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인생에 정답은 없다>는 말이 유행이다.  정답이 있어도 그대로 따라하기 힘들겠지만, 어찌 생각하면 정답이 없으니  더 힘든 셈이다 자신의 인생은 오롯이 자신이 연출하기에 달린 것이 되니까 말이다. 고령화 시대를  살고 있는 일본에는 팔십대의 작가도 꽤 있다. 전에 읽은 책의 일본인 저자도 팔십대였다. 숨가쁘게 변화하는 시대지만  노익장의 글을 읽다보면 느껴지는게 있다. 바로 삶의 지혜와 마음의 여유다. 그들도 예전에 젊었을 적엔 누구못지 않게 치열한 삶을 살았다. 그렇게 치열한 삶을 보냈기에 인생의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더 많은 것일까?  비슷비슷하고 지루한 얘기가 아닌 온 몸으로 체험한 삶의 지혜가 담겨 있는  값진  것이라 더  귀를 기울이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팔십대의 저자가 드문 것으로 안다. 반가운 마음 으로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다

이 책의 저자 박상설 선생은  1928년 생 이다. 우리나이로 올해 87세 이다. 오지 탐험가이자 심리치료사이며  우리나라 오토캠핑의 선구자라고 소개되어 있다.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기술사 자격증 을 취득하기도 했다. 저자는 스물네 살 부터 부모와 여동생 일곱을 먹여 살리고  곧이어  자신의 식 구도 네명 이나 새겨 서른 살에는 열한 명의  가족을 부양하는 가장이 되었단다. 그것은 6.25 전쟁과  보릿고개로 처참한 시절 이었다. 저자는 죽기 아니면 살기로 살아냈다.  그러나 때때로 그 생지옥에서  도망치고 싶었고 그 피난처가 산이었단다. 건설업체 중역으로 활동하던 1987년 (61세)에  갑자기 뇌졸중 으로 쓰러졌다. 병명 을 찾지 못하다가 미국으로 건너가  <뇌간 동맥 경색> 판정 을 받는다. 수술은 불가하고 매일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끊임없이 운동하는 것이 유일한 처방 이었단다.  그 때 저자는 기존의 모든 삶의 방식을 내려놓고  불편한 몸으로 오지를 떠돌 결심을 했다.

책을 읽기전에 나는 잠깐이지만  이 책의 저자야 말로 한국의 헬렌 스콧 니어링인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는 이 책의 앞부분에서는 주말 레저농원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풀어내기도 하였다. 현실적으로 주말 농장을 할 만한 지역의 땅값부터 주말 레저 농장 을 하는 것이 자녀의 교육에 미치는 효과까지 설명하였다. 외로움은 인간의 숙명 이라고 말하는 저자.  저자는 또 말한다. 인간을  슬프게 하는 것은 밥벌이의 지겨움이 아니라 그것을 핑계 삼은 생할형 인간의 세속화 그 천박함이라고 했다.또한 삶을 바꾸고 싶으면 노는 방법을 바꾸라면서 캠핑,등산, 힐링투어를 생산적 의미로 대중화 시켜  삶의 질을 혁신해 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저자는 산에서 혼자 산다고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건 아니다. 현재 강원도 홍천 오대산 북쪽에 위치한 주말 레저농원 <캠프나비>에서 열린 인성 캠프를 운영하고 있고 <아시아엔>에 자연에 관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시인처럼 감성이 풍부하고 많은 책을 읽은  생각의 폭이 넓은 문장가임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77년전 겨울 저자의 나이 열 살 때, 큰 댁으로 설 쇠러 20여리 길을 갈 때를 회상하면서  그 꼬마가 이렇게 늙어 버렸다고 했다.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저자는 말한다.

<공부 중의 공부는 바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인생 대선배의 글을 읽으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해본 값진 시간이었다. 좋은 내용의 책을 펴낸 저자와 출판사에 감사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