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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1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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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8쪽 | 432g | 140*200*20mm |
ISBN13 | 9791186195482 |
ISBN10 | 1186195487 |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3일 ~ 2024년 09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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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여성작가'라는 단어는 이상하다. 성별이 여자인 작가를 이르는 단어라면 남자인 작가를 이르는 단어로 '남성작가'가 라는 단어가 쓰이던가? 적어도 나는 지금까지 그런 단어를 본 적이 없다고 기억한다.
타니아 슐리가 쓴 『글쓰는 여자의 공간』은 사실 3월 즈음에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일본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인터뷰를 읽었기 때문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인터뷰를 담은 <채널예스>의 기사
[특별 기고] 미야베 미유키 "내가 SNS를 하지 않는 이유"
http://ch.yes24.com/article/view/28626
미야베 미유키는 『화차』, 『모방범』,『음의 방정식』 등 유명한 소설을 쓴 작가이다. 특유의 냉철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간담을 서늘하게 하면서도 사회의 문제를 꼬집어 내 미묘하게 답답한 부분을 긁어준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그의 작품 『화차』가 영화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 <화차> 포스터
<채널예스>와 진행했던 인터뷰 중 눈을 사로잡은 부분은 다름아닌 그가 말하는 ‘여성작가로서 겪는 성차별’이었다. ‘28년 동안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출판계의 여성 차별’에 대한 질문에 미야베 미유키는 말했다.
“이런 소재의 글을 쓰는 건 여성 작가가 잘하지”라는 식의 발언은 역시 차별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소재는 여성 작가에게 맞지 않다”라든가, “여성 작가치고는 선이 굵직한 작풍이다”라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저한테는 다 차별로 들려요. 그런 거 상관없잖아요. 출간된 작품을 읽고 “와! 선이 굵직한 작품이네”, “어쩜 이렇게 나이브할까”, 이렇게 느낀 다음에 작가를 판단하면 좋은데, “여성 작가가 이런 작품을 쓰는 건 별난 일이네요” 같은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는 걸 보면 정말 기가 막히죠. 저는 데뷔한 지 28년이 되었는데요, 그 28년 동안 전혀 달라진 게 없어요.
채널예스와의 인터뷰 내용 中 발췌
일본과 한국의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과거와 비교하자면 나아졌을지 모르지만 여전히 ‘여성’작가라는 단어가 쓰이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일어난 일련의 사태, Misogyny와 관련 된 일이 우후죽순으로 화제가 되는 것을 보면 출판계에 문제는 국한되지 않을 터다.
잠깐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자. 미야베 미유키의 인터뷰를 읽고 자연스럽게 이 책을 떠올리고 다시 읽었다. 이 책의 카피라이트는 <여성 작가 35인, 그녀들을 글쓰기로 몰아붙인 창작의 무대들>이다. 책의 주제가 '여성' 작가의 공간이니 당연한 카피라이트다. 하지만 '여성'작가의 존재 자체가 특별하게 여겨지며 책으로 출판되기까지 한다는 건, 역시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물론 제목에 이끌려 책을 구매하고 읽은 나 또한 참 모순적인 인간이다.
총 35명의 작가들이 글을 썼던 공간을 알려주는 책에는 내가 아는 작가들의 공간도 있었다. 슬프게도 많지는 않았다. 익숙하지 않거나, 아예 처음 보는 이름도 더러 보였다.
그들의 공간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었다. 부엌과 같은 과거(어쩌면 여전히 현재) 여성들의 공간, 혹은 서재/사무실과 같은 전문적인 공간이었다. 가정주부와 골드미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부엌에서 글을 썼던 이들은 남편 혹은 아이들에게 밀려 가까스로 자리를 잡아 글을 썼고, 전문적인 공간에서 글을 썼던 이들은 혼자의 삶을 살거나 홀로 살아갈 수 있는 직장을 가진 상태에서 글을 썼다.
3월 즈음 읽을 때에도 알 수 없는 씁쓸함에 휩싸였지만 7월에 다시 읽는 동안에도 씁쓸함을 지울 수 없었다. 과거와 비교해 보아도 여성의 공간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주부로 생활하는 이들은 여전히 부엌이 그들의 공간으로 치부되고, 속칭 '꼬장꼬장한' 어르신들은 부엌은 남자가 들어가서는 안 되는 금남(禁男)의 공간인 양 말한다. 가정의 노동은 지금도 여성의 몫으로 비춰진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일지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다가오는 반면 '워킹대디'라는 단어가 낯설다는 것에서 충분히 사회적인 맥락을 유추할 수 있지 않은가? 여성의 공간이란 어째서 이토록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걸까.
최근 또다른 '여성'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를 보았다. 직접적인 글쓰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그가 서재에서 글을 쓴다는 사실을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정유정 작가와 같이 자신만의 공간을 가진 '여성' 작가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종종 인터뷰를 통해 접하는 '여성' 작가들은 대부분 집 근처 카페에서 글을 쓴다고 했다. 저마다 글쓰는 스타일과 글을 쓸 때 바라는 분위기가 각기 다를 테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그들이 카페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온전한 그들만의 공간, 서재라니! 분명 베스트셀러를 몇 권이나 집필한 유명 작가이기에 가능한 일이리라.
어쩌면 나의 비약적인 시선에서 비롯한 씁쓸함이자 일종의 또 다른 편견일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까지 불편한 시선을 가지고 '여성 작가'라는 단어에 반발심을 가지는 것은 성별이라는 틀에 그들을 억지로 짜맞추며 글쓰는 여성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을 재생산 하지 않기를 바란다. 애초에 글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나누는 것에 반발하고 싶다. 누구나 각자의 성격을 담은 글을 쓸 수 있고, 그것은 남성적인 글/여성적인 글이 아닌, 그의 글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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