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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5년 01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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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75쪽 | 305g | 169*215*20mm |
ISBN13 | 9788982819292 |
ISBN10 | 8982819290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나를 향한 첫걸음
-『물이, 길 떠나는 아이』를 읽고 -
동생과 나는 철학관에서 이름을 지으셨다고 할아버지께 들었다. 사촌 누나는 할머니께서 맘에 드는 아나운서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하였다. 이름이란 부르기 좋아야 좋은 이름이라고 한다.
물이는 과연 어떻게 이름이 지어졌을까?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나지막한 산자락 끄트머리 외딴집에 살고 있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오순도순 살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무엇인가 허전함을 느꼈고 그것은 아이가 없어서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주머니는 물동이를 이고 산 속의 샘물로 가 정화수를 떠놓고 일년 삼백육십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삼신께 빌고 또 빌었다.
한편 하늘나라에서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에 태어날 아기들에게 입힐 옷을 만드는 선녀 중 막내가 실수로 옷의 옆 솔기를 조금 터지게 하여 삼신께 혼이 나고 있었다. 막내가 옆 솔기가 조금 터진 것뿐인 데하고 가볍게 생각을 하자 조금의 실수가 빚어내는 엄청난 결과에 대해 알려주고 화를 풀 생각을 안 하자 그제야 선녀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벌을 받게 되었다.
며칠 전에 동생하고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나도 생각없이 친구들과 노는 바람에 긴 시간을 걱정하게 만든 나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일들이 모여 큰일이 되고 냇물이 모여 큰 강을 이룬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잊고 살아갈 때가 많은 것 같다. 삼신은 이 아이를 맡길만한 사람을 찾다가 정성껏 빌고 있는 아주머니를 발견하고 점지해 주었는데 아이를 얻게 된 아주머니가 아들이었으면 하는 욕심 한 마디에 독이 아이의 몸에 닿아 물이와 분신인 구렁이로 태어나게 되었다. 물이는 아주머니의 물동이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물이라고 이름지어졌다. 왜 새 옷을 입혀 보내면 될 것을 그냥 보내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하지만 그러는 데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어떤 규칙이 있을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주머니의 말실수로 빚어진 아이의 운명을 모른 채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물이는 구렁이와 친구처럼 지냈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물이랑 잘 놀아 주기에 아주머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느 날 아저씨가 일하시다 허리를 다쳐서 드러눕게 되자 농사일도 아주머니 혼자, 집안 일도 아주머니 혼자, 아저씨 병간호도 혼자하는데 여전히 놀기만 하는 물이와 밥을 축내는 구렁이가 맘에 들 리가 없었다. 어머니가 물이에게 ‘밥버러지’라고 하여 물이는 결국 밥을 벌어먹기 위해 집을 나섰다. 물론 친구인 구렁이도 함께였다. 잘할 수 있을까? 어머니께 반항이라도 하기 위한 것인지 모르는 일이지만 밥을 스스로 벌어먹으려는 물이가 정말 용감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물이와 구렁이가 구해주지만 사람들에게 구렁이와 함께 있다는 이유로 몰매를 맞거나 마을을 떠나야할 때가 많았다. 나 역시 구렁이를 싫어하기에 같이 노는 모습을 본다면 싫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마을 사람들이 이해는 되었지만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 같아서 그런 일을 당하는 물이가 불쌍해졌다.
하지만 사람들의 그런 대접에 슬퍼하지 않고 곧 다음 마을로 밥을 벌어먹기 위해 갔다. 아마도 친구인 구렁이가 있어서 더 용기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늘 좋은 친구를 사귀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생각났다. 어쨌거나 지금의 물이에게는 구렁이가 둘도 없는 친구임을 알 수 있었다. 재주가 많은 아이를 만나 도움을 받기도 하였지만 귀신마을에 이르렀을 때 재주 많은 아이는 무섭다고 가버리고 다시 물이 혼자가 되었다. ‘무서운 게 딱 좋아’에서는 수많은 귀신이 나오지만 지금처럼 무서운 생각이 없었는데 물이가 무서움 없이 기다리고 있는 귀신의 으흐흐 하는 소리에 닭살이 돋으면서 무서워졌다.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기에 물이는 끌리는 대로 귀신을 기다렸다. 귀신의 정체는 하늘나라 막내선녀이고 벌을 받고 있는 중이며 물 속에서 은바늘을 찾고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껏 은바늘을 찾아줄 수 있는 물이를 기다렸다는 것이다. 은바늘을 찾아 선녀에게 드리자 물이 친구를 돌려보내고 완전한 물이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눈먼 각시를 찾아 바느질을 배우면서 선녀가 일러준 대로 머리를 한 올씩 모아갔다. 항상 한 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기에 다른 마을로 옮기면서 사람들의 머리카락 일만 팔천 개를 드디어 모으게 되었다. 머리카락을 모으기 위하여 여러 마을을 다닐 때 나쁜 사람이 쥐로 둔갑하여 마을의 곡식을 뺏어 가는 사실을 알고 쥐를 잡아주고 곡식을 되찾아주기도 하지만 여기서도 결국 구렁이로 인하여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아 쫓겨나게 되었을 때 정말 불쌍했다. 나도 사람이지만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실망했다. 물론 구렁이를 친구로 둔다는 것은 이상하기도하고 두렵기도 한 일이지만 자기들에게 해를 주지도 않는데 그렇게 해서 지금껏 자기들을 도와준 물이를 돌로 때려죽이려고 했어야 되었을까? 그냥 떠나라고 하면 될 것을 말이다.
늘 동생에게 양보하고 대화로 해결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말이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된 것 같아서 책을 읽어 가는 동안 기분이 좋았다. 물이는 열심히 노력하여 모은 일만 팔천 개의 머리카락으로 구렁이의 옷을 만들었다. 이제 이 옷을 입히면 다시는 친구 구렁이를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물이의 마음 한구석이 슬퍼졌다. 하지만 친구를 위하여 만든 옷을 입혀주었다. 구렁이는 파란연기를 내뿜으며 물이의 온몸을 휘휘 감더니 물이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온전한 물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물이의 몸속에 자리한 구렁이와 말없는 대화를 나누었고 물이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산 속 마을엔 첫눈이 내렸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갈 때 쯤 서서히 일어난 물이는 마음속의 친구랑 함께 눈에 낯익어 보이는 마을을 향해 첫발을 내딛었다. 과연 물이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마음에는 늘 자리하고 있었을 아버지와 어머니가 보고 싶었을 것 같기에 아마도 집으로 향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의 생활을 반성하고 내 생각들에 힘을 더해준 물이의 행동과 용기가 너무나 가슴에 와 닿는다. 작은 일을 소중히 해야 하는 이유를 알게 되었고,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큰 상처를 가져오는지를 보았다. 다시 베풀지 못하더라도 받은 은혜를 잊지는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지금보다 더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하여 더 나은 나로 태어나기 위하여 나를 향한 첫발을 내딛어 볼까 생각한다.
*학교 선생님이 대신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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