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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 | 2015년 07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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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무게, 크기 | 111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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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끼를 혼자 먹는다.
혼자 밥을 먹는 일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니니 익숙한 일이다. 그런데 몸이 좋지 않으면서 밥이 먹기 싫은데 혼자 먹는 것은 곤혹스럽기 그지없는 일이다. 음식의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된지 오래다. 더군다나 포진으로 입술부터 혓바닥, 잇몸까지 벗겨지는 일을 겪고 나서는 삼주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혓바닥이 아프다. 포진이 심할 때는 입에다 재봉질을 하는 것처럼 아팠다. 아파도 먹어야 해서 눈물을 흘리며 한 입 한 입 먹었다. 입맛도 없고, 밥맛도 없지만 그나마 먹지 않으면 더 견디기 어려울 테니 먹어야 산다는 마음으로 먹는다.
승강기 안에서 가끔 보는 같은 라인 아주머니들은 종종 어떻게 하면 그렇게 날씬하냐고 묻는다. 그럼 나는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못 먹어요.” 안 먹는 게 아니라 못 먹으니 살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너무 먹어서 살찐다고 걱정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나는 매번 먹을 때가 좋은 거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런 맛도 모르며 살기 위해 꼬박꼬박 하루세끼를 챙겨먹는 나는 먹으면 먹을수록 우울한 기분이 든다.
이런 처지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먹방에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러니까 대리만족이다. 내게 있어서 모든 음식의 맛은 어차피 추억과 상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먹고 싶다고 생각해서 먹어보면 아무런 맛도 나지 않고 내 머릿속의 맛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먹어봐야 그 맛이 아닐 거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먹어 봤자다. 산해진미도 입으로 즐길 수 없다면 어차피 상상에서만 존재하는 맛이라면 그냥 먹방으로 즐기는 게 최선인 형편이다. 그런데 먹방도 요즘 유행하는 식당추천 먹방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다보니 주로 영화를 많이 본다. 웬만한 요리영화는 다 봤는데 역시 음식 영화는 일본 영화가 좋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가을 편과 겨울 봄 편을 모두 봤다.
토호구 지방에 코모리라는 시골마을이 있다. 농협 슈퍼가 있는 마을까지 가는데도 자전거타고 삼십분은 가야하는 깡촌이다. 그 깡촌에 어울리지 않게 젊은 이치코라는 아가씨가 농사를 짓고 있다. 본래 엄마랑 같이 살았는데 이치코가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에 엄마가 갑자기 떠나 버렸다. 온다간다 말도 없이 떠난 엄마 때문에 이치코도 마을을 떠나 있다가 도시 생활에 지쳐 숨을 곳을 찾듯 다시 코모리로 돌아왔다.
코모리에서 벼농사도 짓고, 밭에다 팥, 감자, 양배추, 당근, 토란 같은 농작물을 기르며 먹고 살고 있는 이십대 초반의 젊은 아가씨 이치코는 끊임없이 몸을 움직인다. 아무리 젊어도 몸이 남아나지 않도록 끊임없이 끊임없이 일을 하는데 그 일중에서도 영화가 다루는 것은 바로 밥을 해 먹는 일이다. 이치코의 밥은 여름에는 빵과 수유 잼, 가을에는 밤조림과 호두밥, 겨울에는 생크림 케이크, 핫또, 봄에는 배추 꽃봉오리 파스타, 감자 샐러드 등이다. 이치코는 고된 노동을 통해 식재료를 구하고 그 식재료를 사용해 묵묵히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특별할 것 없는 음식들이지만 정갈하고 맛있어 보인다. 나도 어지간하면 나 자신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을 즐겨했던 사람인데 요즘은 쉽지가 않다. 이치코는 온전히 자기가 먹기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음식을 하는데 그 열심이 실은 순수하지 못한 열심이었다.
삶에 지쳐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열심'이었던 탓에 출구를 찾지 못하는 '열심'이가 되었다. 처음에는 그냥 열심이만 했지만 한계절을 보내며 엄마의 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치코는 진짜 열심이 살기 위해 코모리를 떠난다. 처음에 엄마 편지를 받았을 때 원과 나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곧 이치로는 그게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고 코모리를 떠난다. 그건 이제 다시 코모리로 돌아올 때 회피가 아니라 진짜로 돌아오기 위한 떠남이었다.
극중 이치코의 후배가 코모리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몸으로 경험하지 않고 주워 들은 이야기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에게 신물이 나서 돌아왔다고 했다. 최소한 자신의 부모님과 코모리 사람들은 몸으로 경험한 것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이치코는 오년 뒤에 진짜로 남편과 아이들을 데리고 코모리로 돌아와 땅과 하늘 자연을 기리는 열정적인 춤을 춘다.
서사는 최대한 절제하고 음식과 노동에 집중한 영화다. 그 노동이 너무 과해서 좀 힘겹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그립다. 나이가 들면 농사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 같은 사람도 씨를 뿌리고 수확을 하는 이야기에 향수를 느끼는 DNA 가 발현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향수도 음식의 맛과 똑같은 향수다. 결국 먹어보면 아무 맛도 느끼지 못할 음식마냥 상상 속의 일, 대리만족의 일일 뿐이다. 나는 고구마 줄거리도 까기 힘들어 해먹지 못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다. 겨우 껍질 벗기는 일에도 허리부터 온 몸이 아프다. 쯪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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