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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5년 05월 1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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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7.86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4만자, 약 1.3만 단어, A4 약 26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86561034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01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사려니 숲을 가고 싶었다. 이름이 예뻐서였다. 제주 말(言)이라고 하는데 그 뜻을 떠나 ‘사려니’라는 말이 주는 부드러움과 포근함이 내가 사려니 숲에 가도 숲이 나를 내치거나 가둬버리지 않을 것 같았다. 어미의 품처럼 살포시 미소지으며 토닥여 줄 것 같은 이름이었다. 어미의 품 같은 ‘신성한 곳’(사려니 : 신성하다라는 의미가 있는 제줏 말)이 맞긴 한가보다. 관광객의 발길을 제법 끌어당기고 있는지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Somday Jeju는 여행책이나 에세이를 주로 출간하는 ‘북노마드’에서 발간한 비정기 잡지책이다. 내가 구입한 것은 <vol.2 제주의 숲>. ‘제주에서 카페하기’가 vol.1인데 제주의 카페에 대한 관심은 없다. 작년의 제주 여행에서 사려니 숲을 가려했다. 일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여행의 묘미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에 있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정도껏일 때라고 말해주고 싶다. 꼼꼼한 계획을 짠 것도 아니고 동선을 따라 굵직한 장소만 점처럼 포인트 잡은 일정이었다. 변수도 정도껏 있어야 한다. 작년 제주 여행의 변수는 '큰 변수'였다. 사려니 숲을 포기하고 엉뚱하게 아쿠아리움을 갔던. 두 장소는 대체 불가능한 전혀 반대의 장소였음에도 상황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큰’ 변수가 작용했던 것이다.
다음 제주 여행은 오름이나 숲 투어를 계획 중이다. 제주의 자연으로 더 들어가기 위해선 차라리 코스를 숲으로 잡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바다나 유명관광지는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인공의 색채가 제주도와 어울리지 않게 자리 잡아버린 것 같다. 사람 욕심이란 게 ‘나만 알고 싶은 곳, 나만 가고 싶은 곳’을 향한 갈증이 끝나질 않게 한다. 더 자연 속으로 가야 사람의 손이 덜 묻은 자연을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이제는 그것이 도피인지 힐링인지, 실은 나도 분간을 못하겠다.
만 원짜리 잡지 하나 사 읽으면서 서두부터 곁가지 얘기를 많이 하였다. 제주의 숲에 대하여 일목요연한 소개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알짜배기 정보를 가지고 다음 제주 여행 계획을 잘 짜보아야겠다는 기대감으로 읽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얘기가 앞섰다.
한마디로 책이 전체적으로 ‘어중간’했다. 일반 서적도 아니고 잡지라 보기에도 애매한, 고정적인 틀(편견)을 가진 일반 독자 입장에선 그랬다. (나는 내가 일반 독자라고 생각한다.) 여행 잡지라면 사진이 중요한데 사진의 수준이 지극히 평범했다. ‘뽀샵’이 보기 불편할 정도로 들어갔다. 몽환적이면서도 빈티지한 분위기로 연출하려 한 것 같은데 ‘숲’을 내건 잡지인 만큼 더 선명하고 초록의 이미지가 부각될 수 있는 사진이었으면 했다. 다른 잡지책과 달리 사진 중심이 아니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사진이 부각되려면 종이의 재질이 고급이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표지부터 속지까지 재생지 느낌의 책이다. 글자 크기도 너무 작다. 정보성 글도 아니다. 북노마드 편집부 직원들이 숲을 가서 느낀 것들을 수필 형식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 내용도, 편집도, 책 모양도 모두 어중간하다. 이도 저도 아니다. 정보라도 많았으면 했는데 달랑 주소와 입장료, 관람 시간, 소요시간, 동행에 관한 짧은 정보만 들었다. 감각적인 글이 몇 편 있긴 했으나 여기로 들어오니 그 글도 어영부영, 빛나질 못하는 것 같다. 내가 너무 혹평만 하나? 읽긴 편하긴 한데 뭔가 알맹이가 없는 느낌.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오는 피식, 바람 새는 느낌. 페이지 수를 채우기 위해 숲에 서식하는 식물들 소개를 한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던 건.. 내가 심한건가? 식물 하나 당 한 페이지를 할애하는 건 곱게 보이지 않았다. 잡지의 질을 떨어뜨리는 기획이다. 삽화로 식물을 하나씩 표현했는데 내가 그 숲에 간다한들 이 그림으로 본 식물을 기억도 못할 것 같다. 차라리 실물이 나았지 싶다. 도대체 이 잡지책의 정체성이 무엇이지? 내가 [숲]에 너무 몰입한건가. 짧은 소설도 들어있고 제주 대평리의 숙소 하나 카페 하나도 소개하였다. 이 실망은 제주의 숲에 관한 것만 있을 것이라고 고집스레 기대한 탓일지도 모른다.
아직 Somday jeju 시리즈가 출간된 지 얼마 안되어서 그러려니 하며 애써 불만을 눌러본다. ‘제주’라는 화두가 30대 여성들에겐 확 끌리는 소재인 만큼 넘치는 ‘제주’ 바람에 나름 신중하게 고른 책이 내 기대를 채우지 못해 불평이 더 컸나보다. 글 하나씩만 보면 이쁜 글들인데 잡지 전체로 봤을 때 처음부터 끝까지 중심을 잡아주는 축이 없는 느낌이다. <제주에서 카페하기>도 읽어보고 싶긴 한데 망설여진다. 살까, 말까. Vol.3은 어떤 책이 나올까. 1년이 지나도록 출간되지 않는 것 보면 별로 호응이 없어서 [섬데이제주] 시리즈가 시부적 사라지려나.
더 나아진 모습으로 3권이 나오길. 아직 실망하기엔 이른 거라고 나를 다독이고 있으니까. 그래도 눈에 띄는 점이 있었으니 김현정씨 글이 몇 편 실렸는데 다 좋았다. 섬세한 표현들이 마치 나를 숲에 데려다 놓는 것 같았다. ‘시간’에 대해 묘사한 부분을 발췌하며 리뷰의 마지막을 갈음한다.
몇 천 년의 시간이 비껴가기라도 한 듯, 눈앞에 놓인 오랜 시간을 애써 헐겁게 만드는 일. 두툼하게 쌓인 세월을 들추고 헤집는 일, 그것이 고고학이라 생각했다. 그런 건 도대체 얼마나 용감해야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생각했다. 헌데 그 놀라운 일을 해내온 것이 비자림이고 이곳의 나무들이고 계곡 사이를 잇는 다리를 건너 저만치 가장자리에 서 있는 비자나무의 할아버지로 불리는 ‘천 년의 비자나무’인 것이다. 천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이 비자나무는 시간 앞에 용기를 내고 있다. 단단히 내린 뿌리와 두툼한 나무통, 그 위로 흔들리는 비자잎들. 그것들은 지금 세월을 당해내고 있는 것이다. 천 년의 세월을 고이 모아 림(林)을 이루는 거. 현재의 시간으로 지나간 시간을 꺼내는 일. 무른 시간으로 굳어버린 시간을 깨우는 일. 그것은 숲길을 걷는 이들의 몫일까 숲의 몫일까. (30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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