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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발행일 | 2006년 11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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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28쪽 | 414g | 153*210*20mm |
ISBN13 | 9788932370644 |
ISBN10 | 89323706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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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
제인슨의 정체성을 찾아서
‘내가 누구예요?’를 읽고
만약 내가 태어나자마자 부모로부터 버려져 해외 입양아가 된다면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새삼 내가 부모와 함께 사는 아이라는 점에 이렇게 벅찬 기쁨이 밀려들지는 몰랐다. 동시에 아이를 낳아 버리는 어른들이 뱀보다 더 혐오스러웠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그 사람들이 증오스러웠다. 그런데 이 글을 보니 사정이 있어 입양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역시 세상에는 나쁘고 무책임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이 글에 나오는 제이슨은 양부모가 워낙 교양있고 너그러운 분들이었기에 자기가 입양아라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 살아가고 있었다. 동생 폴만 아니었으면 영원히 자기 정체가 뭔지 괴로워하지 않고 자라났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동생 폴이 태어나면서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엄마아빠와 동생 폴은 눈도 파랗고 피부도 하얗고 코도 오똑한데 자기는 전혀 달랐다.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눈치를 채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어느 날 이웃의 아니타가 케이트 밀러 부인에게 하는 말을 듣고 비로소 자기가 한국에서 입양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때 난 아니타가 정말 꼴보기 싫은 여자 애라고 느꼈다. 화가 나서 머리끄덩이라도 잡고 혼내주고 싶었다. 제이슨의 충격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나였다면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내 심장이 튼튼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10여년이 넘게 친부모로 생각했는데 하루 아침에 어긋나다니. 나는 케이트 밀러 부부가 꽤 자란 제이슨에게 왜 사실을 미리 말해 주지 않았는지도 궁금했다. 큰 충격을 받지 않게 하려면 부모가 직접 말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제이슨은 자기가 누구인지, 어느 민족으로부터 태어났는지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인지 헷갈리는 것이다. 제이슨이 조금 커서 미국으로 입양이 되었다면 적어도 민족의 정체성만큼은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제이슨이 갓난아기 때 입양이 되어서 자기가 한국인인지 미국인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것이다. 모습은 한국인인데 미국문화 속에서 살았으니 마치 머리는 용인데 몸은 뱀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제이슨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래 방황하지는 않았다. 이웃에 이사 온 오치성 할아버지 덕분이었다. 한국인인 할아버지는 제이슨에게 우리나라 국기인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한글도 익히게 도와주었다. 제이슨이 비록 미국에서 자라났지만 한국의 얼을 배운 것 같아 나도 뿌듯했다. 또한 자신을 곤경에 빠트리려고 했던 아니타와 친구들을 구한 후에도 상금을 거절하는 겸손함이 역시 한국인의 아름다운 내면을 닮은 것 같았다.
그런데 안정을 찾은 제이슨이었지만 역시 친부모님을 그리워했다. 너무 그리워하자 밀러 부부는 제이슨의 이모에게 제이슨을 보내기로 하였다. 제이슨은 이모를 만나 부모님의 사연을 듣게 되었다. 할 수 없이 제이슨은 다시 미국으로 왔지만 올 때 무덤에서 흙 한 줌을 담아 갔다. 아마도 고국을 잊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나도 '나는 누구인지' 제이슨을 따라 같이 길을 가보았다. 제이슨은 한국 부모 밑에서 태어났지만 미국 문화 속에서 자랐으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처럼 여러 문화를 한꺼번에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기보다는 양쪽 모두를 다 사랑하면 사는 것이 더 행복해질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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