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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7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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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64쪽 | 676g | 148*210*30mm |
ISBN13 | 9788957515006 |
ISBN10 | 8957515003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1월 30일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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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 이래 남성이 존재했던 것처럼 여성, 혹은 여자, 혹은 여인은 처음부터 존재해 왔다. 야훼가 맨 먼저 남성을 만든 다음 그의 갈빗대를 취하여 여성을 만들지 않았냐고, 야훼의 창조 순서를 내세우며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인 존재, 혹은 부수적인 산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모두 나오미 해리스 로젠블라트의 『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을 읽어봐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편협하게 성서를 이해하고 있었는지, 얼마니 이기적인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하는 성서의 수많은 이야기들을 여성의 시선으로 재구성한다. 사실 성서는 남성들에 의해 쓰여졌기 때문에 남성 중심적 가치관이 짙게 배어 있다. 남성우월주의가 들씌워진 성서 속에서 신의 의지에 반하는 의도를 한 꺼풀 벗겨내어 진실된 이야기를 드러내는 작업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다. 나오미 해리스 로젠블라트의 여성 중심의 재구성 작업은 실로 놀랍다.
그녀는 남성 중심주의 사회에서 딸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늘 남성의 뒤편에 오롯이 서 있던 여성들에게 손을 내밀어 남성과 동등한 위치로 이끌어낸다. 이것은 딸로서 아버지에게 종속되고, 아내로서 남편에게 종속되고, 어머니로서 아들에게 종속되어 있던 성서 속 여성들에게 진정한 ‘자기 자신’, 즉 자아를 되찾아주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그 과정에서 남성을 여성의 뒤편으로 격하시키는 일은 없다. 단지 편협한 이해력과 이기적인 편견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 성서 속 여성들에게 마땅히 돌아가야 할, 처음부터 그들의 자리였을 찬사와 존경과 빛의 자리를 되돌려줄 뿐이다. 여성은 남성의 동반자, 남성은 여성의 동반자로서 숙명적인 인간의 불완전함을 완전함으로 채워준다. 여성과 남성은 서로에게 그토록 귀한 존재인 것이다.
『성서를 이끈 아름다운 여인들』에는 슬기롭고 현명하며 대담하고 당찬 여성들의 지혜로운 이야기가 많이 담겨 있지만, 무엇보다 이브의 용감한 선택에 같은 여성으로서 감동받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여성이면서도 원죄 의식에 사로잡혀 이브를 폄하해 왔다. 이브가 뱀의 꾐에 넘어가 아담에게 사과를 건네지 않았다면 아무런 고통도 없는 신의 낙원에서 행복한 영원을 누릴 수 있었을 텐데, 지극한 생리통과 끔찍한 산고를 겪지 않아도 됐을 텐데… 얼마나 오랫동안 어리석은 생각으로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을 버려왔는지… 신이 불어넣은 자유의지로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 먹기로 결정한 이브의 용감한 선택을, 내가 왜 부끄러워하지 않게 됐는지, 왜 이토록 뿌듯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한지를 전하려면, 그저 사족 없이 책 속 나오미 해리스 로젠블라트의 설명을 인용하는 것이 최선일 것 같다.
“신은 처음 아담을 창조하셨듯 아담의 요청 없이 이브를 창조하셨다. 즉 신의 의지로 남성이 창조됐듯 여성도 온전히 신의 의지로 창조됐으므로, 남성과 여성 모두 신의 형상대로 만들어진 평등한 피조물이다.”
“신은 자신이 선물한 ‘자유의지’를 이브가 가장 처음 사용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금단의 열매를 먹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리란 것도 분명히 예지했다. 즉 이브는 신이 의도한 원대한 계획에 따라 생물학적, 유전학적, 정신적으로 인류를 이어가게끔 창조됐던 것이다. 생명을 잉태하는 독특한 역할을 부여받은 이브는 모든 여성의 모체다. 그녀는 모든 위험을 감수하고 생명을 창조하기로 선택한 최초의 여성이었다.”
“신과 인간은 모두 자식을 낳고 세대를 이어가며 삶이 지속되길 바란다. 여자가 산고를 잊어버리는 것은 인류의 미래이자 꿈이며, 새로운 시작을 위한 ‘희망의 망각’이다. 이는 또한 죽음과 상실의 두려움을 넘어선 인류의 승리를 의미한다.”
“영원불멸의 삶까지 약속하는 에덴동산은 완벽한 천국이었다. 그러나 이브는 그 무미건조하고 단조로운 삶을 거부했다. 에덴동산의 문을 연 사람은 바로 이브였다. ‘안락한 환경’이라는 제한된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그 너머로 펼쳐질 인간의 무한한 잠재력을 발전시킨 장본인이 바로 최초의 여성, 이브였던 것이다.”
“영원불멸의 기회를 포기하고 지식을 선택한 것은 바로 이브이다. 신은 인간이 생명 나무의 열매를 탐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이브는 영원불멸의 삶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담과 이브가 유한한 존재가 됐을 때 비로소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난다.”
“인류의 시작은 아담이었지만, 인류르 번성하게 한 인간은 최초의 반항자, 이브였다. 이브는 불쌍한 아담을 꾀어낸 요부가 아니다. 그녀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과 아담에게 금지된 한계에 도전한 용감한 여성이다. 신은 ‘지혜’를 원하고 인류의 역사를 진전시킨 이브를 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브와 아담을 에덴동산 밖으로 추방함으로써 인간의 성장과 배움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다. 또한 이런 신의 결정으로 인해 인간은 자신의 의지와 잠재력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첨언 세 마디
1. 분명 ‘신만의 영역이었던 생명의 창조 능력을 이브에게 부여한 것은 신의 처벌이 아니라 신의 축복이다. 신처럼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인간은 오로지 여성뿐이다’라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어디에 있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다.
2. 그런데 왜 표지 그림으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의 <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발견한 님프들Nymphs finding the Head of Orpheus>로 선택했을까? 님프들이 더없이 아름답긴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여인들을 빌려 온 것은 영 어색하다.
3. 이브 이외에 다른 성서 속 여성들의 이야기에도 깊이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성서 속 여성들의 속마음까지도 세심히 살펴서 충실히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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