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랑하는 당신께 드립니다, 하나<br/>2.푸른 나날들<br/>3.벼랑에 피는 꽃<br/>4.어두운 방<br/>5.홀로 가는 길<br/>6.고개를 꺾고<br/>7.어긋나는 길<br/>8.재회, 그 아득함<br/>9.운명이라면<br/>10.슬픔을 심는 나무, 하나<br/>11.슬픔을 심는 나무, 둘<br/>12.길을 떠나는 사람<br/>13.봄<br/>14.계절이 오면<br/>15.그리움으로 가는 길<br/>16.간통

향기에 민감하여 계절마다 새로운 향기에 흠뻑 취하는 게 취미라는 작가답게 그녀의 글에서는 여러 가지 향기를 맡을 수 있다. 그래도 쉽게 고백하자면 투명한 물빛이 이 소설의 주된 색깔이다.



--- 백휴 (소설가)

이 소설은 편지글에서 시작하여 편지글로 끝을 맺는다. 편지의 절절한 글들이 가슴에 저리게, 시리게 다가온다. 엄마의 삶과 대비된 딸의 당당한 삶의 자세가 아름답다.



--- 이수광 (소설가)

아버지가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다는 것으로 알고 있는 민제는 소아마비로 한쪽 다리를 저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간다. 세월은 흘러 여고 2학년이 되던 가을, 마음속 정혼자인 성우로부터 반지를 선물받는다. 그 해. 친구 민자 생일에 초대받아 갔다가 민자 아버지의 젊었을 적 사진을 보면서 민제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민자 아버지의 사진이 민제 자신의 집에 걸려 있는 엄마의 결혼사진 속 아버지와 너무나 닮아 있는 까닭이다. 민제는 친구들 앞에서 민자 아버지와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 많이 닮았다는 말을 흘려놓는다. 그 말을 들은 민자 엄마의 눈빛이 예민해지고, 민자 아버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얼굴에 아득함을 그려낸다. 그때부터 민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어느 날 난데없이 민자 엄마가 집으로 들이닥친다. 민자 엄마는 엄마에게 화냥년이라고 몰아붙이며 갖은 행패를 부려놓는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당하기만 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민제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에 대해 깨닫게 된다. 그후로 민제는 매사에 엄마와 부닥친다. 급기야 그녀는 엄마를 떠나 친구 정희에게로 간다. 세월이 흐르고… 엄마에게서 영훈을 소개받는다. 내키지 않는 마음이었지만 그녀는 엄마가 소원하는 대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조강지처로 살아간다. 그러나 그녀의 평범한 꿈은 곧 깨어지고 만다. 영훈의 외도가 이유. 영훈의 외도가 일순간의 감정이 아닌 진실한 사랑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민제는 스스로 영훈을 포기한다.

이혼 후 민제는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을 닫는다. 그녀는 여행길에 오른다. 그 비참한 마음의 여로에서 그녀는 운명처럼 첫사랑 성우를 만나게 된다. 민제는 변한다. 의욕에 찬 생활이 다시 시작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의 강한 반대에 부닥친다. 민제는 세상의 윤리와 도덕에 대해 절망하여 성우를 멀리하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성우를 향한 마음은 깊어진다. 그러는 가운데 엄마의 불온한 사랑에 대해 조금씩 이해를 하게 된다. 엄마가 겪었을 사랑의 대가인 혹독한 아픔과 슬픔에 가슴 아파한다. 엄마와 민제, 두 모녀는 서로에 대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노력한다. 어느 날, 사랑은 운명이라는, 아니 사랑의 본질이 운명이라는 중얼거림으로 엄마는 민제의 사랑을 이해하고 용서한다. 그러나 또 다른 불화. 엄마의 숨겼던 병세가 밝혀진다. 엄마는 위암 말기 환자였다.

엄마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홀로 이 세상에 대해 이별한다. 유언으로 민제에게 한 통의 편지를 남긴다. 편지에는 민제 아버지와의 어쩔 수 없었던 사랑과 그 사랑을 지켜내기 위해 감내해야 했던 엄마의 고통이 절절하게 적혀 있다. 엄마는 편지의 한 줄에 이렇게 쓴다. "내 몸을 희생하면서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을 추하지 않게, 고귀하게 지켜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하여 평생 행복할 수 있었다는 엄마의 고백. 민자 엄마가 찾아온다.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너그러워지는 법. 민자 엄마는 엄마의 사진 앞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린다. 엄마의 고통의 이면에는 민자 엄마의 고통이 있었음을 민제는 비로소 실감한다.

민제의 또 다른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은 성우에게로 향하는 여행에 다름 아니다. 그 과정에서 민제는 성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또다시 확인한다. 그리고 결심한다. 이젠 성우를 놓치지 않으리라. 이윽고 민제는 성우를 만난다. 두 사람은 한몸으로 밤을 보낸다. 그 밤의 결과처럼 민제와 성우는 하나의 약속을 한다. 세상의 편견이나 따가운 눈총에 맞서나가기로. 그러나 민제의 바람은 곧 절망 속으로 빠져든다. 두 사람만의 여행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날, 성우가 머무는 숙소에서 그녀는 성우의 아내가 보낸 편지를 읽게 된다. 여러 장의 편지 속에는 가족사진이 끼워져 있다. 민제는 성우에게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떠난다. 편지는 성우의 아내의 옆에 놓여진다. 편지에는 자신이 성우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밝히지 않는다.

십 년 뒤, 민제는 아이와 함께 고속도로 한가운데 멈춰 있다. 휴가철이라 도로는 막혀 있는 상태. 차창을 내려놓고 시선을 멀리 앞쪽에 두고 있는데, 자신을 주시하는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고개를 외로 돌린다. 놀랍게도 성우의 얼굴이 앞에 있다. 성우의 옆자리에는 그의 아내가, 뒷자리에는 밝은 표정의 두 아이가 앉아 있다. 성우의 부드럽지만 안타까운 시선에 부닥친 민제는 순간 눈가에 핑글 눈물이 맺힌다. 얼른 고개를 돌려 외면하는데 성우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는다. "참 귀엽게 생겼구나." 성우는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은아에게 인형 하나를 건네준다.

나이에 상관없이 그녀는 아직 소녀 같다. 그녀의 소녀적 취향 탓일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애수에 젖어 있다. 애수(哀愁)－슬픈 시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절망의 향기인가.



--- 정석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