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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4년 11월 0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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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192쪽 | 131*187*20mm |
ISBN13 | 9788973812165 |
ISBN10 | 89738121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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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마음의 푸른 상흔』은 소담출판사 서평단의 11월 미션 2권 중에 한 권이다. 이 책을 받았을 때는 기대가 컸다. 프랑수아즈 사강은 학창시절부터 귀에 익은 『슬픔이여 안녕』의 저자가 아니던가? 드디어 사강을 만난다는 생각에 마치 옛 연인과 재회하는 듯한 설렘도 있었다. 그런 책을 완독한 뒤에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쓰겠다.
첫째, 올해 들어 읽은 책 중에 가장 난해한 책이었다. 무슨 내용인지 거의 이해할 수 없었고, 이 책이 소설인지 수필인지도 판단하기 힘들었다. 틀림없이 스토리가 있기는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주인공은 세바스티앵과 그의 여동생 엘레오느르인 듯한데 그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들인지 어떤 관계인지도 명확하지 않았다. 아니, 저자는 명확하게 표현했는데 내가 감지하지 못했는지도 모르겠다.
문득 작년에 읽은 발타자르 토마스의 『우울할 땐 니체』가 연상되었다. 그 책을 펼치면서 우울할 때 이 책을 읽으면 상쾌해지리라는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우울한 마음이 상쾌해지기는커녕 멀쩡한 정신도 무거워지는 내용이었다.‘마음의 푸른 상흔’이라니! 얼마나 멋진 제목인가? ‘푸른 색’은 청춘이나 희망, ‘상흔’은 상처의 흔적일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속의 어떤 상처가 희망으로 승화하는 내용이 아닐까, 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파악을 할 수 없으니…….
둘째, 환상이 깨지는 아픔을 맛보았다. 사강이 내게 있어서 ‘별 헤는 밤’과 같은 존재임을 깨달았다는 의미이다. 학창시절에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을 배우며 아름다운 환상에 잠겼었다. 그 시에서 특히 내 가슴을 사로잡은 곳은 다음 구절이었다.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윤동주, 별 헤는 밤 5연)
시가 무엇인지, 윤동주가 어떤 인물인지, 프랑시스 잼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어떤 시인인지도 잘 모르면서 이 구절이 그저 아름답게만 느껴졌었다. ‘패, 경, 옥’이라는 중국 소녀의 이름에서 나의 초등학교 시절 가장 그리웠던 벗을 생각했고,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에서 어쩌면 누군가의 아내가 될 지도 모를 그녀를 생각했으며, 프랑시스 잼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성별도 모르면서 그들이 아름다운 이국소녀라고 설정하며 그리워했다. 그러나 ‘패, 경, 옥’이라는 이름을 가졌다고 아름다운 소녀는 아니지 않는가? 또한 프랑시스 잼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작품을 한 편도 읽지 않았으면서 무턱대고 그리워하다니 이런 황당한 일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슬픔이여 안녕』을 읽지 않았었다. 그저 막연히 그 책이 낭만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작품을 쓴 사강은 아름다운 여류작가일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환상을 품었던 것이다. ‘패, 경, 옥’이라는 이름만 듣고 그리워했고, 프랑시스 잼이나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막연히 동경했듯이…….
나는 사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동경했었다. 그녀는 내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높은 곳에 있음을 깨달으면서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어둠속에서 바늘을 찾는 듯 더듬거리면서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은 것은 나의 추억과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 것이다.
셋째, 프랑스가 위대한 나라임을 느꼈다. 2004년 사강이 병환으로 별세하자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가장 훌륭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 한 사람을 잃었다.”며 애도했다고 한다. 작가를 사랑하고 그의 작품을 애독한 나라, 그런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대통령도 애도하는 나라가 프랑스였다. 그래서 예술의 나라였던가
사강의 생애가 인간이나 시민으로서 모범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두 번의 결혼과 이혼, 도박, 약물 중독……. 마약 혐의로 법정에 서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당당하게 주장했던 여성이다. 그런 사강을 프랑스는 사랑했고, 대통령까지 애도했던 것이다.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의 대통령에게서 신해철 씨나 김자옥 씨의 타계에 대해 애도의 말을 남기는 장면을 기대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의 사치일까?
리뷰에서 생뚱맞게 사강의 생애를 나열한 것은, 이 책이 사강 자신의 자전적인 내용도 있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소설이고 어느 부분이 현실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작품 중에는 저자가 자신을 작중 인물인 엘레오느르와 동일시하는 듯한 표현도 있다. 그렇다면 소설 속의 부분도 작가의 상상속의 감성을 표현한 현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나는 권유할 자격이 없다.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처지면서 감히 누구에게 무엇을 권한단 말인가? 그래도 내 생각을 밝힌다면 스스로 문학도라고 자부하는 사람, 그것을 꿈꾸는 사람에게 권하고 싶다. 아울러 니체나 프루스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이 책을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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