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홧불을 올려라

열네 살 어린 소년 불개 담이의 임란 직전 활약상을 그린 어린이 소설이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째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소년의 이야기였다. 담이는 아버지도 어머니도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열네 살 어린 소년이다. 그러나 소년의 마음에는 언제나 지칠 줄 모르는 꿈, 꼭 봉수대에 올라가서 아버지가 했던 봉수군의 역할을 하고 싶어 하는 꿈이 있었다. 봉수군으로서 나라의 평안함과 위급함을 알리는, 나라를 위한 하나의 큰 역할을 하고자 하는 담이의 의지는 이야기의 전반부에서부터 잘 나타난다. 담이는 봉수군이 되고자 말똥을 얻으려고 갖은 고생을 다 했고, 늑대똥을 얻으려다 죽음의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어른들도 심하다고 하는 김오장의 훈련도 참고 해내는 끈기와 노력을 보인다. 꿈을 이루어 간다는 것은, 꿈에 이르기까지의 험난함을 이기고 꿈에 한 걸음 다가가는 것임을 열네 살 어린 담이는 너무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두 번째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세상의 모든 아들은 어렸을 때 자신의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가장 정의롭고 가장 크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요즘은 아들의 그런 생각이 예전보다 훨씬 더 어려서부터 차차 옅어지고,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지날 무렵의 요즘 아들들은 이미 아버지를 훌륭한 사람으로 존경하기보다 그냥 아버지로서의 의루를 다해야 하는 가장으로만 생각하거나 아예 아버지를 자신들의 관심 밖에 두는 경우도 있다. 혹은 아버지가 자신의 일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움직이는 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려서부터 쉽게 잊는다. 그러나 조선의 담이는 달랐다. 담이에게 아버지는, 봉수군이 되고 싶어 하는 담이가 동경하는 롤 모델로, 가장 멋있는 봉수군이었다. 아버지는 정의로운 어떤 신념에 따라 움직이는 한 사람이었고 담이가 그렇게 올라가고 싶어 하는 봉수대에서도 가장 훌륭한 봉수군이었다. 요즈음에는 찾기 어려운 담이와 아버지의 부자관계와 그 연대감이 인상적이었다.

담이 이야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처음에 등장만으로도 동네 아이들을 설레게 했던 연이는 이야기 중반에는 아예 사라지고 마지막에만 등장하는 인물로 약화되었다. 연이와 담이의 이야기를, 꿋꿋하고 씩씩한 소년 담이의 설레는 이야기로 잇거나 할머니와만 살고 있는 외로운 담이에게 사랑스러운 여동생이 생겨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구성하여 연이의 마지막 역할이 더 잘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다음으로는 정여립 사건이다. 정여립 사건은 분명 담이 아버지의 죽음과도 관련이 있고 봉수대의 비밀 결사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야기가 정점에 이르기도 전에 그 존재감을 찾을 수가 없다. 굳이 이 이야기에 언급될 필요가 있었을까? 그리고 담이의 결정적 활약상 부분도 조금 아쉽다. 물론 담이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틀림이 없겠으나 책의 마무리에 이르러서는 ‘어?’(이게 다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초등 고학년이 재미있게 읽기에 좋은, 많이 어렵지 않은 책이었고 장점과 소소한 아쉬운 점이 함께 보이는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