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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8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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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46쪽 | 362g | 134*196*20mm |
ISBN13 | 9788990794963 |
ISBN10 | 899079496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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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순수하고 솔직한 아이, 징코프. 어린 징코프에게는 모든 것이 즐거웠고 재미있었다. 그 중에서도 학교는 징코프에게 가장 즐겁고 재미있는 곳이었다. 마냥 즐겁기만 했던 징코프였다. 하지만 징코프는 성장을 했고, 징코프의 친구들도 성장을 했다. 성장한다는 것은 이 책에 나오는 말처럼 새로운 눈을 갖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새로운 눈은 전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었고,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느끼게 해주었다. 징코프의 친구들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징코프는 더 많은 것을 보지 못 한 채 전에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은 외로움이었다. 외로웠던 징코프는 어느 날 학교를 빼먹게 되었고, 징코프는 이제 슬픔까지도 느끼게 되었다.
징코프를 맨 앞자리에 앉히고 좋은 말로 돋보이게 함으로써 얄로비치 선생님은 다른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징코프를 발견할 수 있게 했다. 발견할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새로운 눈’이었다.
- <문제아> p110 중에서 -
징코프는 골목길을 기웃거려 보았지만 그것은 더 좋지 않았다. 어디를 가나 슬펐다.
징코프는 어디에도 없었다.
어딘가에는 자신이 있을 자리가 있기를 바랐다. 사람들과 함께 있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에도 갈 수 없었고 집으로도 갈 수 없었다.
- <문제아> p 157 중에서 -
“최지현, 뒤를 돌아 교실을 한 번 봐라.”
선생님은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나를 보며 말씀하셨다.
나는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뒤를 돌아 교실을 쭉 훑어보았다. 별 다를 것 없는 점심 시간의 풍경. 시끌시끌, 소란스럽기만 했다.
나는 ‘왜요?’라고 묻는 표정으로 다시 선생님을 돌아보았다.
“뭔가 외로워 보이는 모습이 없니?”
외로운 모습이라고? 이렇게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6학년 점심 시간의 교실에서 외로운 모습을 찾아보라니. 그 뜬금없는 주문에 난 잠시 당황했다. 다시 교실을 둘러보았지만 여전히 선생님의 당혹스러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모르겠는데요.”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이었던 나는 약간은 반항기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던 것 같다.
“그래? 그럼 들어가면서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봐.”
선생님은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으로 대꾸하셨다.
나는 일부러 더 뚱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터벅터벅 내 자리로 돌아갔다. 같이 밥 먹던 친구들도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뿔사! 자리에 앉으려던 나는 그제야 선생님이 나를 불러 교실을 둘러보게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내 옆에 앉아 있는 그 아이 때문인 것이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연갈색 곱슬머리, 그리고 쌍거풀 진 예쁜 눈.
옆자리라 친해질 수 있을 법도 한데 난 그 아이와 어울리지 않았다. 왠지 싫었다. 조용조용한 말소리와 꿈꾸는 듯한 쌍꺼풀 진 눈이 나와는 다른 세계의 아이인 듯 했다. 내 무리의 아이들은 주로 왁자하게 떠들고 웃고 뛰어 다니며 우리의 존재를 알렸지만 그 아이는 정반대였다.
그 아이와 한 번도 싸운 적도 없고 그 아이가 내게 싫은 기색을 내 보인 적도 없건만, 나는 그 냥 그 아이가 싫었다. 그래서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마치 먼 나라 사람처럼 지냈다.
- <문제아> p243 중에서 -
옮긴이의 글을 보면서 나는 머리가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책 속에서는 모두들 징코프가 문제아인 것처럼 말하고 있었지만, 사실 문제를 갖고 있는 건 징코프가 아니었다. 징코프와 같은 이들을 소외시키고 외면하는 우리들이 문제를 갖고 있었던 것이었다.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는 집단 따돌림에 있어서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보다 따돌림을 주도하는 아이들이 사실상 더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먼저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이다. 징코프같은 아이들이 손을 감춘 채 부끄러워하고 있더라도 말이다.
앞으로 징코프의 친구들과 우리들이 성장하면서 갖게 되는 새로운 눈으로 더 보고 더 느껴야 하는 것은 징코프와 같은 친구들의 외로움과 슬픔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문제아라는 말을 더 이상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 연필과 지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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