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여행 기행문, 에세이, 판타지물 등의 장르를 좋아하기 때문에 로맨스 소설은 참 오랜만입니다.

중학교때 특히 로맨스 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땐 학교에서의 학생들의 사랑을 그린 학원물도 참 좋아했지요.

마치 사춘기 소녀로 돌아간 것처럼 심장이 콩콩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책에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이아현 작가는 로맨스 소설을 여러 권 낸 작가입니다. 청어람 출판사도 로맨스 소설을 많이 출판해냈고요.

이런 로맨스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는 어떤 사랑을 경험했기에 이런 소설을 쓸 수가 있을까요? ^-^또한 이 책의 주인공인 열여덟살 소녀의 마음을 예쁘게 잘 표현하고 있는게 참 신기합니다.

그에게 어리다는 1부. 사제사이 / 2부. 부부 사이 / 3부. 연인 사이로 나뉘어있습니다.

사제간의 사랑이라... 금지된 사랑은 왠지 더 궁금해지기 마련이죠? 그들의 사랑이 어떻게 담겨있는지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그에게 어리다에는 열여덟의 소녀 유정이 나옵니다. 그녀는 열여덟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고모부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주 큰 기업을 운영하고 계셨는데 주식을 모두 유정에게 남긴겁니다. 그것을 노리는 고모부가 일부러 그녀를 맡기로 한거죠.

그녀의 부모님은 일을 우선시 하셨기에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지만, 그녀에게 강인하게 혼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을 주셨어요. 고모부집으로 간 유정은 행복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저... 살기 위해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감추겠다는 뜻을 보였지요.

그럼 그녀가 사랑하는 선생님은 누굴까요? 고모부집으로 이사하면서 전학을 갔어요.

학교에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하는 유정은 어느날 학교 옥상에 올라가게 되었는데 학교 옥상 문이 닫혀있는거예요.

 그리고 그 앞에서 만난 선생님.  자세히 따지자면 선생님은 아니고 그 학교의 이사장인 이한과 만나게 됩니다.

#p40

왜 옥상문을 잠가두는 거예요?

너같은 학생이 있을까봐

아 땡땡이요?

아니 뛰어내릴 것 같은 학생

유정이에게 떼쓰는 어린 아이 같다고 하지만, 왠지 이 아이가 신경쓰이는 이한,

정말 이 아이를 보면 옥상에서 뛰어내릴 것 같은 슬픔과 외로움이 담겨 있었거든요.

힘들때면 옥상을 오지 말고 이사장실에 와서 있다 가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 둘은 어느새 묘한 관계가 되죠.

이한의 마음은 중간 중간 <어린 왕자>의 이야기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한이 늘 곁에 두고 읽는 어린왕자.

어린왕자의 구절이 그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어 책의 내용에 윤기를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163

제발 나를 길들여줘 부탁이야

어떻게 해야 하니?

어린왕자가 되물었다. 어떻게 해야 길들일 수 있느냐고. 이에 대한 여유의 답은 실천하기엔 조금 어려운 것들이었다.

아주 참을 성이 많아야해. 처음엔 내게서 조금 떨어져 그렇게 풀 위에 앉아 있어. 내가 곁눈질로 볼 테니 너는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이란 오해의 근원이니까. 그렇게 하면 넌 매일 조금씩 가까이 다가와 앉게 될거야.

이 둘은 4년간의 이별의 과정을 겪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변하기도 했지만, 그대로이기도 한 그 둘...

그동안 이 둘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을지... 유정이 어린 나이에도 자신을 감추고 단단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

이한은 또 그녀를 어떤 마음을 떠난 것일까요...?

#p191

선생님이 준 것들은 아주 소중히 생각하며 썼어요. 만년필은 입학원서에 썼고, 어린왕자는 마음이 흐트러질 때마다 보았어요. 마지막으로 준 포스트잇은 가끔 보며 내가 가야 할 길을 생각했고, 그리움은 마지막 보루처럼 아껴놓았어요.

#252

힘들면 주위 어른들에게 손을 내밀라고 하셨죠? 그런데 날 힘들게 하는 건 주위에 있는 어른들이었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 수는 없잖아요.

사제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이지만, 사제사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유정과 이한의 속내를 더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둘은 둘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죠. 유정과 이한은 둘다 부모님을 일찍 잃었고, 이한은 여동생까지 잃는 사건이 있었어요. 그 후로 둘은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믿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둘 다 삶의 의욕이나 미래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지 못했죠. 그러나 그 둘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통해 자신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고, 미래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행복하고, 앞으로도 더 행복해지고 싶어하죠.

작가는 이 책을 통해서 아마 사람간의 마음을 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저도 마음을 여는게 참 어려워요. 그것이 남자이든, 여자이든...제 속 마음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할 만큼 친해지려면 시간이 참 오래걸리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연애의 시작도 참 오래걸리는 것 같아요.

로맨스 소설을 읽으니 오랜만에 설레는 제 마음이 벌써 봄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