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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7월 2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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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
파일/용량 | EPUB(DRM) | 9.87MB 파일/용량 안내 |
글자 수/페이지 수 | 약 11.6만자, 약 3.7만 단어, A4 약 73쪽 글자 수/페이지 수 안내 |
ISBN13 | 9788954636940 |
2023년 02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상시
60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일. 신기정은 그것이야말로 트집잡을 수 없는 인생의 유일한 법칙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대답은 몹시 못마땅했다. 동생이 모든 걸 우연과 운에 맡기고 되는대로 사는 것 같아서였다. 어쩌다 그렇게 된 게 아니라 그저 삶을 방치한 것이었다.
-p30~31
지금껏 알던 삶이 언제든지 작동을 멈추거나 방향을 바꾸거나 짐작할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불확실한 것임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p75
어떤 사람에게는 절망이 삶의 끝이 되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어째서 절망이 또 다른 시작이나 그저 일상이 되는 것일까.
-p208
편혜영 작가의 글 기저에는 '어두움'이 있다. 선명하거나 혹은 선명하지 않은 어두움이 글 밑바닥에 아득히 깔려 있다. 때문에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글 밑바닥이 내가 밟고 있는 밑바닥이 되는 기분이 느껴지곤 한다.
장편소설 '선의 법칙'은 세상의 어두운 단면인 죽음과 다단계, 사채에 얽혀있는 삶을 다룬다. 거부감이 들거나 시선을 돌리고 싶을 정도의 직접적인 어두움은 아니라는 게 좀 특별하다. 어디서 들은 것 같고 본 것 같은, 간접적으로 경험을 한 것 같은 누군가의 이야기, 누군가의 삶 혹은 나의 이야기 같아 읽는 내내 묘한 차분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윤세오는 가스 폭발 사고로 아버지를 잃는다. 아버지에게는 빚이 있었고 빚갚음을 독촉하러 오는 이수호라는 사람의 압박이 아마도 아버지를 자살에 이르게 한 것 같다고 형사는 얘기한다. 윤세오는 이수호라는 남자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신기정은 이복동생 신하정의 죽음과 맞닥뜨린다. 동생의 삶이 왜 그렇게 끝났는지 알고 싶었다. 동생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살피다 윤세오라는 이름을 보게 된다. 그리고 윤세오를 향해 조금씩 다가간다.
하나의 점으로 각자의 시간 위에 살아가던 이들이 윤세오와 신기정의 움직임으로 선 위에 서게 된다. 다단계에 발을 담그게 된 윤세오가 어릴 적 아는 사이였던 부이에게 다단계를 소개시켰고 부이를 따르던 신하정이 부이와 함께 그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윤세오와 부이, 신하정이라는 점이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선 가장자리에 동생의 죽기 전 시간을 궁금해하는 신기정이 연결된다. 잔인하게도 다단계라는 선 위에 섰던 세 사람은 각자 선 아래로 탈출한다. 점이 선이 되었다 다시 점으로 바뀌는 건 고된 현실이다.
윤세오는 이수호의 직장 근처에 일자리를 구한다. 슈퍼마켓 배달 일을 하던 윤세오는 이수호의 집에 배달을 하게 된다. 노모와 함께 사는 이수호의 집에 발을 들이면서 윤세오와 이수호의 선이 연결된다. 어쩌면 다단계로 빚을 진 윤세오를 위해 윤세오 아버지가 애써 살아가던 그 순간부터 두 사람의 선은 연결된 것인지도 모른다.
악의를 품은 윤세오는 이수호와의 선을 끊어내려 한다. 일방적으로. 허나 타인에 의해 이수호라는 점만 없어졌을 뿐, 그와의 선은 희미하게 남는다.
세 사람은 그저 홀로 존재하다가 어느 시기에 서로 연결되었을 뿐이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 누구의 삶도 긴밀하게 이어져 있지 않았고 무관하게 홀로 있지도 않았다.
-p207
불현듯 인생이 그런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수히 많은 점으로 살아가는 존재가 언제, 어디서인지 모른채 하나의 선을 이루며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 선을 잇거나 자르는 것도 현실이겠지. 내 시간이 고스란히 올려진 선을 모른 척 할 수 없고 어찌할 수 없는 게 '선의 법칙'일지도 모르겠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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