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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9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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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0쪽 | 321g | 140*215*13mm |
ISBN13 | 9791195593125 |
ISBN10 | 1195593120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창밖의 파도가 어마무시하게 세다. 흔히 말하는 '세월의 거친 풍파'라는 말이 저 파도를 보고 말하는 것인가..는 생각이 들었다. 높고 거칠고 센 파도를 보며 <버림받은 왕자 사도>를 읽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파도와 사도세자에게 들이닥쳤던 파도가 다르지 않을 것 같았다. 멀리 떨어져 안전한 건물 안 창을 통해 바라보는 파도도 이렇게나 무서운데, 사도세자 이선은 온몸으로 맞아야만 했던 그 파도가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피할 곳도 숨을 것도 없이 막다른 골목에서 거센 파도를 맞았을 사도세자를 생각하니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내가 바란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소."
"언제부터 나를 세자로 생각하고, 또 자식으로 생각했소!"
영화 속에서 유아인이 분했던 사도세자의 말이 머리속에서 자꾸 되새김질을 했다. 이상하게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이 나고, 큰오빠와 큰조카가 생각도 났다. 아버지와 자식 사이의 일이라 그런가..
p.44
"어머니, 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는 지금 생활에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이 하나도 없습니다. 이렇게 어머니께서 해주시는 밥을 먹고, 매일 아침저녁 어머니께 문안을 드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입니까? 한두 번 읽어서는 옛 선현들의 깊은 뜻을 익히 알 수가 없는데, 이렇게 여러 번 읽을 수 있으니 선현들의 깊은 뜻을 하나하나 모두 제 것으로 만들 수 있어서 이 또한 제게는 큰 기쁨입니다."
혹여 이 말이 빈말일지라도 이렇게 부모를 안심시켜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자신에게 주어진 것이 비루할지라도 이렇게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이 진정.. 사도세자에게 죽으라 명했던 그 사람이 맞을까? 너는 존재 자체가 역모라는 모진 말을 아들에게 내뱉던 영조가 저 사람이 정말 맞는가??
p.111
영조가 유독 세자의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계기는 세자가 10세 때 일어난 일 때문이었다. 영조가 어린 세자에게 글을 읽는 게 어떠한지 묻자 세자는 간혹 싫을 때도 있다는 대답을 내놓았다. 아들의 대답에 영조는 동궁이 진실한 말을 하니 기쁘다는 말로 넘어갔지만, 그것은 영조의 진심이 아니었다. 이날 이후 영조는 세자의 경연 내용, 세자가 읽은 책 등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챙겼다.
때로 진심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때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부분에서 새삼 느꼈다. 진심을 말하라면서.. 그 진심이..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진심일 줄 누가 알았을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이런 상황이 젤로 어렵다. 제대로 진심을 말하려니 후폭풍이 두렵고, 그렇다고 거짓을 말하자니 너는 거짓말쟁이다 라고 말할 것만 같고..;;;
p.113
"왕이 그 권위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누구보다 많은 공부를 하고 많은 독서를 해야 한다. 왕은 신료들과 정사를 논할 때에도 막힘이 있어서는 안 되며, 중요한 사항에 있어서는 스스로 판단하여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을 올바르게 하도록 이끄는 힘은 책에 있다. 세자일 때뿐만이 아니라 왕이 되어서도 공부와 독서를 쉬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그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세자의 모습을 보면 고금의 훌륭한 책들은 멀리하고 무예를 연마하고 병서를 즐겨 읽으니, 내 걱정을 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부디 세자는 이 애비의 뜻을 헤아려 무에 치우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지만 사람이 다 각각 다르듯이 왕 또한 그 모습이 다 다를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한다. 이런 왕이라면 영조의 말마따나 훌륭한 왕이 될 수 있겠지만, 그 훌륭한 왕의 기준이 저 모습, 하나뿐일까? 정말 저 모습 하나뿐일까??
p.121
영조가 세자가 몹시도 미워서 그랬는지, 아니면 정말 아끼고 사랑하며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는지 우리가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영조가 자식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뜻만을 강요하는 '불통의 교육'을 해온 것은 확실합니다.
일방적인 것은 아프다. 그나마 영조는 자신이 말한 것을 스스로 혹독히 지키는 이라 그 가르침에 본받아야겠지만, 자신이 그러했기 때문에 너도 그러해야 한다는 강압은 너무 아프고 무겁다. 아는데도 가끔은 내 조카들이 하는 행동에 나는 너 때 안 그랬는데 너는 왜 그러냐? 너는 왜 이렇게 하지를 못 하냐.. 다그치게 된다. '왜'라고 물어놓고 '왜'에 대한 대답을 듣지 않은 채 말이다..ㅡㅡ;;
p.139
동궁에 승지가 입대하였을 때에 왕세자가 말하기를,
"내가 대리한 지가 4년이 되었으나 성상의 마음을 우러러 본받지 못하여 약을 물리치시기에 이르렀으니 모두 나의 잘못이다. 나 역시 무슨 마음으로 약을 복용하겠는가?" 하였다.
-『영조실록』78권, 영조 28년(1752년) 10월 29일
내 마음이 이렇다 하여 내가 아닌 이의 마음 역시도 똑같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하지만, 그래도 그 내가 아닌 이가 가족일 때는.. 내 마음 같지 않을 때 마음이 많이 상한다. 괜히 죄책감을 갖게 되고, 왜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나 서운하고 섭섭하고 그런 마음들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같이 살 수가 없다. 영조가 한 말처럼 존재 자체가 역모인 것은 아니라도 존재 자체가 고통일 수가 있다.
p.147
이러한 세자의 광증은 아버지의 차가운 멸시 때문이었습니다. 영조는 누구를 죽이라는 지시를 내리고 나면 불길함을 떨치기 위해 이를 닦았습니다. 그리고 "그자를 참하였습니다"라는 불경한 소리를 들으면 귀를 씻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행동을 아들 이선에게도 드러내 보였다는 겁니다. 즉 불경함을 떨치기 위한 행동을 자식을 향해 했던 것이죠. 『한중록』을 살펴보면, 세자가 아버지를 찾아갔는데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가 딱 한 마디입니다. "밥 먹었느냐?" "예." 그러고 나면 영조가 그 자리에서 귀를 씻고 씻은 물은 아들이 사는 쪽으로 버렸다고 하니, 세자는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겠죠.
아버지를 차라리 몰랐더라면, 아버지의 습관에 대해 몰랐더라면, 그 행동이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되지는 않았을텐데.. 이선은 알았던 거다. 그래서 미쳐버릴 수밖에 없었던 거다. 가장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가 불경한 존재라는 것을 어찌 맨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한두 해도 아니도 자그마치 근 14년을 아버지 대신 대리청정을 해야만 했던 이선이였기에.. 그가 미쳐버릴 수밖에 없음은.. 안타깝지만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고, 또 해설서를 보니.. 『한중록』이 읽고 싶어졌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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