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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정판매
발행일 | 2014년 08월 2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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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5쪽 | 394g | 152*225*20mm |
ISBN13 | 9788959062669 |
ISBN10 | 8959062669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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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간 당시 나름대로 적지않은 센세이션을 일으킨 책이다. 그 시절 진보 진영에겐 그간 없었던 새로운 대답이 적박한 상황이었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연달아 패배, 한미 FTA의 출범에 대한 전략 실패, 통진당 경선부정사태, 일베저장소의 등장에 따른 진보 진영 전체의 희화화 등등 마치 사회 전체가 진보 진영을 무너뜨리려는 듯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 이 상황을 벗어날 새로운 해답이 필요한데, 그게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팟캐스트 '나꼼수'가 유행했다. 나꼼수는 MB정권에 상처받은 이들에게 "쫄지마!"라고 외치며 용기를 주었기에 곧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이걸 듣는 진보성향 지지자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면서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움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한 번 듣고 안 들었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못할만큼 상대편을 짓밟고, 낄낄대고, 그게 전부였으니까... 왠지 저러면 안 될 것 같았다. 사실 MB정권을 까면서도 거기에 대한 대안도 없어보였다. 그냥 얼마나 잘캐고, 얼마나 잘까냐가 중요할 뿐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결전의 총선, 나꼼수 멤버 중 하나가 민주당 후보로 나선다. 와중에 막말 구설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기대와 희망과는 다르게 진보·민주 진영은 패배하고 만다. 패배 이후 다시 대선에서 또 한 차례 패배하고 진보·민주 진영은 그간의 기세등등했던 태도에 대해 혼쭐이라도 나듯, 우스꽝스러운 모양새가 되어 비웃음을 사기 시작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나꼼수가 했던 짓들을 그대로 반대진영으로부터 되돌려 받게 되었다. 이 즈음 등장한 일베는 나꼼수를 거꾸로 비추는 거울과도 같았다. 솔직히 일베가 나쁜만큼 나꼼수가 나빴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일베는 '표현의 자유'를 외친다. 놀랍게도 진보 진영이 줄기차게 요구해왔던 주장이다. 표현의 자유를 추구한다는 구실로, 또 자유로운 표현이 어떤건지 보여준다는 구실로 그간 얼마나 많은 모욕적인 표현이 상대에게 가해졌는지 생각해보면 놀라울 것도 없다. 때문에 약자를 짓밟고 고인을 모욕한 일베가 얼마나 혐오스럽고 흉측하게 느껴지는지 알면서도 적당한 대응논리를 찾지 못해 애먹은 것이다.
언젠가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젊은 목사님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본인도 진보 성향이지만, 항상 진보 성향 애들을 보면 신경질적이고 날이 서있더라고 말이다. 반대로 보수적인 사람들은 오히려 젊잖고 선하게 느껴진단다.
예민하고 날이 서 있는 좌파 독설가는 멋있어 보인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매 같다고나 할까. 그들과 같은 편이라 믿을 때는 나는 그게 너무 멋있어서 배우고 싶었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위치에 서는 순간, 그게 얼마나 잔인하고 폭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알 사람은 알거다. 안타깝게도 진보가 원래 작은 집단으로 조각조각 갈라져 있는 이념들의 모임이라서, 그 안에서 서로를 헐뜯고 모욕하기 쉽다. 그리고 갈 수록 서로서로 고립되는 것이다. 날이 서 있고 공격적인 진보가, 그 분노와 공격성에 사로잡혀서 넓게 보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패배를 거듭하던 진보 진영에게, 당장 이기기 위한 땜질식 해법이 아니라 좀 더 멀고 깊은 곳에서 성찰해야 할 화두를 건낸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간단한 것이다. 그간 진보가 "싸가지 없지" 않았는지 반성해보자는 것이다. 참으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문제의식을 갖고 등장한 책이라 생각한다.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1) 진보는 싸가지가 없고, (2) 대중들의 감정에 무능한 엘리트주의 집단인데다, (3) 보수에 대한 심판론에만 집착하고 비전은 없는 집단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비판할 필요가 있고, 품위있고 대중중심적인 진보를 지향해야 한다.
왜 진보는 '감정'에 무능한가
책의 내용과 구조가 대체로 상식적인 내용과 간단한 논리구조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사실 그렇기 때문에 눈길을 끄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다만 진보가 감정에 무능하다는 대목은 흥미를 끈다. 이 대목만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저자에 따르면 '감정'에 무능한 것은 한국 진보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어서는 모든 진보주의자의 공통점이다. '감정'에 무능하다 함은 진보에 감정 표현 능력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감정 표현만을 두고 말하자면, 진보가 보수에 비해 훨씬 유능하다. 그렇지만 감정을 이용할 것이냐 감정에 이용당할것이냐, 이것이 문제다. 진보는 자기감정의 포로가 되어 감정에 이용당하는 쪽이다. 구경꾼(유권자)들의 감정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둔감하다. 그래서 무능하다는것이다.
자기감정의 포로가 된 진보는 유권자들을 향해서도 논리와 이성 일변도다. 진보의 기획자체가 당위, 그리고 그 하부의 논리와 이성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원래 지식인은 인간을 지나치게 이성적·합리적 의사결정자로 가정하는 이른바 '과잉지식인화의 오류'를 범하기 십상인데, 이 점에선 진보 지식인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반면 개인적 욕망을 논리와 이성으로 옹호하기 어렵다는 걸 아는 보수는 대중에게 감정으로 접근한다. 대중들 앞에서 싸가지 있게 굴려고 애를 쓴다.
나꼼수의 김어준은 진보가 감정에 얼마나 무능한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좌의 취약점이 뭐냐. 좌는 스스로 지적으로 우월하고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거. 그게 왜 문제냐면, 좌가 지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다보니 부지불식간에 드러나는 지적 오만이 대중들로부터 좌를 유리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거. 자기들만의 언어로, 자기들끼리만 대단하고 자기들끼리만 정당하지. 그러고는 자신들의 언어로 거대한담론을 설법하려 들지."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김어준에게도 한 가지 약점이 있다. 그는 그런 이론으로 우리 편의 사랑을 받고 더 나아가 피를 끓게 만드는 데는 천재적이지만, 우리 편보다 많은 수의 사람에게 '싸가지 없는 진보'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비단 김어준뿐만이 아니다. 대중에게 감정으로 접근해 그들을 매료시키는 진보 논객은 많다. 늘 문제는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의 감정은 아예 고려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 한귀영은 "진영논리로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식으로 '쫄지 마' 형태로 일관하는 것이 처음에는 달콤 짜릿하지만 결국 그것이 자기편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싸가지 없는 진보의 두 분류
위와 같이 저자는 먼저 이성에 집착하고, 그래서 오만해 보이는 진보를 비판한 후 반대로 적극적으로 감정을 활용하지만 우리편이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나꼼수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한다.
둘을 따로 분류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성중심적 진보, 그리고 나꼼수식 진보로 말이다. 이성중심적 진보는 당위성에 집착하기 때문에 그 밖의 다른 것들을 보지못한다. 예컨대 진보는 사회적 약자, 소수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공평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지향한다. 공평함의 논리는 간단명료하고 합리적이다. 하지만 이는 왜 다문화 가정이나 장애인들, 성소수자들을 배려해야 하는지 와닿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아직 불충분하다. 실제로 많은 대중들이지적장애인에게 해를 당하거나, 성소수자에게 성적으로 위협을 당할 것 같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무지몽매하고 악의에 가득차 있는 모습으로만 받아들이는 진보 엘리트들은 이들 대중들 앞에서 오만한 자세로 가르치려 들기 쉽다. 싸가지 없어지는 것이다.
나꼼수식 전략은 거꾸로 적극적으로 싸가지 없어지는 것이다. 상대에게 싸가지 없고 공격적이면 우리 편의 감정을 자극해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그렇게 우리 편을 강하게 결집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편이 아닌 다른 모든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 편과 저 편의 감정의 골을 강하게 키우고, 돌이킬 수 없게 만든다. 더 이상 우리 편을 늘이지 못한 채 고립되는 것이다.
오만하고 폭력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사람들의 마음을 계속해서 헤아려보는 게 중요하다. 배려심 있는 태도와 표현은 사람을 품위있게 만든다. 배려가 진보의 가치였다는 사실을 계속 해서 기억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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