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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08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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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572쪽 | 674g | 140*195*40mm |
ISBN13 | 9788990982544 |
ISBN10 | 8990982545 |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출간 - 아크릴 무드등 증정
2023년 04월 19일 ~ 2024년 12월 06일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3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그거 꽤 바람직한 생각인데. 요즘 세상에는 진로를 정하려고 생각하는시점에 이미 정해진 레일 위에 있는 꼴이니까. 하지만 꿈만 품고 있어서는 아무 소용 없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세계는 바뀌지 않는다고." (20 page)
무슨 팝콘 제조기도 아니고 읽어도 읽어도 읽을 책들이 훨씬 많은 히사기노 게이고. 이 책은 2014년에 출판은 되었지만 1980년대 작품으로 그의 초기작 중 하나라고 한다. 사회라는 조직의 쓴 맛(?)을 보기 전의 파릇파릇한 학생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이 책을 읽었다. 범죄추리소설이라지만 미야베 미유키처럼 하드코어가 아니라서 한밤중에 읽어도 뒷골이 서늘해지지는 않느다. 미야베가 19금급의 범죄추리소설 (특히나 "모방법")이라면 히가시노 게이고는 12세 관람가 같은 느낌이다. 570페이지나 되지만 판형이 작고, 글씨는 크고 문단이 짧아서 아주 술술 읽힌다.
주인공 고헤이는 대학에서 기계학을 공부하고 졸업했지만 취직하지 않았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 자신이 몰두(!)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이런 상황이 지금의 대학졸업생들에게 흔하지만 이 주인공이 만들어진 1980년대는 일본도 한참 성장기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독특한 주인공인 셈이다. 시골에 계신 부모님께는 대학원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했고 보내준 학비는 쓰지 못하고 따로 모아두는 최소한(?)의 양심은 가졌다. 그가 아르바이트하는 카페 위의 당구장에서 역시 아르바이트하는 20후반의 마쓰키가 살해되면서 급물살을 탄다. 출근하지 않는 그를 찾아갔다가 시체를 처음 발견한 고헤이는 그가 죽은 후에야 모르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면서 왜 그가 이 거리로 흘러들었는지 궁금해 한다. 게다가 간발의 차로 놓친 엘리베이터에서 그의 여자친구였던 히로미가 칼에 찔린 채 발견되고 그 현장을 처음 발견하는 것도 역시 고헤이. 전혀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이 두 건의 사건이 실은 연결되어 있다고 의심만 있고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에 괴로워 한다. 그러던 차에 주변의 장애인 학교의 원장이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되면서 이 거리에서 계속되는 연쇄살인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이 세 살인사건의 첫 발견자가 되는 고헤이는 각 피해자와 어느 정도 관계가 있기도 하다. 주변을 광범위하고 전문적으로 탐문하는 형사와는 별개로 고헤이는 마쓰이의 과거와 히로미의 비밀을 풀기 위해 나름의 접근을 시도한다. 항상 그렇듯이 형사보다 한 발 빠르게 수수께기를 풀고, 범인을 밝혀내는데 성공한다. 다 해결된 사건 뒤의 또 다른 반전이라는 전형적인 방법을 쓰고 있지만 식상하지 않고 궁금하기만 하다. 결국 히로미의 비밀이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된다. 아무리 긴밀했던 개인적 관계에서 가능했던 소소한 단서들을 가지고 추리하고 확인하며 사건의 중심에 갈 수 있었다고는 하지만 번번이 형사보다 먼저 해결한다는 부분에서는 좀 설득력이 떨어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읽는 재미를 반감시키지는 않았지만.
"정말 제 마음대로 해도 괜찮은 겁니까?"
"그래."
"지시를 내릴 생각 아니었어요?"
"지시?"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요."
그러자 아버지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웃음을 흘리는 것이 느껴졌다.
"나이를 좀 먹었다고 해서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등 훈계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나 자신도 만족스럽게 알지 못하는데 말이다."
"그런 겁니까?"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는 듯했다.
"어떤 인간이든 한 가지 인생밖에 경험할 수 없어. 한 가지 밖에. 그런데 타인의 인생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오만이지."
"길을 잘못 들면 어떻게 하죠?"
고헤이가 물었다. 어둠이란 서로의 모습을 가리는 대신 마음을 열도록 한다.
"잘못 들었는지 아닌지도 사실은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 잘못 들었다 여겨지면 되돌아가면 되고. 사람의 인생이란 결국 작은 실수를 거듭하다 끝나는 게 아니겠냐."
"간혹 큰 실수도 하잖아요."
"그건 그렇지."
아버지는 찬찬히 말을 곱씹듯이 대답했다.
"그런 경우에도 그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되겠지. 그 후의 일에도 대가를 치르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고 말이야. 그러지 않으면 살 수가 없을 거야, 아마." (478-479 page)
계속되는 살인사건 속에서 정신이 없는 고헤이 자취방에 어느날 미리 연락도 없이 시골에 계신 아버지가 찾아온다. 대학원에 진학했다는 아들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2년 가까이 묵묵히 기다려준 아버지와 아들 고헤이의 대화이다. 소설이기에 가능한 대화일까? 2년은 커녕 단 몇 분도 참지 못하고 이래라 저래라 잔소리를 쏟아내는 내 모습과 겹쳤다. 물론 대학을 졸업한 고헤이와 한창 잔소리가 필요한(?) 중학생인 아들과는 다르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 시절을 지나왔다고, 더 경험이 많다고, 더 많이 안다는 전제하에 많은 것들을 강요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봤다.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더 강요하고 조급해 한다. 고헤이 아버지의 말처럼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그 대가를 치르겠다는 마음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연쇄살인의 범인과 히로미의 비밀을 파헤치는 숨 돌릴 새 없이 펼쳐지는 스토리보다 이 둘의 대화가 더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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