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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6년 05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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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50쪽 | 292g | 134*196*20mm |
ISBN13 | 9788990794338 |
ISBN10 | 8990794331 |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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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빠져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느낌이 얼마나 아련한지 알것이다. 책 속에서 빠져 나오기 싫어 아쉬워 했던 것. 그런 느낌을 또 만나고 싶어 비슷한 느낌의 책을 찾아 헤맸던 것. 나도 그런 경험이 종종 있었기에 오랜만에 마주하게 된 그런 분위기 앞에서 뿌듯해 지고 있었다. 곤살레 모우레의 책을 두 권 읽고 나서 작가의 이름만 보고 구입한 책이였는데, 이전의 책과 조금은 다른 분위기와 서정적인 문체 속에서 또 한번 작가에게 반하고 말았다. 한 없이 마음이 따듯해지고 책에 온 마음을 뺏겨 버렸지만 현실을 잊어 버린 건 아니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은 누구에게나 간직되어 있는 유년시절의 추억을 드러냈던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책이였다.
옮긴이도 말했었지만 이 책에서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연이다. 자연과 동물과 인간이 공유하는 삶 속에서 평화로운 모습이 독자에게도 온전히 전해지는 그런 내용들로 채워진 책이였다. 옮긴이는 자연과 동물을 주제로 한 작품은 많지만 자연을 단순하게 그리거나 피곤하고 지친 도시의 도피처로 자연을 다룸으로써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작품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의 삶에서의 진지한 성찰과 어울림을 끌어낸다고 했다. 옮긴이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주인공 다리오의 삼촌과 숙모의 삶이 바로 그러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삼촌과 숙모가 이상하게 보여질지라도 다리오의 눈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였다. 그랬기에 믿기지 않는 말도 삼촌이 하면 믿을 수 밖에 없었고 숙모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다리오는 방학을 맞아 집에서 멀리 떨어진 삼촌집에 간다. 말을 키우며 그림을 그리는 삼촌을 도와 지오콘다와 레오나르도라는 말들을 돌보는 일을 한다. 말들에게 먹이를 주고 마구간을 청소해주고 들판에 버려진 말의 분비물을 골프채로 퍼트리는 등 다리오는 그 일들을 힘들어 하지 않고 즐겁게 해나간다. 그 가운데 말들의 습성을 알고, 동물들과 친해지는 법, 또한 자연 속에서의 평안함을 깨달아 간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겪고, 삼촌과 숙모가 해주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듣고, 다리오는 다른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자연과 순응해가는 삶에 대해 조금씩 배워 나간다. 그런 다리오의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세상에 찌들지 않아 보이는 모습이 순수해 보였다. 남들과 같은 시선으로 삼촌과 숙모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어린아이다운 면모도 드러났다. 또한 삼촌 마을에 사는 파울라를 대하는 모습에서도 말이다.
다리오는 파울라가 자신의 첫사랑이라고 말한다. 파울라는 삼촌 마을에 사는 또래의 여자아이였고, 파울라와 친해지면서 말타는 법을 배우고 지오콘다와 레오나르도를 찾으러 가는 사건을 통해서 더욱 더 가까워진다. 파울라와의 시간을 기다리고 이별을 아쉬워 하는 모습에서 아이나 어른이나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비슷비슷 하다는 것을 느꼈다. 다리오가 파울라를 알기 전, 동물과 자연과 어우러진 날들을 보냈다면, 사랑이라는 풋풋함이 더해져 그해 여름은 더욱 더 다리오의 기억 속에 빛나는 보석처럼 박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파울라와 헤어지면서 다리오는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었다'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었다는 말은 내면과 외면적인 성장을 뜻할 수도 있지만, 내면적인 성장을 통해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다리오의 그해 여름이 내게도 아름답게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다리오의 여름 방학은 특별함 보다는 비교적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다리오에게는 말들을 돌보고, 파울라를 만나고, 파울라와의 이별 전에 파울라가 말해주었던 옛 사람들을 흉내내는 것들이 특별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 마음이 읽는 독자로 하여금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은 각자의 마음 속에 담겨있는 소중한 추억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나의 유년시절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다리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내면과 외적인 성장을 통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른의 기준을 무조건 나이로 따져서 되는게 아님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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