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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05년 12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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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09분 | 180g |
연령제한 | 18세 이용가 |
2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다른 것들도 그렇지만 이유없이 보는 영화는 없는 것 같다. '천상의 피조물'이라는 단어를 들은 것은 작년 12월의 어느날 코엑스에 있는 메가박스에서 마지막으로 '그래비티'를 상영하는 날이었다. 그 영화를 3D로 본 후에 같이 본 사람 중에 한 분이 "천상의 피조물 보셨어요?"라고 물어봤다. 나는 "아니요."라고 대답했다.
'천상의 피조물'이라는 영화 제목은 나에게 특이할 뿐만 아니라 제목만으로 어떤 영화일지 짐작이 안되었다. 그리고 나는 지인이 집에서 이 영화를 빵빵한 오디오와 커다란 화면으로 봤다. 피터 잭슨의 작품이고 '타이타닉'의 여주인공이었던 케이트 윈슬렛('타이타닉' 이전이라 더 어리다)이 나온다고 그분은 설명했다. 나는 영화는 영화 그대로를 기억할 뿐 어떤 감독이 나오고 어떤 배우가 나오는지 그리 신경쓰지 않는다(사실은 무지하다^^;). 그래서 그러냐고 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DVD인데도 화질은 그리 좋지 못했다. 비디오 화질이다. 옛날 영화같다. 해설도 그렇고 옷차림도 옛스럽다. 그래도 뉴질랜드의 이 도시가 얼마나 평화롭고 싱싱한지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곳은 따뜻한 햇살, 푸른 숲, 맑은 물, 이곳은 '천상'의 에덴 동산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소녀가 쫓기듯 작은 숲속길을 달린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줄 알았다. 그러나 카메라는 두 소녀만 비출 뿐이다. 두 소녀에게는 피가 묻어 있었고 어떤 아줌마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 평화로운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단 이 시점에서 지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유난히 친한 친구 한 두 명은 있었던 것 같다. 학년이 올라가고 가는 학교가 달라도 또 다른 친구를 만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히 그 친구와 친할 이유가 없었던 것 같은데 그 친구와 있으면 기분이 좋았고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 물론, 이런 친구와 너무 붙어다니다 보면 성적이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지만 누구나 학창시절에 죽이 잘 맞고 마음이 통하는 친구 한 두 명은 있었을 것이다.
이 영화에서 언제나 딱 붙어다니며 마음이 통하는 여학생 두 명이 있다. 한 여학생이 전학을 왔고(케이트 윈슬렛) 둘은 금새 친해진다. 친해지려면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 전학 온 친구는 폐가 안 좋았고 다른 친구는 다리가 안 좋았다. 그래서 이 둘은 체육시간에 다른 친구들이 운동장에 있을 때 운동장 한쪽 구석에 있었다. 그리고 이 둘은 그림을 좋아하고 동화 속 환상 세계에 심취해 있다. 그런 세상이 어디엔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 세계를 '제 4 세계'라고 부르고 둘은 동시에 그 환상적인 세계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 둘은 한 마디로 '미친(MAD)' 것이다. 이 둘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잠도 같이 자기도 한다. 한 친구가 폐가 안 좋아져서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다른 친구는 며칠동안 말을 하지 않아서 부모는 걱정을 한다. 전학 온 친구의 아버지(교수)는 이 둘의 '과도한 우정'을 심각하게 생각하여(레즈비언 성향을 의심한 듯) 다른 친구의 부모와 이 둘의 과도한 우정에 대하여 상의한다.
전학왔던 친구의 아버지가 학교에서 해고당리고 어머니와 이혼을 하여 이 친구는 배를 타고 영국에 가야 할 신세다. 이 둘의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이다. 학창 시절에 정말 친한 친구와의 이별은 누구나 겪기 마련이다. 보통 부모님의 이직, 이혼이 그 이유이다. 그때는 찢어질 듯이 가슴이 아프지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둘은 '과도한 우정'만큼 위기 상황에 대한 반응도 과도했다. 부모의 협박, 달래기가 전혀 먹히지 않았다.
이 둘은 몰래 미국으로 튈 준비를 한다. 계획을 세우고 자금을 모은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 아이일 뿐이다. 헤어져야 할 날은 점점 다가온다. 그러다가 이 둘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실행하기로 결정한다.
이 둘이 동시에 환상 세계를 경험할 때, 점토로 만든 성과 점토로 만든 사람들이 정교하고 멋졌다. 이 둘이 신처럼 추앙하는 그 성악하는 남자(이름이 뭐더라?) 역시 점토로 만들어졌다. 오즈의 마법사를 보는 듯 했다. 하얀 유니콘도 나왔고 커다란 나비도 나왔다. 이 둘은 멋진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기도 했다.
둘은 공범이 되었다. 한 아이가 돌로 머리를 내리치자 나머지 아이가 그 돌을 빼앗아서 말리는 듯 했으나 역시 내려친다. 그렇게 엄마는 죽었다. 엄마가 무슨 죄가 있을까? 딸을 설득하고 잔소리한 죄일까? 이 둘은 정말 이 살인을 통해 자신들이 헤어지지 않는다고 믿은 걸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내용 중 일부는 실제 일기장의 내용이라고 한다. 두 소녀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고 둘이 다시는 만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석방했다고 한다. 살아있다면 지금쯤 두 소녀는 일흔쯤되었을 것이다(당시 나이가 14, 15세 정도).
MAD -> SIN
MAD와 SIN은 환상속의 성에 걸린 단어들이다. 이들은 미쳤고 사람들이 왜 자신을 이상하게 보는지 알았다고 했다. 미치면 죄를 짓기 쉽다. 이 둘의 과도한 우정은(성관계 비슷한 것까지 갔음) 둘에게 눈이 멀게 했고 제정신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한 것 같다. 그래서 해서는 안 될 죄를 짓게 되었다.
이 죄는 이 둘에게만 있는 게 아니다. 주위 사람들 역시 공범이다. 좀 특이하고 과도한 우정이지만 있는 그대로 봐줬다면 이 둘은 무모한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둘은 하나였을 때 철저히 고립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비슷한 처지의 상대를 만났을 때 너무나 좋았을 것이다. 이 둘을 고립시키고 왕따시켰던 주위 사람들(부모 포함) 역시 이 살인의 공범이다. 어찌보면 모든 범죄에 대한 책임의 일부는 는 그 사회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본 후에 부모와 자식 사이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봤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벽이 있다면 자식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있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너의 편이라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비극은 멀리 있지 않을 수 있다. '천상'의 에덴동산 같이 아름다운 곳에서도 비극은 존재할 수 있다.
영화 본 시간과 장소: 2014년 3월 9일(일) 밤, 분당 지인의 집에서 DVD 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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