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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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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08쪽 | 416g | 153*224*30mm |
ISBN13 | 9788936464455 |
ISBN10 | 8936464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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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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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은, 그 낯선 이의 눈이 유난히 연한 푸른색이라는 것이었다. 그 푸른 눈이 내 눈과 몇초간 무심히 마주쳤고, 멍하고 분명 겁 먹은 듯 보였다. 놀란 듯 보이면서도 천진난만한 장난기가 서린 그 눈은 내가 구체적으로는 기억해낼 수 없는 어떤 사건, 아주 옛날 열네댓살 무렵 교실에서 있었던 일을 얼핏 떠올리게 했다. 그의 눈은 뭔가 교칙을 어기다가 들켜서 놀란 소년의 눈과 같았던 것이다.(중략)
- p. 25 -
윌리엄 브래드쇼의 눈에 비친 기차 객실 안의 아서 노리스의 모습에 대한 묘사로 시작되는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는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작품이다. 베를린을 떠난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1935년에 발간한 이 작품은 <베를린이여 안녕>과 함께 그가 베를린에 머무는 동안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사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에 대해서 거의 아는 바가 없지만, 그가 베를린에서 머무른 시기인 1929년부터 1933년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말기에 해당되는 이 시점은 다른 말로 표현되면 히틀러의 나찌 정권이 들어서기 직전의 상황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영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당시 베를린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에 눈길을 끄는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렇다면 왜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이 시기에 베를린에 간 것일까? 책의 첫 머리에 'W.H. 오든을 위하여'라고 언급된 부분이 있는데, 이 사람은 이셔우드의 동성 연인이라고 한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는 '퀴어'로 불리우는 동성연애자였으며, 실제로 동성연애자 인권 운동에도 기여한 인물이라고 한다. 당시 보수적인 영국에서 동성연애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는 시기였기에 이셔우드는 베를린으로 그의 연인과 함께 떠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베를린이었을까? 역설적이지만, 당시 독일의 바이마르 공화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국의 멍에를 짊어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정부였지만, 오히려 민주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요소가 강하였기에 동성애에 대하여도 관대한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또한 나찌가 정권을 장악하기 이전에 파시즘은 물론이거니와 공산주의도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베를린은 혼돈과 불안으로 가득한 도시였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에서는 이러한 베를린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윌리엄 브래드쇼를 비롯한 작중 인물이 실제 자신을 비롯한 실존 인물이 아니라고 언급하고 있지만, 누가 보아도 이 작품은 크리스토포 이셔우드가 베를린에서 머무는 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윌리엄 브래드쇼를 통하여 이야기하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첫 부분에 등장하는 아서 노리스의 첫인상에 대한 묘사는 의미가 있어 보인다. 사실 이 책을 읽는다면 전체적으로 아서 노리스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는 윌리엄 브래드쇼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왠지 사기꾼 기질을 다분히 보여주는 아서 노리스에게 왜 윌리엄 브래드쇼는 끝까지 그를 감싸줄까?
위에 언급한 이야기의 첫 부분에서 "그의 눈은 뭔가 교칙을 어기다가 들켜서 놀란 소년의 눈과 같았던 것이다."라는 부분을 보면 사기꾼의 모습을 보여주는 노리스의 불안함으로 볼 수 있지만, 동성연애자로서 베를린으로 향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노리스의 눈에 투영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 작가를 대변하는 인물은 분명 윌리엄 브래드쇼인데, 자신의 불안한 상황은 오히려 노리스에 부분적으로 이입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다보니 시종일관 이야기의 흐름은 아서 노리스가 벌이는 일련의 사건들로 진행되고, 윌리엄 브래드쇼는 그러한 노리스를 관조적으로 바라보다가도 그의 협력자로 그려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베를린에 거주하는 윌리엄 브래드쇼의 다른 친구들에게 아서 노리스를 소개할 때마다 그의 친구들은 브래드쇼에게 노리스의 사기꾼 기질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윌리엄 브래드쇼는 노리스에 대하여 여전히 호의적이다. 노리스를 통하여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를 따라서 공산주의에 빠져들기도 하며 이야기의 후반부에는 노리스가 브래드쇼의 동성애적인 취향을 이용하여 쿠노와 함께 스위스에 가달라는 부탁도 기꺼이 들어준다. 심지어 노리스가 자신을 이용하여 스파이 활동을 통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보려는 계략까지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리스가 베를린을 탈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것들은 아마도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자신을 대변하는 브래드쇼는 침착하면서도 제3자의 입장을 유지하는 인물로 그려내면서도 자신의 불안한 심리는 따로 아서 노리스에게 이입시켰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말해봐, 윌리머." 그의 마지막 편지는 이렇게 끝났다.
"도대체 내가 뭘 저질렀기에 이 모든 일을 당해야 해?"
- p. 302 -
책의 마지막장에 자신을 협박하는 인물과 함께 도피생활을 해야 하는 아서 노리스의 이 편지 내용은 오히려 크리스토퍼 이셔우드가 겪고 있는 현실의 상황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동성애자였기에 베를린에 머물렀고, 나찌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결국 영국이 아닌 미국에 정착을 하는 당시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감안한다면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의 노리스는 어쩌면 이셔우드의 또다른 분신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리스 씨 기차를 갈아타다>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라는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의 첫 작품이라 처음 읽을 때에는 어느 정도의 부담감은 있었으나, 오히려 이 책을 통하여 바이마르 공화국의 말기의 정치적인 상황을 이셔우드의 개인적인 혼란스러운 사상 - 공산주의에 대한 옹호 및 자신의 동성애 -과 함께 읽음으로써 당시의 혼돈스러운 상황을 더욱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그나마 당시 베를린의 혼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기에 이 작품은 그저 바이마르 공화국에서 나찌 정권으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상황을 문학이라는 장르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인 작품이 아닌가 생각된다. 양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작품은 많지만, 전쟁 이후 또는 전쟁 직전의 상황인 1930년대 초반의 독일의 상황을 다룬 영미문학은 드물기에 오히려 이 작품이 돋보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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