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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15년 07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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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29쪽 | 624g | 153*224*30mm |
ISBN13 | 9791185720128 |
ISBN10 | 118572012X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1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경제학을 조금 쉽게 배울 수는 없을까?’ 어려운 경제학을 접하다보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조원경 작가님은 이에 대한 답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찾아냈다. 바로 소설의 형식으로 친숙하고 쉽게 경제학 내용을 풀어내는 것이다.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고 느끼던 경제학자들이 이 책속에서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로 등장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애덤스미스가 죄를 면하기 위해 자신의 이론을 해명하며 말을 더듬다니! 조원경 작가님의 「명작의 경제」를 읽고 너무 좋아서 다음 작품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는데, 「법정에 선 경제학자들」은 그간의 기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다. 책을 너무 재밌게 봐서 팬으로서 책의 뒷부분을 상상하여 소설을 써보았다. 경제학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경제학자들의 해명을 들어 오해를 풀 듯, 세상을 오만과 편견 없이 올바른 시각으로 바라보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느껴져 그 부분을 강조해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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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을 마친 장범 교수는 그만의 특유한 미소를 머금고 강의실을 떠났다. 말없이 가방을 챙기는 학생들 사이에선 깊은 여운이 느껴진다. 애덤스미스를 무섭게 몰아붙이는 토마스 홉스 역할을 맡았던 준범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오만과 편견!’ 준범의 옆에서 이미 가방을 다 챙긴 상환은 준범을 재촉한다. “가방 빨리 챙겨, 밥이나 먹자”
무더운 여름 날씨에 준범과 친구들은 멀리 가지 않고 학생식당에서 식사를 때우기로 한다. 카페테리아 형식의 식판에 소박한 점심식사를 담고 4명의 대학생들은 식탁에 앉는다. 수업을 마치고 나서부터 계속 생각에 잠겨있던 준범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인간은 오만과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일까? 이번 수업을 통해 우리가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어. 하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이 있는 걸까? 나만 해도 앞으로 오만과 편견을 가지지 않고 세상을 바라볼 자신이 없어. 보통은 일단 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으로 판단을 하잖아. 이번 수업처럼 내가 알고 있는 사안이 사실인지, 어떤 다양한 측면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일일이 조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잖아.” 국을 뜨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민지가 대답한다. “준범이 넌 별 걱정을 다 하는구나! 난 이전부터 오만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 편이어서 너가 걱정하는 부분이 이해가 잘 안 되네.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다 생각하고 판단하겠지!” 입 안의 고기를 잔뜩 넣고 씹던 상환이 거든다. “맞아. 수업의 내용도 일부는 새로웠지만 일부는 나도 이미 알고 있던 부분도 있었어.” 혜리는 무관심하다는 듯이 말한다. “그런데 그게 중요하니? 사람들이 착각을 하고 살던 말던 나는 별로 상관 안 해! 학점이나 잘 나왔으면 좋겠다.” 준범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신이 괜한 걱정을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앞에 있던 TV에서 뉴스 소리가 들렸다. ‘…정부는 2013년 세법을 개정하면서 소득공제 대상이었던 항목 중 일부를 세액공제로 전환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이를 들은 민지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정부는 왜 못 사는 서민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연말정산 방식을 바꿔서 세금폭탄까지 떠안기면 서민은 도대체 어떻게 살라는 거야?” 준범은 다시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번 세법개정으로 저소득층이 손해를 보는 일은 거의 없을 텐데? 오히려 고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겠지…” 상환은 벌써 밥을 다 먹고 배를 두들기며 말했다. “아니야. 너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우리 삼촌도 공장에서 일하시는데 세금폭탄 맞았다고 엄청 욕하시던데…” 준범은 말했다.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뀌면 어떻게 바뀌는 건 줄 알아?” 민지와 상환은 잠시 머뭇거리다 더 큰 소리로 말했다. “세금 더 내게 하려고 정부가 꼼수 부리는 거야. 너도 더 알아봐서 속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준범은 생각했다. ‘장범 교수님께서 수업을 통해 우리들에게 말하고자 하셨던 메시지가 무엇이었을까? 내가 아무리 오만과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노력해도 사람은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는 것 같은데… 대중들은 학자의 이론이나 정부의 정책에 대해 상황을 고려해가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아.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중들의 잘못된 판단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어…’ 준범은 장범 교수님의 미소 짓는 얼굴을 다시금 떠올렸다. ‘아! 그렇구나! 장범 교수님은 생각하는 지성인을 키워서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싶으셨던 거야. 지금 당장 모든 사람들이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이룬 판단을 하도록 만들지 못할지라도, 생각하는 지성인을 하나, 둘씩 늘려나가 세상이 보다 현명해지기를 바라셨던 거야.’ 준범은 이성과 감성의 조화를 바탕으로 생각하는 지성인이 되어, 지성을 전파하는 제 2의 장범 교수가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 비슷한 이름만큼 준범의 다짐은 장범 교수의 젊은 시절과 꼭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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