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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5년 11월 3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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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86g | 148*210*30mm |
ISBN13 | 9788956252957 |
ISBN10 | 8956252955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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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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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자살 때문에 모인 장례식장에서 으레 망자와 친하지도 않던 어떤 이는 이런말을 꺼내기 마련이다. '죽을 용기로 살지.'
가끔 죽을 용기가 생길 때 나는 그 말을 가만히 떠올려 본다. '죽을 용기보다 어려운 용기는 없다는 것', 그리고 '사는 것은 아무리 힘들어도 죽는 것보다 낫다는 것'. 을 전제하는 그 말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가 하고 말이다. 자살은 삶을 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려워졌다는 마지막 표현인데도, 남은 사람들은 여전히 죽는 것보다는 사는게 나은데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전히 망자의 입장에 우리는 서지 못하고, 어쩌면 그것은 단순한 실수에 불과할 지 모른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내가 이 책을 고른 이유 중 하나는 심리부검이란 제목 밑에 쓰인 부제 '나는 자살한 것을 후회한다'였다. 자살하기 전에 손목을 여러번 그은 흔적이 남는 주저흔처럼 자살하는 사람이 죽기 전에 수천번 고민 했을 것을, 그리하여 어찌하지 못하는 그 짧은 찰나에 후회했을 것을 나는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잊을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래야만 나 또한 더 열심히 살 수 있을테니까.
특히 좋아하지 않는 말이 있는데, '신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고통만 준다'라는 말이다. 이 말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증거가 나는 자살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곤 한다.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결국 견뎌낸 사람들은 살아 남아서 여전히 그 믿음이 옮음을 증명하고, 그것이 아님을 증명할 사람들은 전부 신의 곁으로 갔으니 더 이상 증명할 방법은 없는 셈이다. 이 책에는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통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쓰여 있다. 심리부검이라는 것은 죽은 이의 사망전까지 행적과 주변인의 면담을 통해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밝혀 내는 작업을 뜻한다. 이는 좁게는 자살의 이유를 밝혀 내는 것에서, 자살인지 타살인지의 여부를 가늠하는 것, 크게는 주변인들의 심리적 치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심리부검이라는 용어가 처음 사용된 사건은 1958년 LA 부둣가 추락 사건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살의지(intention)를 밝혀내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죽은 이는 자살을 할 정황이 전혀 없어서 실족사로 판명이 났다. 그렇다면 정황이란 무엇일까. 죽은이의 삶을 중심으로 이전에 자해를 시도 했거나 트위터나 일기장에 남긴 기록, 죽음을 암시하는 행동, 약물 복용, 큰 충격을 준 사건 등을 전부 정리해 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발생시점에만 영향을 미치고 만 사건에서부터 오래전에 벌어졌지만 죽기 전까지 영향을 미친 사건들이 있다.
또한 유서에서 쓰이는 단어와 형태도 대체적으로 유사한 형태를 띤다. '죄송합니다. 미안하다. 아들. 열심히. 살아. 좋은. 여보. 싶다. 행복하게. 사람. 용서. 눈물이. 마세요.' 같은 단어들이 순서대로 많이 쓰인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엄마'였다는 사실이 듣는 이의 마음을 참 아프게 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유서를 남기지 않으며, 한국은 특히 열 명에 한 두명이 남기는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의외로 준비된 종이에 유서를 남기지 않고 신문지, 포스트잇, 벽지 같은 데에 남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유서를 분석해 반복적으로 발견한 주제 세 가지를 설명한다. 그것은 외로움, 짐, 무기력이었다. 스스로가 혼자라는 생각과, 남에게 짐이 되고 있다는 판단, 그럼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리력함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누구든 절망의 끝에 서 본 사람이라면 그 세가지가 왜 그토록 그들을 무겁게 짖눌렀는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심리부검이 남겨준 가장 큰 숙제는 망자가 하고 싶었던 말을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영영 못듣고 지나쳤을 메시지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다시 한번 그를 상기하고 우리 삶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자살처럼 보이지만 그럴 이유가 없는 사건, 타살처럼 보이지만 자살의 징후를 보였던 사건, 그리고 자살할 것이 예견되었던 사건 등 많은 케이스가 나열되어 있다. 보험회서에서 근무했던 하인리히는 대형 사고를 분석하다가 대형 사고가 한번 있기 까지 29번의 경상자, 300번의 잠재적 부상자가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사고가 나는데도 이렇듯 수많은 징후를 보이는데 하물며 사람의 일이 어찌 아무런 징후가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우리가 그것에 눈을 감고, '괜찮겠지, 견디겠지' 하면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징후를 그냥 넘겼던 나를 비롯한 많은 이들이 한번쯤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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