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무표정하게 선
세 번째 권의 모노크롬 재킷은 어딘가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이 을씨년스러운 아우라야말로 군사정권 이십 년 동안 이 땅의 청춘들의 자화상이 아니었을까? 이 3권은 유신정권의 폭정이 극점을 형성했던 70년대 중반의 김민기의 변모한 현실주의적 미의식이 아롱지고 있다. 공장 생활 때 동료들의 합동 결혼식에 축가로 불러준 '상록수'는 김광민의 정결한 피아노로 다시 태어나고, 거의 유일무이하게 사용했던 블루 노트의 적막함이 전편을 감도는 '기지촌'은 한영애의 스캣으로 더욱 열기를 불러일으킨다. 다양하게 노래말이 바뀌어 80년대의 거리와 농성장을 뒤흔들었던 '늙은 군인의 노래'와 제대로 된 제목과 가사를 비로소 되찾은 '주여, 이제는 여기에'가 사색적인 톤으로 불려지고 조동익의 베이스 기타가 아름답게 노래하는 '강변에서' 역시 놓칠 수 없는 트랙이다. 우리 전통음악의 내음이 통기타에 스며들어간 '가뭄'과 '식구 생각'은 80년대 초반 대학 세대에겐 위안의 방언. 마지막에 자리한 '소금땀 흘리흘리'와 <개똥이>의 삽입곡 '땀흘려 거둔 음식'은 장고의 명인 김덕수와 듀오를 이루었다. 이 세 번째 권은 선율을 빚어내는 작곡가로서의 김민기가 우리의 대중음악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 데에 기여했는지를 단적으로 알려주는 텍스트이다. 다만 정당함을 상실한 권력만이 그것을 승인하지 않았을 뿐이다.
김민기4 + 아침 - 김민기 넷
시인 김민기가 부르는 인간주의적 아포리즘
마지막을 장식하는 4권은 80년대의 작업과 70년대 초반의 작품들이 엇갈려 배치되어 있다. 그 서장을 열어 젖히는 노래는 85년 양희은의 컴백 앨범에 실리기도 했던, 시인으로서의 김민기의 인간주의적인 아포리즘이 비등점을 이루는 '봉우리'이다. 84년 LA 올림픽의 입상 탈락자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의 주제곡으로도 사용되었던 이 노래는 고난 속에서도 좌절하거나 소리 높여 과장되게 몸부림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역사적 임무를 감내한 그의 생애의 초상이나 진배없다.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 속의 좁게 난 길/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 지도 몰라….' 이 앨범엔 어린이와 같이 듀오를 이룬 곡이 네 곡 있다. 바로 72년 양희은이 불렀던 '백구'와 '인형', 그리고 <개똥이>의 주제곡 '날개만 있다면'과 대미를 장식하는 '천리길'. 그의 예술의 궁극은 바로 가장 고귀한 순수로서의 어린이의 투명한 눈이라는 것일까? 그래서 '늙은' 그가 부르는 자신의 동요 '고무줄 놀이'는 더욱 아련하게 우리의 가슴을 파고 들어온다.
- 대중음악 평론가 강 헌. <김민기 디스코그래피> 중
1993+2004 새롭게 선보이는 곡들
- Morgentau, 눈길, 밤뱃놀이, 아침
김민기 음반패키지에는 2004년 새롭게 녹음한 2곡을 포함 총 4곡이 추가로 수록되었다. 이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아침 이슬'의 독일어 버전인 'Morgentau'. 그가 그간 주력해온 뮤지컬 작업의 대표작인 록뮤지컬<지하철 1호선>의 원작 공연팀인 독일 그립스 극장의 단원들이 2003년 11월, 이 작품의 2000회 공연을 축하하기 위해 내한했을 당시 우정을 담아 선물한 노래이다. 원작자 폴커 루드비히(Volker Ludwig)가 직접 독일어로 가사를 번역하고 독일 그립스 배우들이 독일 전통 성가곡식으로 편성하여 부른 이 노래는 신선함과 더불어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김민기가 1978년 만들었던 '밤뱃놀이'는 대금, 태평소, 북, 장고, 징, 꽹과리 등 국악기로만 반주가 이루어져 있는 곡으로 양희은의 음반 <거치른 들판에 푸르른 솔잎처럼>에 발표되었던 곡이다. 2004년 새롭게 이루어진 녹음에서는 당시 후반부에서만 양희은과 함께 노래를 했던 명창 김소희의 수양딸 김소연이 전통 창법으로 충실히 소화해 내어 곡 자체의 색깔을 더욱 명확히 하였다.
2004년 <공장의 불빛> 리메이크 작업을 진두지휘한 정재일이 피아노 곡으로 편곡, 직접 연주한 '눈길'은 1971년 <김민기> LP에 김민기의 휘파람연주와 복기호 악단의 연주로 담겼던 곡을 새롭게 해석하여 녹음했다.
'아침'은 김민기가 총감독을 맡았던 <겨레의 노래> 음반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전래동요 '새야 새야 파랑새야'를 편곡, 연주곡으로 선보였던 것을 리마스터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