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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09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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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형 |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
쪽수, 무게, 크기 | 412쪽 | 505g | 128*188*30mm |
ISBN13 | 9788954637770 |
ISBN10 | 895463777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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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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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묻는다. "라면을 끓이며 라는 책도 있어? 책 제목 한번 특이 하네. 무슨책이야?"나는 이 물음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못했다. 내가 처음 이 산문집을 맞딱들인건 본 사이트의 홍보창이었다. 아직 책이 출간조차 되지 않은 터라 예약 판매를 받는다며 예비독자들에게 몇일씩을 알려대고 있었다. 대체 어떤 작가가 글을 썼길래 예약 판매임에도 몇만부씩 팔아 버리고 사이트에선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 책을 출간 하길래 이렇게 호들갑인지 나도 호기심이 들어 들여다 보게 되었고 결국은 배우믿고 보는 영화처럼 작가 믿고 책을 선뜻 구매 했다.
작가의 유명세와는 다르게 그의 새 산문집 표지는 소포용 우편봉투 재질로 단촐하게 둘러져 있었다. 그 안의 감춰진 몸체도 별 다른 특징없이 단순 했다. 그리고 그가 소개 하는 자신은 또 어떤가. 단 세줄로 자신을 요약 해 버리고 만다. 작가들이 새책을 출간할 때 의례적으로 부치는 문인들의 그 흔한 추천글 또한 없다. 그래서 나는 더욱이 먼저 알았어야 했다. 그의 정신적 세계와 그의 취향과 그가 전하는 이야기들과 그 방식들을. 음식점에 들어갈 때에도 간판의 모습에서 풍겨져 나오는 그 느낌을 보고 음식점에 들어 선다는 그는 자신의 산문집에서도 그 간판 처럼 표지를 사용 했다. 그랬다. 그는 표지에서 부터 말하고 있었다.
김밥을 먹으면서도 여러 재료를 다양하게 넣은 퓨전김밥은 싫고, 단무지나 우엉한줄을 넣은 깔끔한 김밥을 좋아 한다. 삼겹살 쌈 같이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입에 욱여 넣는 방식을 싫어 한다.그리고 라면을 끓이고 라면을 먹는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행위에서도 쓸쓸함의 감정을 찾아내어 그 쓸쓸함에 익숙해 졌거나 아니면 지각조차 하지 못한 독자에게 '맞아 나도 그랬지'라며 차마 웃지 못할 슬픈 공감을 일으키게도 한다. 라면이 처음 생기 던 때 돈도,먹을 것도, 없어서 '경건하게' 라면을 먹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팽창하는 지금은 돈도, 시간도, 없어서 '허겁지겁' 라면을 먹는다.
이 산문집은 5부로 구성이 되어 있다. 1부 「밥」은 13가지 소재로 가장 많은 소재를 등장 시키며 이 산문집에서 일종의 타이틀이다. 2부는 「돈」, 3부는 「몸」, 4부는「길」5부는「글」을 주제로 한다. 1부「밥」에서 라면 이야기를 필두로 하여 제 아비의 지난했던 삶을 적막한 심정으로 저자는 풀어 내었고 그의 최근 관심분야라 하는 바다이야기는 그 이름처럼 깊고 때론 아프고 아득하게 내게 전해져 왔다. 그의 글은 어떤 소재를 써내려감에 있어서는 꽤나 진지하고 엄숙하게 그것을 대하고 있었고 어떤 소재에 있어서는 마치 만화책을 보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웃어나가며 읽어 볼 수 있게 했다.
"슬픔도 시간속에서 풍화되는것이어서 40년이 지난 무덤가에서는 사별과 부재의 슬픔이 슬프지 않고, 슬픔조차도 시간 속에서 바래지는 또다른 슬픔이 진실로 슬펐고, 먼 슬픔이 다가와 가까운 슬픔의 자리를 차지 했던 것인데, 이 풍화의 슬픔은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수 있는 슬픔이 아니다."
_1부「밥」 中 광야를 달리는 말,33쪽
"아, 밥벌이의 지겨움!! 우리는 다들 끌어안고 울고 싶다. 배터리가 다 떨어지면 핸드폰은 꼬르륵 소리를 내면서 죽는다. 핸드폰이 죽는 소리는 가볍고 하찮다. 핸드폰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핸드폰이 꼬르륵 죽어 버리면 나는 문득 이제 그만 살고 싶어 진다. 내가 이 세상과 단절되는 소리가 이처럼 사소하다니. 꼬르륵...
_1부 「밥」 中 밥1, 70쪽
누군가를 잃어버려 본 이라면 오랜 세월이 지난뒤에 풍화되어진 슬픔이 무엇인지 금새 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본래 그러한 것이어서 울수 있는 슬픔이 아니라는 것도 말이다. 이러한 문장에 마음이 숙연해져 저 밑바닥에 와 닿으면 작가는 가라앉아 침울해진 독자의 마음을 어느새 알아 채고는 곧 몇 페이지 넘어 에선 이런 깨알 같은 유머를 쏟아내 놓는다. 꼬르륵 소리를 내며 거리에서 이내 방전되 버리는 핸드폰을 쥐고 있을 때 정말 딱, 이 심정인 것을 이렇게 유쾌하고도 귀엽게 풀어내어 슬픔으로 젖어 축축해진 독자의 마음을 어느새 산뜻 하게 말려 놓는다.
2부 「돈」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것은 정말 신의한수였다. 그는 세월호 이야기를 열면서 본래 어둡고 오활하여, 닫힌 입으로 겨우 일신의 적막을 지탱하고 세상사를 입 벌려 말할 식견이 있을리 없고, 이러한 말 조차 아니함만 못하다 하였지만, 그는 충분히 세월호를 논리적인 입장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리고 소신있게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 놓았다. 그가 다만 이런식의 서문을 연 것은 세월호에 희생된 수 많은 가엾은 넋들에 대한 슬픔과 회한이 교차되어 조심스런 심정에서 그러했으리라. 현 사회의 위선과 허위의 장치를 걷어 내어 그 진면을 들여다 보게 해 준 그의 세월호글을 읽어 나가니 내 가슴이 너무 아려왔다. 세상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은 진실이 아니라 위선이여서 그 말로 포장되어진 우리사회의 모습을 들추어 보니 막막한 심정이 들어 차라리 덮어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분노 했지만 그래도 어찌하리. 한달 벌어 한달 살아가는 미약한 국민이라 분노해도 그 마침표는 자신의 마음속인 것을.
2부 「돈」세월호 이야기를 시작으로 돈을 소재로 한 글을 두편, 라파엘의 집, 서민 글을 읽어 나가다 보니 그 분노도 어느새 체념으로 바뀌어 버리고 만다. 현실에서도 그러 하듯이. 그렇게 공허해 질 때 쯤 3부 「몸」에서 들려주는 여자의 이야기는 다시 내 마음에 그러한 현실을 잊게 했다. 여자들의 화장하는 모습을 어떻게 이렇듯 신선한 시선으로 관찰해 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렇듯 유쾌하게 표현해 내는지 새삼 그의 글에 경의를 표한다.
"여자들은 아무데서나 막무가내로 콤팩트를 꺼내든다.(...)그 때 여자들은 마치 거울 밖 세상을 버리고 거울 속으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화장을 마치고 나면 딸가닥 콤팩트가 닫히는 금속성 소리와 함께 여자들은 거울 밖 세상으로 나온다."
_3부「몸」中 여자2 239쪽
저자는 여자라는 생물에 여전히 관심이 많은 사내였다. 모두 7파트로 나누어 여자를 분류하고 바라 보고 있었다. 여자인 입장에서 사내작가가 보는 여자는 흥미로웠다. 여성성을 나타내게 하는 향,화장,젖가슴,탱크톱을 입은 젊은 여자부터 미녀를 뽑는 각종 미인대회,아줌마,목소리. TV프로그램 대부분 남자들의 활동이 두드러 진다. TV프로그램이 그러할 진대 사회생활의 문턱도 나이든 여자일수록 좁기는 매 한가지다. 그래서 때론 위축되기도 하는데 그의 글을 읽다보니 여자로서 자부심이 들기도 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건 남자지만 어쨌건 그 남자를 움직이는건 여자이므로.
이 책은 온전히 새로 엮어진 책이 아니라고 저자의 글에서 보았다. 앞서 출간된 몇권의 산문에서 몇가지 이야기를 가려 뽑고 거기에 새로 쓰여진 글을 실어 출간한 것이라고 했다. 그 글을 읽으니 이 산문집이 신곡으로만 구성된 새 앨범이 아닌 과거 인기곡을 구성해 넣은 베스트앨범 인것만 같아서 언찮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의 이 산문집을 계속 읽어 나가다 보니 이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미 읽었을 이들에겐 다시 읽는 기쁨을, 처음 읽는 이들에겐 새롭게 읽은 기쁨을 분명히 선사 했기 때문이다. 산문집이 이렇게 고급된 문장들로 차려서 있어서 보는 내내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 이었다. 한문장 한문장 얼마나 긴시간을 숙고 해서 적어 썼을 작가의 노고를 생각 하면 이렇게 이 책을 평가하고 후기를 쓴다는 것도 조심스럽다. 왠지 모르게 고이 받들어 모셔놓아야 할 책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매달 밥을 먹을 수 있게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사내인 남편에게 이제야 이 책에 대한 답변을 한다. 이 책은 이 사회에서 우리네 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며 우리네 삶 자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는 책이라고. 아, 밥벌이의 지겨움이 늘 우리를 엄습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묵묵히 살아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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