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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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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18쪽 | 558g | 152*210*30mm |
ISBN13 | 9788991075931 |
ISBN10 | 89910759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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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간 망설이던 미술 치료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학회에서 주관하는 4일간의 고강도 이론 연수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던 지하철 안, 밀린 이메일을 확인하던 중 샨티 출판사의 신간 안내를 보았다. 그리고 책 소개에서 한 구절을 보고 심장이 막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이 한 번도 그들을 치료한다고 느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눈물이 핑 돌았다. 치료자와 치료를 받는 사람이라는 이분법에서 왠지 모를 오만함이 느껴져 거부감이 들고, 모든 사람이 자기만의 주관적 세계를 경험하며 살아가는데 과연 정상이라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치료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는 의문들이 연수 기간 동안 내내 해답 없이 맴돌고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이라도 얻은 듯한 느낌이었다.
정신 병원과 청소년거주치료센터. 듣기만 해도 나에겐 신변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밀려오는 곳이다. 그런 두려움을 안고 사람들을 대할 때 그 사람들과의 소통이란 과연 가능할까? 변화가 일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무력감이란 어떤 것일까?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글쓴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려니, 두려움 너머로 사람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웠다. 소개된 사람들의 사연에 마음이 많이 아프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하고, 그 사람들과 함께 한 시간과 경험에 묻어나는 글쓴이의 솔직한 두려움, 포기 하지 않는 강인함과 따뜻한 마음이 시도 때도 없이 눈을 붉히게 만들었다. 치료적 관계 이전에 인간 대 인간의 관계 맺기와 소통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야말로 더없이 인간적이고 전문가다워 존경스러웠다.
사람들과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들어있는 이론적인 설명들은 왜 계속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예를 들어 자기 안에 갇혀 소통이 안되는 것이라 여겨지는 자폐가 실은 너무나 공감이 잘 되어 주변의 자극을 다 감당하기 힘들어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기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것이라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있다는 것은 당장 받아들이기는 어렵더라도 조금 더 다양한 시각과 가능성으로 사람과 상황을 바라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리고 14개의 healing art workshop은 주변의 엄마들과 함께 하고픈 내용들이었다. 결혼도 안한 내가 어린 조카를 키우면서(조카도 나를 그만큼 키워주고 있구요), 조카 친구들 엄마들이나 학교 활동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엄마들을 보며 그 엄마들이 조금 더 행복해지면 아이들도 사회도 훨씬 더 행복해질텐테 하는 생각을 가끔하고 있는데 그런 엄마들과 부담없이 나누기에 좋아 보인다.
또한 단순한 듯 하나 따뜻한 색감과 정곡을 찌르는 듯한 명쾌함이 돋보이는 저자의 그림들은 가끔씩 하나의 그림을 붙들고 찬찬히 바라보며 명상하고싶다는 마음이 들게 한다.
내가 믿어주라고 하는 것은 객관적인 사실을 믿어주라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인 사실을 믿어주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우주선을 타고 온 것을 믿기는 힘들지만, 그가 자신의 갈 길을 잃었으며, 집으로 갈 수가 없고, 이곳에 혼자 떨어져 막막하다는 그 사실을 믿어주라는 것이다. 모든 거짓말에는 진실의 씨앗이 들어 있으며, 우리가 접속하고자 하는 진리는 속에 있는 그 씨앗이다.(p. 68)
내가 정신 병원에서 일하면서 환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불평은 자신의 병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불으면, 병이나 가난이나 살 집이 없다거나 하는 그런 것이 아니라 외로움이라고 했다. 치료를 더 잘 받았으면, 더 좋은 약물이나 더 좋은 의사를 만났으면 하는 게 아니고, 애인이 있었으면, 가족이 있었으면, 친구가 있었으면,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또 그 한 명이 하루라도 문병을 왔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환자이기 전에, 정신병자이기 훨씬 전에 나와 같이 외로워하는 인간이다. 공감하고 공감받고 싶어 하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다.(p. 136)
나는 미술치료사이지만 미술을 강요하지 않는다. 미술 치료는 예술적인 감성으로 소통을 하는 치료의 한 형태라고 배웠다. 내가 미술 치료사인 것은 내게 미술이란 언어가 가장 자유롭기 때문이지만, 내가 미술로 말걸기를 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미술로만 화답하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예술적인 감성으로 같이 창작을 한다면 이것이 시로 나오든 음악으로 나오든 움직임이나 춤으로 나오든 그 형태는 상관이 없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말걸기를 할 때, 미술로 안 통하면 음악 언어로, 그것도 안되면 시적인 언어로, 그것도 안 되면 몸짓으로라도 이 아이들과의 소통을 끌어내는 것이 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pp. 222-223)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
행복하기를 두려워 말아요...
책을 읽고 나니 책 제목이 주는 울림이 더 좋아서 몇 번을 되뇌어 보았다. 익숙한 삶의 모습이 더 편한 까닭에, 원하는 변화는 그저 머릿속에서나 맴돌며 미래로 미루고 있는 내 솔직한 마음이 들여다보여 ‘용기’라는 말이 내 삶에 깊게 뿌리 박기를 바라는 요즘의 나에게 준 삶의 깜짝 선물 같은 책이다.
덧붙이는 말: 샨티 출판사의 출간 안내 이메일을 받고 책을 구입하려고 제목을 넣어 검색하니 바로 눈 앞에 보인 결과가 서평단 모집 포스팅이었어요. 마침 그날까지 지원이 가능하길래 서평단에 지원해서 받은 책입니다. 그래서 저에겐 앞으로 제 길을 잘가라는 축복같은 느낌도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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