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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5월 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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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10.49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5.2만자, 약 4.9만 단어, A4 약 95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35011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18일 ~ 2024년 10월 18일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6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제와 다르지 않은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서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피곤하다. 하지만 의미가 없는 삶은 얼마나 허무한가. 같은 듯 다른 하루 속에서 의미로 다가오는 어떤 순간을 발견한다면 정말 괜찮은 생이 아닐까. 이런 이상한 말들을 쏟아내는 건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느낌 때문이다. 염승숙의 『그리고 남겨진 것들』을 읽고 난 후 내게서 떠나지 않는 기운들 말이다.
염승숙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아니 성장했다는 표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환상과 현실을 자유자재로 갖고 노는 기존의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현실의 상처와 슬픔을 풀어내는 방법으로 환상을 택했다. 감정을 지닌 환상이라고 하면 맞을까. 죽은 후에 벽돌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남겨진 것들」, 잠들지 못하는 불면을 위해 고가의 수면제인 잠이 유통되는 세상을 그린 「완전한 불면」, 국가가 통제하는 질병 시스템으로 아무도 모르는 사이 사라져야 하는 무서운 미래 「호우」, 타인과의 소통이 부재로 점점 누군가를 잊고 사는 모습을 얼굴이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한 「양의 얼굴」은 현실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고통을 꿈을 꾸는 듯 그려낸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질병을 국가에서 관리하는 모습이나 소통이 사라진 쓸쓸한 사회는 미래의 우리 모습이 아닐까 두렵기도 하다.
‘우리는 왜 몰랐을까. 어른이 되면 매일 울고 싶어진다는 걸, 나를 위해 울어줄 누군가가 그리워 기어코 적막을 감내한다는 걸.’ (「양의 얼굴」279쪽)
결국엔 모두가 혼자라는 걸 알면서도 죽음을 통한 이별은 익숙해질 수 없다. 등에 소나무가 자라는 아버지의 일상과 죽음 후 온라인 기록을 삭제하는 일을 하는 아들을 통해 사라지는 것에 대해 말하는「습濕」과 연락이 끊긴 아버지를 대신해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며 그리워하는 「노래하는 밤 아무도」는 진한 여운을 남긴다. 존재하지 않는 자의 흔적을 지우며 그를 기억해야 하는 고통과 부재를 통해 존재를 인정해야 하는 시간은 누구도 피할 수 없기에.
‘잊어야 하는 것과 잊지 말아야 하는 것, 잊히는 것과 잊히지 않는 것의 간극에 무엇이 위치해 있는지, 그는 알 것도 모를 것도 같았다. 사라지는 것은, 잊히는 것은, 어떤 의미로든 슬픈 것이다. 그것은 연민도 무엇도 아니지만, 때로는 노력해서라도 기억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덧없이 되풀이될 따름이었다.’ (「습濕」48쪽)
그리워한다는 것만으로 상실의 슬픔이 상쇄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기억을 재생시키는 일은 거대한 통증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통증의 반복으로 그것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이다.
자전적 소설 「청색시대」에서 염승숙은 절망의 색을 청색이라 말한다. 절망은 죽음의 다른 말이며 어떤 삶을 살았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존재라는 걸 확인시킨다. 유독 내게만 강하게 불어오는 청색이라고 믿고 좌절하는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전한다. 어떤 과거를 지녔든 어떤 미래를 꿈꾸든 사라지고 만다는 걸 말이다. 그리하여 사라지고 남겨진 것들이 무엇이든 우리는 오늘을 사는 것이라 단호하게 말한다.
‘푸르고, 푸른 바람이 분다. 너는 알았는지? 멈추지 않고 불어오는 푸른 바람만이 도시를, 세계를, 의식의 내부를 훠이훠이 휩쓸고 지나간다. 거미가 제 거미줄을 펼친 채로 날아가듯, 머나먼 사막에서 황사가 진군해오듯, 푸른 바람은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덮친다. 색을 띠는 모든 것에 푸른 바람이 모래처럼 내려앉으므로 그것은 청사(靑沙)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청색시대」3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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