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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5년 05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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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 EPUB(DRM) | 28.90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20.3만자, 약 6.7만 단어, A4 약 128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91130605241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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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를 잘 설명해 주는 문구가 있다.
오베는 자기가 어디로 갈지 확실히 모르는 경우에는 내내 앞으로만 쭉 걸어가는 남자, 길이란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지게 마련이라 확신하는 남자였기 때문이다.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원칙과 규칙,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기본을 지키려고 하는 그를 사람들은 까칠하다고 말한다.융통성이 없다고 말한다. 정말 오베가 잘못 살고 있는걸까?? 나도 처음엔 오베가 왜 이렇게 삐딱할까, 까칠할까.. 궁금했다. 굳이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될텐데, 왜 자꾸 싸우려고 하는걸까... 궁금했지만, 결국 그렇게 말하고 행동할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규칙과 규정을 말해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람들.. 그들에게 늘 경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오베가 너무 이기적인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도 오베는 나름 주민 자치회의에서 정한 규칙을 지키며 살았다. 오베는 그런 남자였다.
오베는 반년 전 떠난 아내의 곁으로 가려고 매일 자살을 준비한다. 하지만 죽으려고 할 때마다 사건 사고들이 발생한다.
패트릭과 파르바네 가족이 이사를 온 그 날도 오베는 죽을 준비중이었지만 실패했고, 이 마을의 주민들이 일으키는 사건 사고 덕에 오베는 죽으려다 못죽는 상황을 반복하게 된다. 오베의 아내 소냐의 뜻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오베는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갔다.
오베는 하얀 셔츠의 남자들과 싸웠다.
오베의 아내 소냐는 임신중에 오베와 스페인 여행 후 돌아오는 버스 사고로 아이도 잃고 휠체어도 타게된다.
그렇게 시작된 장애인 생활 5년 끝에 결국 암으로 죽었다.
그래서 오베는 하얀 셔츠를 입은 사람들과 싸움을 끊을 수 없었다.
버스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되버린 소냐를 위해 스페인 정부의 하얀셔츠 남자들을 상대로 싸웠고,
교사였던 소냐를 위해 학교에 경사로를 설치하려고 학교 및 시의원의 하얀셔츠 남자들을 상대로 싸웠고,
암에 걸린 소냐를 위해 더이상 가르치지 못하게 하는 학교의 하얀셔츠 남자들을 상대로 싸웠다.
한번 도 이긴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하얀 셔츠의 남자는 그간 대화를 하는 내내 감정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 채 오베를 관찰해왔다. 사실 오베가 하얀 셔츠의 남자를 만날 때마다 그는 사람보다는 로봇에 더 가까워 보였다. 오베의 인생에 뛰어들어왔던 다른 하얀 셔츠들과 마찬가지로. 사고 뒤 소냐가 죽을 거라고 말했던 사람들, 자신이 책임지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도 하지 않은 사람들. 학교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 그녀가 일을 하도록 놔두고 싶어하지 않았던 사람들. 자기들이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조항을 찾아내고자 조그맣게 인쇄된 구절들을 샅샅이 살펴보던 사람들. 그녀를 집에 밀어 넣고 싶어했던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자기들은 그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평범한 사람들을 마모시키다가 결국에는 그들의 삶을 갈기 갈기 찢어버리는, 반짝거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듯.
소냐는 오베가 자기의 이름 없는 분노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거기에 이름표를 붙일 필요가 있었다. 분류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의회의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들, 평범한 사람들이 식별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진 그자들이 그녀가 원치 않는 일들을 하려 할 때 - 일을 못하게 하고, 집에서 끌어내려 하고, 걸을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라고 암시하고, 그녀가 죽어간다고 우기려 했다 - 오베는 그들과 싸웠다. 서류들과 신문 투고와 민원 제기로, 학교에 이동 경사로를 설치하는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부. 그는 그녀를 위해 하얀 셔츠의 남자들과 정말로 끈덕지게 싸운 나머지 끝내는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그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일어난 일도.
그러고 나서 그녀는 더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세상에 그를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만약 소냐에게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암으로 죽지 않았다면.. 과연 오베는 하얀셔츠의 남자와 싸우지 않았을까?
오베라는 남자는 그렇지 않았을 것 같다.
그리고 오베는 변화를 싫어했다. 아니 변심이라고 해야하나??
오베의 자동차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사브를 시작으로 사브...로 끝난다.
절친한 친구 루네와 틀어진 것도 루네가 볼보만 타다가 BMW로 갈아탔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베의 이런 성향을 잘 보여주는 일화도 있었다.
소냐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정신적 혼란의 순간이었던 1980년대 중반에 자기가 오베를 설득해서 빨간색 사브를 사도록 했던 시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가 언제나 파란색 사브를 몰고 다닌다는 걸 알았는데도 말이다. "오베 인생에서 최악의 삼 년이었어요." 소냐가 킥킥거렸다. 그 뒤 오베는 파란색 사브 말고는 절대로 몰지 않았다. "다른 집 아내들은 자기가 머리를 새로 한 걸 남편들이 못 알아본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잖아요. 제가 머리를 하니까 우리 남편은 내가 달라졌다고 며칠 동안 짜증을 내더라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게 오베가 무엇보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늘 같은 것.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고,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다.
이렇듯 오베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도, 또 그런 세상에 맞춰서 빠르게 변해가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집짓는 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전구 하나 갈아끼지 못해 도움을 받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벽에 회칠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도, 자전거 하나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마을에서 오베는 꿋꿋이 자신의 규칙대로 살아간다. 불에 탄 자신의 집을 다시 짓고, 자전거를 고쳐주고, 운전을 가르쳐주고.. 그렇게 하얀셔츠의 남자와 싸우고, 마을에서 규칙을 지키지 않고 제멋대로인 주민들과 싸워대는 오베인데, 그런 오베라는 남자로 인해 마을의 평화는 지켜졌고, 사건 사고가 해결되었다. 오베는 결국 자신은 남겨질 사람들이 겪어야 할 슬픔 때문에라도 죽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오베 자신이 소냐의 죽음으로 겪었던 슬픔처럼. 어쩌면 이게 소냐가 오베에게 바라는게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결국 자살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오베에게 결국 죽음이 찾아왔다.
오베에게도 '군인'이라는 꿈이 있었지만 '심장병'으로 인해 꿈은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그 지병으로 인해 결국 죽게된다. 자신의 모든 재산을 옆집 얼간이 가족 파르바네에게 나눠주고 죽은 오베..
오베라는 남자는 어떤 남자인가.
과연 이런 남자가 얼마나 있을까.
어쩌면 저자는 오베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이 세상을.
점점 자기자신밖에 모르며 살아가는 이기적인 현대인의 부정적인 모습을.
비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오베를 통해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함을 가르쳐주고 싶은건 아니었을까.
진정한 편안함이란 무엇인지,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지, 인간으로서 최소한으로 지켜져야할 예의/배려는 무엇인지.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오베를 통해 변화된 마을과 주민들... 오베의 어떤 모습이 그들을 변화시켰을까.
변하지 않는 일관적인 모습??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면서 절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모습??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최소한으로 지켜야할 인간으로서의 모습이.. 오베라는 남자가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인간으로서 기본만 잘 지키며 살아도 우리가 바라는 모습의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소냐가 왜 오베라는 남자를 좋아했는지 알겠다.
좋다. 오베라는 남자.
[발췌] ==============================================
그는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것인 양, 마치 헌신이 아무 가치가 없는 양 인생을 살아가서는 안 된다고 느꼈다. 오늘날에는 사람들이 물건을 너무 자주 바꾸는 나머지 물건이 오랫동안 유지되도록 하는 전문 기술이 불필요한 것으로 취급됐다. 누구도 품질에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루네도, 다른 이웃도, 오베가 일했던 직장의 관리자들도. 이제는 모든 것이 전산화되어야 했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그 사람이 구식이 되어버리는 곳이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무언가를 제대로 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에 나라 전체가 기립 박수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범속함을 거리낌 없이 찬양해댔다.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타당성을 잃어버린 형태의 지식들만 넘쳐났다.
그는 자기가 주택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마도 그것들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라서 그랬으리라. 주택은 계산할 수 있었고 종이에 그릴 수 있었다. 방수 처리를 해놓으면 물이 새지 않았고, 튼튼하게 지어놓으면 무너지지 않았다. 주택은 공정했다. 공을 들인 만큼 값어치를 했다. 안타깝게도, 사람보다 나았다.
아마도 태어나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슬픔이 두 남자를 더 가깝게 이어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슬픔이란 그런 점에서는 믿을 만한 감정이 아니다. 사람들이 슬픔을 공유하지 않을 경우, 슬픔은 대신 서로를 더 멀리 밀어낼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베는 루네가 아들을 가진 걸 결코 용서 못했는지도 모른다. 정작 아비와는 잘 지내지 못했던 아들을. 어쩌면 루네는 오베가 그 문제로 자기를 용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결코 용서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두 남자 모두 자신들이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여성들에게, 그녀들이 무엇보다 원하는 것을 주지 못했다는 사실로 인해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루네와 아니타의 아들은 다 자라서 기회가 생기자마자 집을 떠났다. 그리고 루네는 스포티한 BMW를 구입했다. 딱 두 사람과 핸드백 하나 들어갈 자리가 있는 차였다. 왜냐하면 루네가 주차 구역에서 소냐를 마주쳤을 때 말했듯, 이젠 세상에 둘뿐이었으니까. "그중 하나는 남은 일생 동안 볼보를 몰지 못할 거고요." 그가 내키지 않는 미소를 지으려 애쓰며 말했다. 소냐는 그가 눈물을 삼키려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순간 오베는 루네가 자신을 영원히 포기했다는 사실을 꺠달았다. 그리고 아마 그 때문에 오베도 루네를 용서하지 못했는지 모른다.
그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둥 하면서 시끄럽게 떠드는 젊은이들을 결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삼십 대 직원들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곤 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더 많은 '여유 시간'을 얼마나 원하는지 같은 이야기만 해댔다. 마치 그게 일을 하는 유일한 목표인 양. 더 이상 일을 안 해도 되는 지점까지 이르는게 목표인 양. 소냐는 오베가 '세상에서 가장 융통성 없는 남자'라며 웃곤 했다. 오베는 그걸 모욕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는 세상사에는 질서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반복되는 일상이 있어야 했고 그 일상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그는 그게 어떻게 못된 성질머리가 될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소냐는 사람들에게 일시적인 정신적 혼란의 순간이었던 1980년대 중반에 자기가 오베를 설득해서 빨간색 사브를 사도록 했던 시절에 대해 얘기하곤 했다. 그가 언제나 파란색 사브를 몰고 다닌다는 걸 알았는데도 말이다. "오베 인생에서 최악의 삼 년이었어요." 소냐가 킥킥거렸다. 그 뒤 오베는 파란색 사브 말고는 절대로 몰지 않았다. "다른 집 아내들은 자기가 머리를 새로 한 걸 남편들이 못 알아본다는 이유로 짜증을 내잖아요. 제가 머리를 하니까 우리 남편은 내가 달라졌다고 며칠 동안 짜증을 내더라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그게 오베가 무엇보다 그리워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늘 같은 것.
오베는 사람들은 제 역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는 언제나 제 역할을 했고, 누구도 그에게서 그걸 빼앗아갈 수 없다.
하얀 셔츠의 남자는 그간 대화를 하는 내내 감정을 조금도 내비치지 않은 채 오베를 관찰해왔다. 사실 오베가 하얀 셔츠의 남자를 만날 때마다 그는 사람보다는 로봇에 더 가까워 보였다. 오베의 인생에 뛰어들어왔던 다른 하얀 셔츠들과 마찬가지로. 사고 뒤 소냐가 죽을 거라고 말했던 사람들, 자신이 책임지지도,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도 하지 않은 사람들. 학교에 장애인용 경사로를 설치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들. 그녀가 일을 하도록 놔두고 싶어하지 않았던 사람들. 자기들이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조항을 찾아내고자 조그맣게 인쇄된 구절들을 샅샅이 살펴보던 사람들. 그녀를 집에 밀어 넣고 싶어했던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텅 빈 눈을 하고 있었다. 자기들은 그저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평범한 사람들을 마모시키다가 결국에는 그들의 삶을 갈기 갈기 찢어버리는, 반짝거리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듯.
아마도 아니타의 기진맥진한 얼굴을 봐서였을 것이다. 더 큰 견지에서 보면 이 단순한 전투에서 이겼다는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꺠달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스코다가 갇혀 있건 말건 아무 차이도 없었다. 그들은 언제나 돌아온다. 그들이 소냐에게 그랬던 것처럼. 조항들과 서류들을 들고. 하얀 셔츠의 남자들이 언제나 이긴다. 오베 같은 남자는 언제나 소냐 같은 사람을 잃는다. 아무도 그에게 그녀를 되돌려주지 못한다.
결국 부엌 조리대에 기름칠을 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일이라곤 하지도 않는 하루하루가 길게 이어지는 것 외에 아무것도 남는 게 없었다. 오베는 더는 극복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 이 순간 확실히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싸울 수 없었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모든 게 다 멈추기만을 바랐다.
파르바네는 계속 그에게 반박하려 했지만 그는 그냥 문을 닫았다. 그녀가 문을 쾅쾅 두드렸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그는 현관의 의자에 주저앉아 자기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심장이 정말로 세게 뛰는 바람에 귀가 폭발할 것 같았다. 마치 거대한 어둠이 숨통을 걷어차기라도 한 것처럼, 가슴의 압박이 20분 넘도록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베는 울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모두 품위 있는 삶을 원해요. 품위란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무언가를 뜻하는 거고요." 소냐는 그렇게 말했다.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에게 품위란, 다 큰 사람은 스스로 자기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사실을 뜻했다. 따라서 품위라는 건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었다. 스스로를 통제한다는 자부심. 올바르게 산다는 자부심. 어떤 길을 택하고 버려야 하는지 아는 것. 나사를 어떻게 돌리고 돌리지 말아야 하는지를 안다는 자부심. 오베와 루네 같은 남자들은 인간이 말로 떠드는 게 아니라 행동하는 존재였던 세대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물론 소냐는 오베가 자기의 이름 없는 분노를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거기에 이름표를 붙일 필요가 있었다. 분류할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시의회의 하얀 셔츠를 입은 남자들, 평범한 사람들이 식별할 수 없는 이름을 가진 그자들이 그녀가 원치 않는 일들을 하려 할 때 - 일을 못하게 하고, 집에서 끌어내려 하고, 걸을 수 있는 건강한 사람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라고 암시하고, 그녀가 죽어간다고 우기려 했다 - 오베는 그들과 싸웠다. 서류들과 신문 투고와 민원 제기로, 학교에 이동 경사로를 설치하는 사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전부. 그는 그녀를 위해 하얀 셔츠의 남자들과 정말로 끈덕지게 싸운 나머지 끝내는 그녀에게 일어난 모든 일을 그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일어난 일도.
그러고 나서 그녀는 더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세상에 그를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사람이란 근본적으로 시간에 대해 낙관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무언가 할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말할 시간이 넘쳐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무슨 일인가가 일어나고 나면, 우리는 그 자리에 서서 '만약'과 같은 말들을 곱씹는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소냐는 그렇게 말하곤 했다.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 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 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자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물론 오베는 예시로 든 옷장 문이 혹시 자기를 가리키는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는 소냐가 "나는 가끔요, 기초가 처음부터 몽땅 흔들리면 고칠 수 있는 게 있기는 한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라고 중얼거리는 걸 이따금 들었다. 그녀가 그에게 화가 났을 때 하는 소리였다. 그는 그녀가 이야기를 어디로 몰고 가려는 건지 무척 잘 알았다.
자기가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란 어렵다. 특히나 무척 오랫동안 틀린 채로 살아왔을 때는 더.
죽음이란 이상한 것이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 양 인생을 살아가지만, 죽음은 종종 삶을 유지하는 가장 커다란 동기 중 하나이기도 하다. 우리 중 어떤 이들은 때로 죽음을 무척이나 의식함으로써 더 열심히, 더 완고하게, 더 분노하며 산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죽음의 반대 항을 의식하기 위해서라도 죽음의 존재를 끊임없이 필요로 했다. 또 다른 이들은 죽음에 너무나 사로잡힌 나머지 죽음이 자기의 도착을 알리기 훨씬 전부터 대기실로 들어가기도 한다. 우리는 죽음 자체를 두려워하지만, 대부분은 죽음이 우리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데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더 두려워한다. 죽음에 대해 갖는 가장 큰 두려움은, 죽음이 언제나 자신을 비껴가리라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를 홀로 남겨놓으리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늘 오베가 '까칠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빌어먹을 까칠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저 내내 웃으며 돌아다니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게 누군가가 거친 사람으로 취급당해 싸다는 얘긴가? 오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한 남자를 이해했던 유일한 사람을 땅에 묻어야 할 때, 그의 내면에 있던 무언가는 산산조각이 난다. 그런 부상은 치료할 수 없었다.
시간은 묘한 것이다. 우리 대부분은 바로 눈앞에 닥친 시간을 살아갈 뿐이다. 며칠, 몇 주, 몇 년.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아마도 바라볼 시간보단 돌아볼 시간이 더 많다는 나이에 도달했따는 깨달음과 함꼐 찾아올 것이다. 더 이상 앞에 남아 있는 시간이 없을 때는 다른 것을 위해 살게 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건 추억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을 꼭 쥐고 있던 화창한 오후. 이제 막 꽃들이 만개한 정원의 향기. 카페에서 보내는 일요일. 어쩌면 손자들. 사람은 다른 이의 미래를 위해 사는 법을 발견하게 된다. 그건 소냐가 곁을 떠났을 때 오베 또한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는 거소가는 다른 이야기였다. 그는 그저 살아가는 걸 멈췄을 뿐이었다.
슬픔이란 이상한 것이다.
책 표지부터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까칠한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고, 첫 장부터 아이패드를 사러 가서 점원에게 화만 내는 ‘오베’를 보면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은 것일까 싶었다. 그저 까칠한 남자가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것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오베’라는 할아버지에게 정(?)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오베’가 원리원칙 데로 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고 나서부터였을 것이다.
P153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될지 결정을 내릴 때가 오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은 사람인가 하는 때가.
P158 살다보면 자신이 어떤 남자가 될지를 결정하는 때가 온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는 인간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결정하는 때가.
‘오베’는 원리원칙 데로 살 수 밖에 없는, 까칠해 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물려주신 집을 잃었을 때, ‘톰’이 객차에서 도둑질을 했다는 오해를 비난 했을 때 ‘오베’는 다른 사람이 기어오르게 놔두는 사람이 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짓밟게 놔두지 않기로 결정되었다. 분명 그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았지만 피해는 항상 그가 받게 되었다. 어째서 착한 사람은 착하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걸까? 도대체 정의가 이기는, 정직함이 이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그토록 까칠한 ‘오베’도 한 여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소냐’. 그들이 만나게 되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두근두근 거렸다. 1 또는 0 뿐인 흑백인 남자와 감수성으로 무장한 칼라풀한 여자의 만남.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다.
P206 그는 아버지가 입던 갈색 정장이 살짝 꽉 끼는 널찍하고 슬픈 어깨였다. 그는 정의와, 페어플레이와, 근면한 노동과, 옳은 것이 옳은 것이 되어야 하는 세계를 확고하게 믿는 남자였다. 훈장이나 학위나 칭찬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래야 마땅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종류의 남자들은 이제 더 이상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소냐는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 남자를 꼭 잡았다. 아마 그는 그녀에게 시도 써주지 않을 테고 사랑의 세레나데도 부르지 않을 것이며 비싼 선물을 들고 집에 찾아오지도 않을 테다. 하지만 다른 어떤 소년도 그녀가 말하는 동안 옆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게 좋다는 이유로 매일 몇 시간 동안 다른 방향으로 가지는 않았다.
이 글귀에서 그녀가 다르게 보였던 점은,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선택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믿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외모, 학벌 등 조건을 우선시하며 사람을 만나는데 그 이유를 가만히 살펴보면,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감정에 충실한 ‘소냐’의 모습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끔 만든 부분이다. 나에게도 진정한 것을 볼 줄 아는 눈, 그런 안목이 생기길 바래본다.
‘소냐’가 죽은 뒤 ‘오베’는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자살을 결심하게 되는데 그의 이웃들 덕분(?)에 그는 쉽게 죽지 못한다. 그 중 이웃집에 임신한 부인으로 ‘파르바네’가 자주 등장하는데, 읽는 동안 나도 ‘오베’처럼 그녀가 너무나 못마땅했고, 꼴보기 싫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베’가 ‘파르바네’를 대하는 게 조금씩 달라지는 것처럼 나도 조금씩 변해갔고 책 마지막에는 ‘오베’를 향한 그녀의 눈물이 고스란히 전해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모든 사람은 항상 싫어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왜 싫어하냐 하면 자신이 경험하여 싫은 이유가 있기 때문에,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지어 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처음에는 ‘오베’를 그저 까칠한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마지막에는 그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그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까칠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겉으로 보이는 까칠함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우리가 미워하고 싫어하는 감정들은 단지 그(그녀)를 잘 알지 못함으로써 나오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후줄근한 츄리닝 차림으로 매일 같이 옥상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옆집 아저씨도, 술만 마시면 소리를 지르는 2층 아저씨도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모른다.
급성 패혈증으로 검사 도중 죽음을 맞은 이웃의 부고를 전해 듣고 문상을 다녀오는 길 일흔 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영정 사진 속 주인공은 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이 쉰을 바라보는 나이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다고 여길 때면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새롭게 발견한다. 죽음이 자신을 비껴가 지인들은 모두 떠나고 홀로 남아 추억 속 그들을 불러내어 반추하며 살아가는 일은 절대 고독의 심연 속으로 끌어가고 말 것이다. 친구들은 우스갯소리로 먼저 묵게 되면 무덤에 와서 술 한 잔 따르며 말도 좀 걸어주라는 말을 들을 때면 처연해지고 만다.
말수가 적은데다 원칙적인 삶을 고수하며 타협하기를 거부하던 오베의 황량한 삶에 소통의 빛으로 자리했던 소냐의 죽음은 그의 삶에 품위를 앗아 가버렸다. 논리 정연한 문제해결로 정답을 찾아가는 수학을 좋아했던 소년 오베에게 일상성이 깨지는 일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지만 불가항력적인 혈육의 죽음은 세상에 홀로 남은 이가 감내하며 살아야 할 몫으로 남았다. 세상사에는 질서가 있어야 하고 반복되는 일상이 있어 안정감을 찾을 수 있는 생활이 지속되길 바랐던 이에게 일상성의 균열은 스스로를 고립된 섬에 유폐하는 일로 이어졌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일에 적극적이었던 오베는 자동차 엔진을 이해하고 그것을 능숙하게 부릴 줄 알았다. 엄마를 여의고 떠나버린 엄마의 소소한 기억들을 가슴에 묻고 살면서 부자지간은 침묵 속에 추억 속 인물을 불러내며 지냈다.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아버지였지만 엔진을 정밀하게 이해하여 그는 고장 난 차를 완전하게 고쳐 전문성을 겸비한 이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기능장으로서 품위를 갖춰 갔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실천하는 아버지의 성향을 닮은 아베는 아버지마저 여의고 열여섯에 아버지가 일하던 곳에서 현장 일을 도우며 기술자의 자질을 길러가던 중 불미스런 일로 누명을 썼을 때도 의연하게 대처하며 품위를 지킬 줄 알았다. 말문을 닫고 지내던 오베에게 누구도 쉽게 말을 붙이지 않았을 때 친절함 이면에 자리한 잇속을 드러내며 접근한 남자에게 보험사기를 당하였을 때도 그는 크게 맞서지 않았다. 물건들은 저마다 쓰일 곳이 정해져 있게 마련이지만 사람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들은 과욕이 낳은 똥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푸념하며 오베는 물건의 올바른 기능을 존중하였을 뿐이다.
목적지를 오가는 열차 안에서 책과 고양이 아버지를 좋아하였던 소냐를 만남으로써 웃음을 잃고 지낸 오베는 웃을 줄 알았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유일한 존재로 각인되어갔다. 오베는 소냐를 만나기 전까지는 삶을 지속하였지만 진정으로 살았던 게 아니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성실함으로 무장한 그는 주택 회사에 고용되어 장기근속하며 의무를 다하였고 소냐와 결혼하여 비로소 가족을 떠나보낸 절대 고독의 심연에서 조금씩 벗어날 수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눈을 뜨고 일과를 시작하던 안정적인 일상이 지속될 때는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소중한 줄을 모른다. 하지만 돌연한 사고로 치명적인 화를 입고 재앙에서 헤어나기 힘들 때면 일상의 리듬이 지속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줄 알게 된다.
소냐가 떠나고 그녀가 남긴 사진 속 추억들을 끄집어내어 지난날을 반추하지만 그녀가 남기고 간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오베 역시 그녀의 뒤를 따라 죽음을 결심하지만 이웃의 기습적인 방문과 누군가의 도움 요청은 인위적으로 목숨을 끊기로 한 날을 유예하게 만들었다. 평화를 사랑하고 상대에게 해를 끼치는 언행을 삼가는 원칙을 고수하며 살아온 오베는 정신을 잃고 선로에 떨어진 남자의 목숨을 구하고 영웅으로 떠올라 일간지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도 그는 으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는 태도로 일관하였다. 행동하는 남자로 소통하며 지냈던 루네가 기억을 잃고 의존적으로 숨을 쉬며 사는 그를 마음대로 처분해도 되는 짐짝처럼 말했을 때도 오베는 그의 존엄성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했다. 무언가 해야 할 일이 잇달아 생겨나 유예해두었던 죽음에 임박하였을 때 그는 사후의 일을 문서화하여 변호사에게 일임하였고 인연을 맺고 지낸 이웃에게 짧은 편지를 전하였다.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그 사람이 죽고 난 뒤 살아남은 자들의 평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조문객 금지. 시간 낭비 금지!’
라는 오베의 유언이 무색할 정도로 그의 장례식에 조문객은 많았다. 사랑하는 이를 먼저 떠나보내고 그들을 추억하며 오랫동안 홀로 살아야 하는 이의 고통은 커 보인다. 소냐가 곁에 있던 세상과 그녀가 유택(幽宅)에 갇혀 불러도 대답 없는 메아리로 허공 속에 흩어져 버리는 씁쓸함은 죽음으로 결별한 이들의 고통 속에 자리한다. 행동으로 보이며 진정성 있는 실천력으로 그만의 사랑 방식으로 이웃을 배려하며 지냈던 오베는 죽어가면서도 지켜야 할 품위를 잃지 않았다. 융통성 없는 남자라는 말을 들을 때도 화를 내지 않고 넘길 수 있는 아량은 소냐를 향한 오베의 깊은 사랑에서 발현되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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