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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7월 0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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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16쪽 | 735g | 153*224*35mm |
ISBN13 | 9788964357774 |
ISBN10 | 8964357779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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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학에 대한 나의 인식은 어린 시절에 보았던 지구본과 지리부도에 머물러 있었다. 그나마 지형과 지리가 역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고 이안 모리스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를 통해서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대단치 못한 수준이다.
하름 데 블레이의 [왜 지금 지리학인가]는 지리학은 무엇이고 지리학은 왜 중요한지를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다. 서문에서 하름 데 블레이는 '지리적 문맹은 국가 안보에 크나큰 위협이 된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리고 베트남 전쟁 당시 로버트 맥나마라의 실책과 번민에 찬 회고록을 살짝 언급하고 있다.
지리에 대한 수준이 겨우 국가의 경계선과 지형 정도에 머물러 있기에 지리와 국가 안보가 어떠한 위협이 있을까 궁금했다. 책을 조금 읽고서야 여기에 대한 의문이 조금 해결이 되었다. 단순히 땅의 형태가 어떻게 생겼다를 다루는 것이 지리학이 아니었다. 그 정도라면 16세기 이후 펼쳐진 탐험과 측량들고 거의 대부분이 밝혀졌을 뿐더러 지금은 인공위성까지 띄워서 고해상도로 관찰이 가능한 시대다. 바로 씨족 사회의 분포와 종교의 분포, 자원의 분포, 지리별 기후와 문화의 분포, 소득의 분포 등을 모두 망라하여 다루는 것이 하름 데 블레이가 이야기하는 지리학이었다.
국가가 자신들의 목표와 의도를 지도에 담는다는 사실은 이 부분을 이해하는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독일 제 3제국 시절의 지도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으로 뻗어가는 화살표를 담고 있었으며 1990년 중반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자국의 영토에 편입한 지도를 발간한 바 있고 1986년에 베이징에서 발간된 '중국의 자연지리학'이란 책에서는 인도의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와 아삼 주(이 지역은 인도와 중국의 영토분쟁 지역이다)가 중국의 남방 영토로 편입되어 있다.
[왜 지금 지리학인가]를 읽다보면 특히 문화와 이념, 종교, 민족 등의 지도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 인구 800만 중에서 아랍계열 시민권자가 20% 수준인 165만명이나 되기에 이스라엘 우파 유태인들은 여기에 위협을 느껴 유태인 귀환 정책을 꾸준히 추진 중이다. 이 강경파들의 강력한 지지자들이자 문제거리가 바로 하레디들인데 이들은 출산율은 높으면서도 남녀 모두 현대문명을 거부하고 고등교육을 기피하며 성인이 되어서도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스라엘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이들이 나중에 이스라엘에 큰 분쟁거리로 떠오를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슬람이 우세한 지역은 사람이 살기 매우 혹독한 기후인 사막 기후와 많은 부분 일치한다. 특히나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수단 등 가장 혹독한 자연환경에서는 가장 엄격한 형태의 이슬람이 번성하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방글라데시 등 좀 더 온화한 환경에서는 그보다 온건한 이슬람이 지배적이란 부분은 여러가지 뜻을 함의하는 듯 하다.
이슬람은 종교이자 통치 이념으로서 복잡한 관료제가 자리잡은 농경문화권보다 비농경문화권에 좀 더 유리하고 적합한 제도였다. 농경문화권은 높은 농토 생산성을 바탕으로 중앙집권화를 통해 종교에 의한 통제가 아닌 국가에 의한 국민 통제를 이뤄냈고 하나의 국민이란 정체성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반면 이슬람권역은 각기 민족별로 분화되어 있고 국가의 정체성보단 민족의 정체성이 매우 강했다. 이 각각의 민족들을 느슨하게라도 묶을 수 있었던 것이 바로 이슬람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아주 다른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는 듯 하다. 하나의 세계는 이른바 ‘세계화’라는 용어로 대변되는 세계다. 이 세계에서 우리는 세계 어느 지역의 사건이 터지면 바로 알게 되고, 그 영향을 받는다. 세계는 열려 있고, 연결되어 있다. 또 하나의 세계는 극도의 불균등한 세계다. 세계는 연결되어 있으되, 지독히도 불평등하다. 어느 지역은 넘쳐나는 부를 향유하고 있지만, 또 어느 지역은 굶주림과 전쟁으로 내일을 기약하기 힘들다. 우리는 이렇게 아주 다른 세계를 동시에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모순적인 세계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그저 잘해야 한다는 식의 아무 내용 없는 선언과 호통으로는 전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세계에 대한 내용을 갖추고 있어야만 적어도 세계를 이해하고, 적어도 뒤쳐지지 않으며 살아갈 수 있다. 이는 특히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는 필요한 일이다. 세계 정세에 눈과 귀를 막고 한 나라와 지역을 제대로 이끌어나갈 수는 없는 시대가 바로 지금의 시대다. 하지만 공적인 지도적 위치에 있지 않더라도 일반 대중에게도 그런 지식과 통찰은 필요하다. 세계에 대한 지식은 특정 이념과 욕망에 맞추어 왜곡될 수 있으며, 그 왜곡을 간파하고 고치고 저항할 책무와 권리가 일반 대중에게 있다.
하름 데 블레이는 이와 같은 세계화와 세계적 불평등이 공존하는 시대에 가장 필요한 지식이 지리학이라고 하고 있다. 지리학의 위상은, 그 학문이 가장 필요할 듯한 미국에서도 굉장히 떨어진 상태라고 한다. 중등 교육 과정에서도 사회와 통합되면서 거의 가르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하버드대와 같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대학에서도 강좌가 개설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정세에 대한 오판과 잘못된 대처가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 바로 하름 데 블레이의 진단이다. 지리학이야말로 이 시대에 지도자와 일반 대중이 공히 갖추어야 하는 필수적인 지식의 원천이다.
지리학은 결코 단순한 학문이 아니다. 각국의 수도를 외우고, 어느 나라가 어느 대륙에 있고, 어느 지역의 특산물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는 퀴즈가 아니다. 하름 데 블레이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듯이 지리학은 지구의 역사와 관련이 있으며, 지구 환경, 기후와 관련이 있으며, 세계의 종족 분포와 관련이 있으며, 종교와 관련이 있으며, 언어와 관련이 있으며, 자원의 분포와 관련이 있으며, 그 지역을 어떤 지도자가 통치하고 있는지와 관련이 있다. 즉,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
하름 데 블레이는 지리학이 어떤 효용이 있는지를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쓴 듯 보이지만, 정작은 그 지리학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보이며, 세계를 통찰하는 관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책을 크게 나누면, 총론과 각론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총론에서는 지리학에 대해서, 지도에 대해서 알려주는 개론이 있고, 인구의 증가, 기후 변화, 지구의 역사와 관련한 환경의 변화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리학자가 지금 시대에 가장 효용이 있는 일, 즉 전쟁과 테러에 대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사회학이자, 지구과학, 국제정치학을 지리학과 관련 짓고 있는 것이다.
각론에서는 지구상의 각 지역을 다루고 있다. 테러와 관련하여 이슬람 전선의 확대에 대해서 쓰고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 유럽에 대해서, 러시아에 대해서, 그리고 아프리카에 대해서 쓰고 있다. 그 지역의 역사와 지형학적 조건, 정치적 변동 등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어서 과연 이게 지리학이라는 한 가지 학문의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 것인 가 하는 의문이 살짝 들기도 할 정도다. 몰랐던 단편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변화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책에 담아 놓은 지도에 대한 인용도 그 장(chapter)에서도 인용되는 것이 아니라 장을 건너뛰면서 인용된다.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한두 가지 아쉬움은 있다. 한 가지는 이 책이 2012년에 출판된 터라, 이슬람의 확대와 테러의 증가의 부분에서 IS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탈레반, 알 카에다 등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고 있고, 그 분파의 활동에 대해서도 염려하고 있다. 만약 지금 시점에 이 책을 개정한다면 IS는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놀라운 점은 IS와 같은 괴물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뉘앙스라 자주 내비친다는 점이다. 지리학의 힘인가
또 한 가지는 테러리즘과 이슬람의 연관성이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단순화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는 그 연관성을 거의 상수와 같이 두고 있다. 또한 당연한 일이지만, 이 책은 미국 중심적이다. 자신의 책이 일본보다는 한국에서 더 많이 팔린다는 것을 언급하면서 동해를 먼저 쓰고 괄호 안에 일본해를 쓴다고 했고, 한국(때로는 남한, 때로는 북한), 서울을 자주 언급한다. 하지만 이 책이 한국인이 읽을 것을 더 많이 염두에 두고 썼다고는 볼 수 없다. 주의를 갖고 읽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훌륭한 책이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관심을 갖도록 하며, 그런 세계에 대해 폭넓은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연결되었으며, 매우 불균등하게 연결된 이 세계에 지리학적 교양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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