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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공제 2006 제4회 올해의 책 후보도서 갈릴레오 시리즈-03

용의자 X의 헌신

[ 양장 ]
히가시노 게이고 저/양억관 | 현대문학 | 2006년 08월 10일 | 원제 : 容疑者Xの獻身 리뷰 총점8.8 정보 더 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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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X의 헌신

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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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6년 08월 10일
판형 양장 도서 제본방식 안내
쪽수, 무게, 크기 404쪽 | 514g | 128*188*30mm
ISBN13 9788972753698
ISBN10 8972753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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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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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저 : 히가시노 게이고 (Keigo Higashino,ひがしの けいご,東野 圭吾)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 일본 추리소설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추리소설 분야에서 특히 인정받고 있는 그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소재를 자유자재로 변주하는 능력을 가진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그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대담한 상상력,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 독자를 잠시도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히가시노 게이고는 첫 작품 발표 이후 20년이 조금 넘는 작가 생활 동안 35편이라는 많은 작품들을 써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로운 소재, 치밀한 구성과 날카로운 문장으로 매 작품마다 높은 평가를 얻고 있다.

1958년 2월 4일 오사카에서 태어나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곧바로 일본 전자회사인 '덴소사'에 입사해 엔지니어로 활동하며 틈틈이 소설을 쓴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1985년 『방과후』로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이를 계기로 전업작가가 되었다. 이공계 출신이라는 그의 특이한 이력은 『게임의 이름은 유괴』에서도 인터넷의 무료메일, 게시판, 불법 휴대전화, FAX, 비디오 카메라 등 하이테크 장비를 이용해 무사히 몸값을 받아내고 유괴를 성공해내는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과적 지식을 바탕으로 기발한 트릭과 반전이 빛나는 본격 추리소설부터 서스펜스, 미스터리 색채가 강한 판타지 소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장르의 작품들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이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로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에도가와 란포 상은 그 해의 가장 우수한 추리 작품에 수여되는 상으로 데뷔작이자 수상작인 『방과후』로 화려하게 등단한 그는 일본 내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이지만, 유독 한국에서 그 명성과 실력에 맞는 인지도를 쌓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하지만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한 『비밀』을 계기로 우리 나라 독자들에게도 가까워지게 되었다. 엄마의 영혼이 딸에게 빙의된다는 다소 충격적인 소재를 다루었다. 이 작품은 청순한 이미지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히로스에 료코 주연으로 영화화되어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소설은 치밀한 구성과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독자를 방심할 수 없게 만든다. 또한 빙의나 의료 사고 등 녹록치 않은 소재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며 당대 첨예한 사회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추리소설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소설을 쓰고 있다. 늘 새로운 소재와 치밀한 구성, 생생한 문장으로 매번 높은 평가를 받는 저력 있는 작가인 그는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답게 작품 중 19편이 영화와 드라마로 다시 독자들과 관객들을 만났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작가 중 하나로 꼽히며, 전세계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써내면서도 자신의 사생활을 절대 밝히지 않는 '비밀'의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그는 독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퀄리티 높은 다작의 작품과 한 장의 사진이 남긴 강한 인상으로 스타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작가로, 20세기 중반의 하드보일드 소설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드라이한 문체는 극명하게 사건과 행위 위주의 전개 방식을 지향한다. 감정은 휘발되고, 독자들은 등장인물과 함께 다음 퍼즐의 조각을 찾아 매 페이지를 바쁘게 내달려야 한다. 결과적으로 종종 '읽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소재주의라는 함정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만큼이나 동시대의 현실 감각을 놓치지 않는 재능에 감탄하게끔 만들어버린다.

현재 전업 작가로 도쿄 중심가의 한 맨션에서 "가족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이며 교사이기도 한 위대한 존재"인 네코짱(고양이)을 부양하며 살고 있다. 그의 삶에는 '술시'라는 독특한 시간이 있는데, 밤 11시부터 잠들기 전까지는 혼자 또는 벗들과 술을 마시는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다. 시계수리공이었던 부친이 늦은 밤까지 일을 끝내고 "아아, 오늘은 여기까지 해냈군" 하면서 혼자 술을 마시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마감을 끝내면 이모쇼추(고구마소주)를 마시면서, "그래, 그 대목은 그걸로 괜찮겠지", "아휴, 거긴 고쳐 쓰는 게 좋았을걸" 하며 되돌아본다. 때로는 도쿄 긴자의 바 '문단'을 찾는다. 다양한 업계 사람들을 접하면서 현실 감각을 얻는 곳이며, 편집자들을 만나 인물과 이야기 전개 방향을 논하기도 한다.

『비밀』로 1999년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 초에는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제6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소설부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제7회 중앙공론문예상,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제까지 나오키 상에 『비밀』, 『백야행』, 『짝사랑』(片想い), 『편지』(手紙), 『환야』(幻夜)등 다섯 작품이 후보로 추천받은 바 있으나 전부 낙선하여, 나오키 상과는 인연이 없는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여섯 번째 추천작 『용의자 X의 헌신』으로 결국 상을 거머쥐게 되었다.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2013년 『몽환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 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아들 도키오』는 식물인간이 된 아들 ‘도키오’의 영혼이 과거로 날아가,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임슬립이라는 SF적 발상부터, 실종과 추적을 넘나드는 스릴과 미스터리, 삶에 대한 긍정과 부자간의 사랑이라는 뭉클한 감동까지 히가시노 게이고의 모든 매력이 한 권에 압축된 작품이라 평가받는다. 2002년 첫 출간 이후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첫손에 꼽히고 있다.

『하쿠바산장 살인사건』은 ‘가가 형사’ 시리즈를 제외하고 데뷔 이후 두 번째로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1986년에 발표한 작품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밀실 트릭, 암호, 연쇄살인 등을 교묘하게 얽어낸 상상력이 돋보이며, 정통 추리소설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숙명』은 1993년 발매되었으며, 히가시노 게이고의 무르익은 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미스터리 명작으로, 이 작품을 꾸준히 찾는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금번 새로이 재출간되었다.

『회랑정 살인사건』은 1991년에 출간된 이후, 일본에서 드라마로 방영되는 등 꾸준히 사랑받으면서 약 30년 동안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자본주의로 인한 폐해와 외모 지상주의를 소재로 한 초기 대표작으로, 사회악과 부조리를 선명하게 고발해 내는 작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주요 작품으로는 『방황하는 칼날』, 『흑소소설』, 『독소소설』, 『괴소소설』, 『레몬』, 『환야』, 『11문자 살인사건』, 『게임의 이름은 유괴』, 『호숫가 살인사건』, 『브루투스의 심장』, 『한여름의 방정식』, 『몽환화』, 『그 무렵 누군가』,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인어가 잠든 집』, 『살인의 문』, 『백야행』, 『기린의 날개』, 『한여름의 방정식』, 『신참자』,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다잉 아이』,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학생가의 살인』, 『오사카 소년 탐정단』, 『천공의 벌』, 『붉은 손가락』 등이 있다. 『방과 후』, 『쿄코의 꿈』, 『거울의 안』, 『기묘한 이야기』, 『숙명』, 『백야행』, 『갈릴레오』등 지금까지 20편이 넘는 작품들이 드라마로 제작되었으며 『비밀』, 『변신』, 『편지』,『용의자 X의 헌신』, 『더 시크릿』등 10여편이 영화로 제작되는 등,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일본어 번역 전문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안 1·2』, 『우리가 좋아했던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일본어 번역 전문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우안 1·2』, 『우리가 좋아했던것』, 『용의자 X의 헌신』, 『중력 삐에로』, 『러시 라이프』, 『69』, 『나는 공부를 못해』, 『스텝파더 스텝』, 『바보의 벽』, 『플라이, 대디, 플라이』, 『남자의 후반생』,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라라피포』, 『컨닝소녀』,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노르웨이의 숲』, 『모방범』, 『공생충』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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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38~39
- p.97
- p.187
- p.263~264
―p.339~340
― p.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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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기이한 우연이었다. 다세대주택으로 이사를 간 한 모녀가 이웃집에 인사를 간다. 차임벨을 누른다. 그 안에서 한 남자가 나타난다. 여자의 시선을 끌 데라고는 하나도 없는 후줄근한 중년남자다. 그는 그때 목을 매 자살을 하려던 참이었다. 모녀는 다소곳이 그에게 인사한다.
그의 눈에 비친 그런 여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
삶을 포기한 순간, 사람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순수해진다. 모든 욕망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 순수한 눈에 성실하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한 여자의 삶에 대한 의지가 아름답게 비친다. 자신이 갖지 못했던, 또는 자포자기했던 삶의 의지가 발하는 아우라가 그 여자에게는 있었다. 그는 그 아름다운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리라 다짐한다. 거기에는 어떤 의도도 없고 계산도 없다. 그가 평소 연구하는 수학처럼 순수한 의지가 한 인간을 향해 펼쳐지는 순간이다. 거기에는 선악의 구분이 없다. 오로지 자신의 전 존재를 던져 넣으려는 운동이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 운동의 대상은 선악을 구분하는 윤리의 세계에 관련되어 있다. 그의 의지는 순수하나 윤리의 세계에 관련되는 한 그것은 욕망이 될 수밖에 없다. 욕망은, 강하거나 약하거나, 선하거나 악하거나, 정당하거나 부당하다. 그것은 늘 어떤 분별과 판단의 잣대로 평가되는 영역이다. 자신은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그 자신은 어느새 그런 욕망의 영역에 깊이 관계하고 만다. 그는 살인을 저지른 모녀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또 하나의 살인을 저질러 모녀의 죄를 은폐한다. 치열하고 치밀한 논리적 사고력을 발휘한 그의 은폐작업은 성공하는 듯했다. 그때, 그의 옛 친구이자 학문적인 라이벌이었던 물리학자가 나타나 수수께끼를 풀어내려는 순수의 의지를 발휘하며, 그의 행동을 치밀하게 재구성해내고, 경찰과 그 여자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여자는 이제 그 수학선생이 자신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안다. 여자는 그 남자의 헌신과 희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수한다.
아무리 사소한 몸짓이라도 그것이 이 세상의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한 어떤 의미를 가진다. 의미는 욕망을 끌어안고 있다. 파탄을 일으키기도 하고,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도 하는 욕망, 그 선악의 피안과 윤리적 세계를 대비시키며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추리소설에는 늘 인간의 욕망이 있다. 글을 읽으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독자는 자신이 가진 욕망의 모습을 따라가는 작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고, 아름답고, 또 추악한 풍경을 바라보면서 글을 읽는 사람은 손에 땀을 쥔다. 그 땀을 불러내기에 손색이 없는 소설이다.

-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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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한 남자에 대한 애도
평점9점 | t******e | 2014-07-24 | 신고

 

책을 덮고 나니 서늘하다. 잠깐 마당에만 갔다 와도 등줄기에 땀이 흐르는 오늘 같은 한여름에 읽기 딱 적합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서늘한 내용이 살인의 잔혹함에서 오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이 참 이기적이라는 데서 오는 서늘함이다. 인간은 그렇게 프로그래밍화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엄혹한 이 세계를 두뇌하나로 지배하고 있는 인간이다. 지난 수만 년 동안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이기적이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이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가 무색해지게끔 서늘한 기운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 남자가 잔인하게 살해된다. 전처와 전처의 딸이 공범이다. 얼떨결에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 자신들의 죄를 알게 됐다면 사회의 규범대로 자수해서 벌을 받으면 된다. 그러나 하나오카 야스코는 딸의 인생을 망칠 수 없다는 생각 하나로 범행을 숨기기로 마음먹는다. 딸인 미사토 역시 이런 엄마의 결정에 불만이 있을 리 없다. 이들은 태연히 그들의 일상생활, 즉 도시락 가게에 출근을 하고 학교에 등교를 한다. 그리고 그날 오후에는 둘이서 영화관을 찾고 노래방에도 간다.

 

이 모녀가 이렇게 태연한 일상을 지탱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옆집남자 이시가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시가미는 천재 수학자다. 그러나 집안 형편 때문에 대학에 남아서 연구 활동을 계속하지 못하고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친다. 그에게 삶의 의미는 수학을 푸는 것에 있었다. 그 의미를 찾지 못하자 스스로 자살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옆집으로 이사 온 야스코를 본 뒤부터 삶의 의욕을 되찾는다. 야스코를 이 세상의 불행으로부터 지켜주는 일이 그의 새로운 의미가 돼버린 것이다. 그 후는 눈물 없이는 읽기 힘든 이시가미의 헌신이 이어진다. 사랑하는, 그것도 짝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스스로 살해범이 되어 감옥에 가게 되니까. 그러나 이것이 과연 야스코에 대한 헌신일까라는 의문을 가져본다.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상대방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을 과연 헌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헌신이라는 것은 자신의 이익보다는 남을 위해 살았을 때 바쳐지는 단어가 아닐까. 죽으려고 했던 남자가 자신의 죽음 대신 다른 사람을 죽이면서까지 지켜야했던 것이 평범한 여인인 야스코의 행복이라는 것에 별다른 감동을 느끼지 못한 이유다.

 

유가와 마나부는 이시가미의 대학 동창생이다. 천재물리학자로 불리는 그는 20년 만에 만난 이시가미의 상황을 예리하게 파헤치며 사건을 해결해나간다. 이시가와가 자수를 결심한 것도 유가와가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는 사건의 전모를 더 이상 숨기기 힘들어서다. 만약 유가와가 아니었더라면 사건은 흐지부지 미궁으로 빠졌을 것이다. 아주 작은 흔적으로 정교하게 사건의 퍼즐을 맞춰가는 유가와의 등장은 추리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듯이 경찰의 무능을 확인시켜준다. 유가와는 그저 추측일 뿐이라며 이시가와의 범행을 형사인 구사나기에게 브리핑하고 그것을 다시 야스코에게 그대로 말해준다. 유가와의 입장에서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야스코보다는 한때 자신의 경쟁자이자 친구였던 이시가와의 죄를 조금이라도 가볍게 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시 야스코로 돌아가면, 전 남편을 살해하고도 그 이튿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할 만큼 강한 여인이다. 만약 경찰에서 더 이상 괴롭히지만 않는다면 자신에게 프로포즈한 구도씨와 행복한 생활을 이어나갈 수도 있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차츰차츰 자신을 덮쳤던 고통과 공포에서 벗어나 편안하고도 행복한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야스코는 이시가와가 자신을 위해 저질렀던 범행의 전모를 듣고 자수한다. 이건 뭐지? 전 남편을 살해한 뒤 범행을 완벽하게 감추며 살아가려고 했다면 이시가와가 자신을 위해 벌인 희생쯤은 너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이시가와도 자신의 고생에 보람이 있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여기서 야스코가 자수한 것은 자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없게끔 몰아붙이는 유가와의 냉정한 권유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거기다 딸 미사토 조차 자살을 시도하지 않았던가. 야스코의 자수는 이시가와의 헌신에 감동한 행동이 아니라 사람으로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어 보인 나머지 어쩔수 없이 한 선택이었다고 느껴졌다.

 

구도 씨도 마찬가지다. 아내가 와병 중에 그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술집을 찾아가고, 거기서 만난 야스코와 다정한 시간을 보낸다. 아내가 죽은 뒤 야스코도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자 청혼을 하지만, 청혼하기 직전까지도 혹시 야스코가 살인사건에 연루되었는지 노심초사한다. 자신의 선택에 흠집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등장인물들의 행동은 살인을 빼면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는 평범한 것이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볼수록 자신의 이기심을 합리화하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하는 모습들이 보여 씁쓸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잘 짜인 추리소설 한 편이다. 잔혹한 살인과 은닉, 그리고 살해범을 사랑한 사람의 눈물겨운 헌신. 마지막에는 그 헌신을 알아본 진짜 범인의 자수. 책을 읽는 동안 조마조마하던 마음이 마지막 부분에 와서는 모든 게 다 해결되기 때문에 읽는 독자들이 속 시원해지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끔 잘 된 소설이었다. 그런데 나는 왜 이렇게만 읽지 못하고 삐딱해졌을까

 

한 사람, 죄 없이 희생된 한 사람에 대한 애도일지도 모르겠다. 이시가미가 선택했던 그 사람이 죽어야했던 이유는 딱 한 가지다. 아무도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갖지 않는다는 것, 그가 사라지는 것은 애초에 이 세상에 아예 오지 않았던 것처럼 흔적이 없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무서웠고 서늘했다. 어떤 사람이 헌신이라는 이름으로 이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사람일수도 있는 사람을 무참하게 살해했고, 세상의 수레바퀴에 올라타지 못하고 떨어진 그 사람은 자신이 죽어야하는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야 했던 그 사실이 아파서 서늘해졌다.

 

사실 추리 소설 속에서 사람이 죽는 일은 별거 아닐 수도 있다. 연쇄살인사건이라도 다룬다면 그 죽음의 숫자는 얼마든지 늘어날 수도 있다. 소설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죽음은 곳곳에 포진해있다. 하지만 우리의 삶이 죽음으로 완성된다고 봤을 때 그 죽음에 어이없이 헌신이라는 용어가 붙여진 것에 화가 났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기심을 채우기 위해 자신들 스스로 연기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좋은 평을 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한 사람쯤은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간 그 사람을 애도하는 것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그 사람만을 생각하며 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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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용의자 X의 헌신
평점10점 | t**p | 2012-11-22 | 신고

두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일요일은 너무 행복했다.

 

어쩜 제목이 저리도 명확하지? 책을 읽어가는 중에도 제목의 헌신이란 말을 왜 써야 했는지 내내 고개를 끄덕였다. 지독한 사랑이라든지. 아니면 우리나라 영화에서 처럼 헌신을 뺀 용의자x라고 하면 뭔가 더 미스터리한 미지수 느낌으로 궁금증이 있을텐데. 용의자를 자청하여 지독한 사랑을 보여준 이시가미를 표현한 제목을 헌신이란 단어로 썼다는게 너무 맘에 든다.

미사여구도 없는 그저 정확한 단어가 이시가미의 사랑방식과 잘 어울린다.

헌신이란 단어는 부모가 자식에 대한 사랑을 쓸 때 가장 이해가 되는 표현이다.

이렇듯. 이시가미 또한 야스코를 대신할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 행위야 말로 헌신이 아니고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나 싶다.

 

역시 유명한 추리작가의 글 솜씨는 놀랍다. 추리를 해내는 능력처럼 표현하는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분석도 정확하다. 실제 보이는 것들과 행동, 감정까지 읽어내어 연결해 내는 유추능력이 읽는 사람을 쉬지 않게 한다.

맨 앞장엔 이시가미가 범죄를 저지르는 대상이 일상처럼 관찰되어 지고 있다. 하지만, 무심코 읽은 내용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읽게 된다. 이시가미의 눈을 다시 처다보고 싶어서다.

 

-       이시가미는 그 파란 비닐 시트 오두막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비닐 시트 오두막 앞을 걸어가고 있었다. 비닐 시트 오두막은 사람 키만 한 높이라 안에서는 허리를 굽혀야 할 것 같았다그 부근에 널려 있는세탁물이 그곳이 주거공간임을 말해주고 있다. 제방 끝에 난 계단 손잡이에 기대 이를 닦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시가미가 자주 보던 남자였다. 나이는 예순 이상, 백발이 섞인 머리칼을 뒤로 묶었다. 아마 일할 마음이 없을 것이다. 막노동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이런 시간에 이런 데서 어슬렁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잠자리 옆에서 캔을 찌르러뜨리는 남자가 있었다. 이 길을 오가면서 자주 그런 광경을 보았다. 그래서 이시가미는 은밀히 그에게 깡통남자라는 별명을 붙어주었다. 깡통 남자는 쉰 전후로 보였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을 잘 갖추고 있었고, 자전거도 한 대 가지고 있었다. 아마도 캔을 모을 때 기동력을 발휘하는 도구일 것이다. 노숙자 주거지 맨 끝이면서 구석진 곳인데, 아마 그 가운데서도 일급지인 것 같았다. 그런 이유로 저 깡통남자가 이 집단의 우두머리가 아닐까 하고 이시가미는 추측했다….

벤치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원래는 베이지색이었을 코트가 거의 회색으로 벼였다. 코트 아래에는 재킷을 입었고, 그 아래는 와이셔츠를 갖췄다. 넥타이는 아마도 코트 호주머니에 들어 있을 것이다. 이시가미는 그에게 기사라는 별명을 주었다. 어제 공업계통의 잡지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짧게 자른 머리에 깔끔하게 면도까지 하고 있다. 그러므로 기사는 아직 재취업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가 일자리를 찾으려면 먼저 자존심을 버려야 할 것이다

노부인이 인사를 했다.. 이시가미는 그녀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봉투 속의 내용물은 샌드위치 같았다. 아마도 아침식사일 것이다. 그래서 혼자 사는 여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집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다. 언젠가 그녀가 샌들을 신고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샌들을 신고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생의 반려를 잃고 이 부근의 아파트에서 개 세마리와 같이 살고 있을 것이다. 방은 꽤 넓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개를 세마리나 키울 수 없을 테니까. 개 세마리 때문에 값이 싼 더 작은 아파트로 이사갈 수도 없다. 은행 융자금은 다 갚았는지 모르지만, 관리비는 든다. 그래서 그녀는 절약해야 한다. 이 겨울, 그녀는 마침내 미장원을 끊어야 했다. 염색한 모습을 한 번도 보지 못했으니까.

 

작가의 예리한 관찰력의 추측 기법들은 긴밀한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방식과 인물들의 묘사가 복잡해 보이지만, 쉽고도 재미있다.

야스코를 보고 싶어 도시락 가게에 매일 티나게 들르는 옆집 수학선생 이시가미.

예쁜 얼굴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남자가 끊이지 않는 야스코는 결국 진드기 같은 전 남편을 딸과 살해한다.

이시가미의 유일한 두뇌 대적자로 이시가미의 알리바이를 쫒는 물리학자 유가나와.

그 세람을 쫒는 경찰 구사나기.

 

그저 야스코의 살인사건을 은패하려는 이시가미의 전술로 보이다가, 결국 유가나와에게 들켜버린 이시가미는 자수를 한다. 이 장면에서 끝났다 싶지만, 이거 또한 이시가미의 완벽한 알리바이이다.

아니, 진짜로 살인자가 되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게 자신을 용의자로 만든 천재성에.

경찰도 유가나와도 그를 도울수가 없게 된다.

혼자만의 짝사랑의 끝이 이렇듯 스토커를 넘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고 야스코를 지킬 만큼 병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희생하는 이시가미에겐 그렇만한 이유가 또 밝혀진다.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모든걸 내려놓고 인간의 마음으로 이시가미를 바라본다.

인간이 사랑에 대한 희생과 욕망의 대가를 이시가미 같은 방식으로도 표현하고 싶은거구나.

이시가미는 고백한다.

 

-       일년 전이었다.이시가미는 로프를 든 채 방 한복판에 서있었다. 그것을 걸 만한 장소를 찾고 있엇다아무 미련도 없었다. 죽는 데 무슨 이유가 있을까. 다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을 뿐이다. 받침대에 올라가 목을 로프에 거는 데 도어벨이 울렸다.

운명의 벨이었다.

그것을 무시하지 못한 것은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문 바깥에 있는 누군가가 어떤 급한 용건으로 찾아왔는지도 모른다.

문을 열자 두 여자가 서 있었다. 모녀 같아 보였다. 이웃에 이사온 사람이었다두 사람사 보았을 때 이시가미의 몸속으로 뭔가가 치달렸다. 정말 깨끗하고 아름다운 눈을 한 모녀였다. 그때까지 그는 어떤 아름다움에도 눈을 빼앗기거나 감동한 적이 없엇다. 예술의 의미도 몰랐다. 그러나 그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수학의 문제가 풀려서 느끼는 아름다움과 본질적으로 같은 아름다움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나오카 모녀를 만나 후로 이시가미의 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자살충동은 사라지고 살아가는 기쁨이 일었다. 두 사람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일요일은 너무 행복했다. 창을 열면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수학도 똑같다는 것을. 이세상에는 거기에 관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숭고한 것이 존재한다그 모녀가 없었따면 지금의 자신도 없다. 죄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생각했다사람은 때로 튼실하게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 다른 사람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시가미는 어짜피 죽을 목숨 은혜를 갚는 일이라고 할만큼, 자신의 목숨보다 자신에게 아름다움과 행복을 가르쳐준 모녀가 소중했다. 천재지만 사람이 사는 관계, 즉 사랑받고 사랑하는 모습들을 배우지 못한 이시가미의 방법은 원초적이였다.

그저 내 목숨을 바쳐 지키는 투사적인 영웅심리로 자신의 사랑을 모녀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거다. 숨어 사랑하는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것밖에 몰라서.

그의 목숨 건 사랑은 충분이 이해가 간다.

이시가미를 오랫동안 보아온 친구 유가나와는 혼란스러워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시가미의 사랑을 지켜주기 위해 사건의 진실을 알면서도 은패해야 하는건지, 이시가미의 마음도 몰라주는 야속한 야스코를 찾아가 이시가미가 하지못한 고백을 대신해 준다.

 

-       아시가미가 이런 사태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죠.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에게만은 진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겠지요. 그것은 그를 위해서가 아니에요. 당신을 위해서입니다. 만일 진상을 안다면 당신은 고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나는 당신에게 이걸 밝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신의 삶을 모두 걸 만큼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하지 않으면, 그가 너무 가련해서 난 견딜 수 없어요. 그의 마음은 이런 게 아니겠지만, 당신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 자체를 나는 견딜 수 없습니다.

 

살해한 야스코보다, 순결한 이시가미가 더 더욱 안쓰러워 지는 동정상황에 빠지게 된다.

결국, 진실의 승리.

양심의 가책을 느낀 야스코의 딸이 자살기도를 하자, 야스코는 깨닫는다. 자신의 죄의식을 더 이상 감출 수 없게 되자. 야스코는 경찰들에게 자수한다.

이시가미는 어떠한 과학적 증거로도 빠져나갈수 없게 만든 알리바이 퍼즐들이 무너진다.

바로 진실이란 마음 앞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주고 픈 자신의 진심이 실패로 돌아가자, 짐승처럼 울부짖는 한 남자의 목소리로 이 소설은 마무리 된다.

 

결국, 이시가미는 진실 앞에서 사랑을 지키지 못한 남자가 되었지만, 야스코의 자수는 그런 이시가미를 지켜주는 또 하나의 양심이자, 사랑으로 해석하고 싶다.

그래서 이 또한 로미오와 줄리엣같이 독약을 함께 마시는 사랑으로 나는 이들의 사랑을 맺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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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천재 VS 천재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g*******2 | 2009-03-11 | 신고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라 주문 후 바로 그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단단하고 매끄러운 초콜릿빛 하드커버는 매혹적이었고, '용의자'와 'X', '헌신'이라는 제목 속의 단어들 각각 미스테리적인 느낌을 팍팍 풍기고 있어 더욱 기대가 되었다. 

다 읽고 난 후에는 다소 멍했다. 재미있었고, 반전도 놀랄만했고, 작가의 치밀한 구성력에도 혀를 내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다섯개를 주기에는 다소 미흡한 무엇인가가 있었다. 추리물은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지라 남들이 다 극찬한 이 작품의 진가를 몰라보는 것일까. 혹은 단순히 내 취향에 맞지 않기 때문일까.

내용에 대해서는 책의 뒷표지에 실린 광고문구 그대로다. 한 여자를 사랑한 남자가 그 여자의 살인을 숨겨주기 위해 자신의 모든 인생을 건 이야기. 문제는 이 남자가 평범치 않은 두뇌의 소유자라는 것이고, 더욱이 수학자라는 사실이다. 

여자는 기억조차 못하는 계기로 그녀를 인생을 걸고 사랑하게 된 이 남자, 굉장히 이상해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그를 수학문제 하나에 자신의 평생을 보내도 좋다고 생각하는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모든 시스템이 작동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그는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만을 보고 돌진하는 인물이다. 그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처음 몇 페이지를 읽다가 미묘한 부분이 있어서 다시 뒤로 돌려 보았는데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알고보니 그것이 이 작품의 결정적인 단서였다. 그런 장치는 다소 비겁하지 않은가 싶은데.. 아무래도 과거 명탐정시리즈에만 익숙해져있다보니 이런 식의 속임수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나보다. 작가가 모든 상황을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독자로 하여금 함께 동참하여 풀어가도록 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불리한 것은 감춰두고 있다가 나중에 뻥하고 터뜨려 충격을 주는 것 같아 유쾌하지는 않았다.

비슷한 예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라는 일본추리소설이 있는데, 이 작품은 결말부분에서 독자의 선입관을 배신하는 한문장으로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사건과 인물들을 연관시킨다. 놀랍긴 했지만, 추리소설이란 일종의 논리게임이라는 고정관념때문인지 이런 식으로 충격을 주는 것은 상황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제시하는 설명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독자들에게 속임수를 쓰는 것 같아, 높게 평가할 수 없었다.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읽어보시기를..개인적인 취향에 의해 높게 평가하지 않지만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일종의 사회소설로 재미있게 읽힌다.)

헌신적인 용의자 X 와 천재적인 물리학자와의 추리대결은 볼만했다. 추리란 작가가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 이리 맞추면 이렇게 되고, 저리 맞추면 저리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이건 전적으로 독자의 껴안아야 할 맹점이다. 아무리 성실한 작가라 하더라도 모든 상황을 독자가 실제로 거기 있는 것처럼 묘사해주지는 못하므로. 더욱이 나처럼 추리에 영 소질이 없는 인물이라면 그냥 작가의 말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벅차다. 그럼에도 두 학자의 추리대결은 각각 한치의 오차도 없이 그럴듯한 추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이것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진실은 논리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모든 논리적인 증거와 추리과정이 진실을 보장해준다면 수학자, 물리학자 둘 다 맞을 수 밖에 없고, 그것은 모순이 된다. 

이 대결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책 속의 내용을 인용하자면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것과 그 문제를 푸는 것 중 어느 쪽이 어려울까?' 와 '혼자 생각해서 답을 제시하는 것과 남이 제시한 답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간단할까?' 이 두가지 명제를 중심으로 대결이 압축된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의문은 수학문제의 증명에 관한 것인데, 결국 그것이 두 사람의 인생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로써 두 사람은 첫번째 물음에서 발생하는 두 가지 경우와 두번째 물음에서 발생하는 두가지 경우, 네 가지 경우를 서로 다른 편을 택하며 대결을 해나가는 것이다.  

누가 이겼는가는 말하기 힘들다. 하지만 현실적인 처지는 어떻든간에 감히 남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사랑을 보여준 용의자 X 에게 한표를 던진다. 오로지 남들이 풀 수 없는 수학문제에 시간을 쏟기를 바랐던 순수한 수학자에게 그런 사랑은 오히려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순수란 무엇인가. 순수는 선과 동일어가 아니다. 순수는 불순물이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단순하고 맹목적이며 그 때문에 자신이 추구하는 것 이외의 것은 아예 돌아보지도 않는다. 그것이 그의 사랑의 정체이며, 모든 사건의 전말일 것이다. 

천재라고 불리는 작가. 어쩌면 작가 자신도 자신의 '천재'를 걸고 소설속의 천재들과 고독한 싸움을 벌인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복잡하고 치밀한 추리와 복선은 역시 작가의 솜씨를 여지없이 증명해내고있다. 이 작품이 감상적이라고 평하는 사람도 꽤 있다. 아무래도 '사랑'이 소설의 주제가 되기 때문인 듯 한데, 이 모든 절절한 사랑에도 불구하고 읽고나서 든 감정은 '건조함'이었다. 들끓는 사랑과 살인사건의 결합은 굉장히 감상적이고 격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데도 전체적으로 일부러 건조한 톤을 유지한 것 같다. 그것은 주인공이 워낙 자기표현을 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여자와 주인공 사이에 사랑이라고 할만한 어떤 것이 교류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사랑이라는 것이 '감성'을 불어넣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주인공을 수학자로 설정했듯이 모든 추리를 '말이 되게'하기 위한 장치의 하나라는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가는 '방과후'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나보는 것이라 정확히 평하기는 어렵겠지만, 두 작품 모두 뛰어난 추리가 바탕이 되어있다는 점과 그런 것을 생각해내는 것은 웬만한 두뇌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어려울 것이라는 것, 그런 지능을 바탕으로 썩 재미있고 독특한 작품을 써내는 작가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특히 '용의자 X의 헌신'이라는 제목은 소재뿐만 아니라, 내용의 주제까지 함축하는 제목으로 인상깊었다. (출판사에서 지은것일까? 혹은 작가가?) 나처럼 게으르게 내용을 이해하는데 급급한 독자보다 두뇌게임을 즐기는 독자라면 쌍수들고 환영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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