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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7년 05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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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503쪽 | 794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75275722 |
ISBN10 | 8975275728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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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나는 만화의 표현 양식에 매료되어 있었다. 아직 우리의 만화는 대본소 만화의 조잡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지만 해적판으로 보게된 일본만화들은 당시 엄청난 충격이었다. 철저한 고증에 따른 짜임새 있는 스토리, 세밀하고 독창적인 펜선들은 그 시절 나의 눈에는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이었다. 아직도 만화는 주류 예술로 인정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당시는 예술의 문제를 떠나 저급한 아이들의 장난감 정도로 취급되었다. 만화는 나에게 조형적, 구성적 아름다움을 알려 주었고 조형미와 구성미에 대한 관심은 회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나의 눈에는 만화의 일러스트와 회화는 별개가 아니었다. 단지 표현 형식의 차이로만 받아들여졌을 뿐이었다. 그때 내가 가진 의문은 왜 만화는 소설이나 그림과 같은 예술 작품이 아닌가였다. 그 어린시절 가졌던 의문이나 생각들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에게 "예술작품"의 의미는 전통적 분류의 미술작품, 음악과 문학이 아니다. 내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 그 속에서 기쁨을 발견 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 표현 방식이 전통적 회화이든 현대 디자인 작품이든 또는 클래식 음악이든 대중 가요든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논리적인 주장을 할 자신은 없다. 그것은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과 동일하고 그건 철학적 고찰을 필요로 하지만 나에겐 그런 철학적 사유를 할 만큼의 능력이 없다. 이 책 <예술의 탄생>은 내가 오랫동안 품어왔던 예술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힌트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가 예술의 역사를 접근하는 관점은 예술(Art)의 개념이 현대의 우리가 배우고 느끼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해 온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다. '예술'의 개념은 18세기의 발명품이었고 그래서 그 역사는 길어야 200년 이라 말하고 있다. 그 주장을 뒷바침 하기 위해 작가는 예술 개념의 발전사를 짚어가며 각 시대의 문헌들과 미학에 관한 철학적 담론들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과 미학의 역사가 200년이라면 그 이전의 작품들은 무엇이란 말이가? 분명 회화와 음악, 문학은 훨씬 그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하지만 19세기 이전의 작품들은 현재의 우리 예술관점으로 이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 작품들은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실용적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켈란젤로의 그림은 단지 성당을 장식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바흐와 헨델의 음악은 교회 행사와 왕실 행사를 위해 의뢰받아 제작되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희곡은 완성된 작품 그 자체이기 보단 극단의 의뢰를 받아 여러 작가들이 공동작업한 산출물이었으며 저작권 개념이 없었던 당시에는 여건에 따라 자유롭게 개작되어 무대에 올려졌다고 한다. 그 시기에는 예술과 공예가 다르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예전의 작품 활동이 18세기을 거치며 변화를 맞이했다.
산업혁명에 따른 중산층의 부상이다. 부유해진 중산층은 여가활동에 돈을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런 새로운 계층의 요구에 부합하여 '예술 시장'이 출현하였고 새로운 시장의 출현은 기존 귀족 후원제에서 음악가와 미술가들이 독립할 수 있는 바탕을 제공했다. 이런 새로운 제도 내에서 작품 감상자는 기존의 소수 귀족에서 다양한 계층으로 확대 되었다. 새롭게 감상자 계층으로 포함된 사람들은 자신들이 감상하는 그림과 음악, 읽는 책에 대한 정보를 필요로 하였고 그러한 정보를 제공할 목적으로 비평가 그룹 탄생한다. 감상 계층이 확대됨에 따라 귀족계층은 중하류층이 즐기는 대중 문화와는 차별화된 고급문화를 만들게 되었으며 일부 중산층과 예술가들은 사회적 신분 상승을 위해 이곳에 합류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예술의 탄생이 시작되었다. 차별적 문화를 요구하는 귀족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평가 그룹은 새로운 문화의 개념에 대한 토론을 시작한다. 18세부터 19세기에 걸친 비평가와 철학자의 토론은 새로운 개념의 문화를 탄생 시켰으며 그 개념에 동조하는 작가 그룹에 의해 예술이 만들어지게됐다. 이로써 공예와 예술은 분리 되었다. 이후 20세기 까지 예술의 역사는 공예와 예술의 대립인 동시에 예술과 반예술, 여성과 남성, 엘리트 예술과 대중 예술 사이의 대립이 되었다.
<예술의 탄생>은 '어떠한 것이 예술적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해 주고 있지않다.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만든것 처럼 보인다. 저자 래리 쉬너는 지난 200년의 예술 역사를 자신의 주장에 따라 나열하고 있으며 이런 저자의 서술은 '고귀한 예술 정신'에 대한 추종자들에게는 불편한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논쟁의 역사를 기술하면서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만들고 있는것이다. 스스로 표적을 자처하는 저자의 의도는 무엇일까?
인류의 역사는 투쟁과 논쟁속에서 흘러왔다. 특히 정치적 투쟁은 국가간 전쟁을 촉발 시켰으며 정치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정당화 하기위해 많은 사람들을 그 전쟁으로 떠밀었다. 하지만 문화적 논쟁은 정치적 투쟁과는 다른 가치를 지닌다.문화적 반목은 발전과 생산을 의미했었다. 18세기에서 20세기사이 인류가 이루어온 문화적 발전은 고대부터 중세를 거치며 이루어낸 발전보다 훨씬 큰 것이었으며 그 발전의 원동력은 서로 대립했던 많은 예술사조였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믿는 미학적 신념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품을 생산해 냈으며 그로인해 현대의 우리는 근대의 다양한 문화적 자산들을 물려받게 되었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자신을 표적화하여 문화적 논쟁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 의도함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은 예술에 대한 입문서로 읽히기에는 너무 불친절하다. 그보다는 본격적인 '예술 철학' 탐구를 위한 출발점으로 더 적절해 보인다. 450페이지에 이르는 책 속에는 많은 예술 운동과 철학자들의 예술에 대한 담론이 예시되어 있으며 그 예시들은 더 깊은 탐색을 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표지판이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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