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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7년 09월 2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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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420g | 135*195*30mm |
ISBN13 | 9788937481314 |
ISBN10 | 8937481316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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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각본 살인 사건> <열녀문의 비밀>을 지나서 <열하 광인>까지 김 작가는 긴 호흡으로 달려왔다. 물리적 시간으로 6년이 걸린 것 같다. 한 편에 평균 2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김작가는 자기를 여기까지 이르게 한 것이 한 권의 금서라고 했다. 금서의 제목은 <열하일기>다. 열하일기를 쓴 연암 선생을 중심으로 모여든 사람들을 흔히들 백탑파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 백탑파의 언저리를 거닐었던 화광 -꽃 미치광이라고 한다. 나는 화광이란 한자보다 이 말이 더 좋다 - 김진과 의금부 도사 청전 이명방 - 오해가 없으시길 실존 인물이 아니다. 허구의 인물이다. 김군 같은 경우는 박지원의 김군에게라는 편지에서 모티브를 따 온 것 같다 -이 백탑파 이야기 그 중심에 있다. 한 사람은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한 사람은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으로 남았다.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은 매설가가 되어 글로 남겼다. 그 저작들이 <방각본 살인 사건>이고 <열녀문 살인 사건>이며 <열하광인>이다. 그렇다면 매설가 이명방은 누구이며 김작가는 누구일까? 혹시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에서 매설가 모독이라는 인물을 연기했던 그 사람이 아닐까? 매설가는 스스로 매설을 모독하는 역설적인 이름으로 남지 않았던가?
<열하일기>는 소설 속에서 <열하>로 재탄생되었다. 사실 재탄생되었다는 말은 맞지 않다. 그대로 인용되고 있으니까 말이다. 우리가 가장 흔히 잘 알고 있는 구절이 등장한다. '도강록'이 그것이다. 열하 일기의 처음을 여는 장이 도강록이지 않은가?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일야구도하기'이겠지만 말이다. 아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휘돌아 가는 것 같다. 하지만 물은 어디로 흐르든 낮은 곳으로 흐르고 결국은 넓은 바다에서 만나는 것이 아닌가. 자 다시 흘러가 보자 모든 것은 열하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열하에서 마치게 될 것이다.
열하를 탐독하는 자들이 죽어 나간다. 왜 열하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혹은 거칠게 말하자면 문체가 별났기 때문이다. 별나다는 것은 평범하지 않다는 것 , 개성적 문체라는 소리인데 고문의 형식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야기다. 고문을 숭상한다는 것은 결국 보수적 언동으로 기득권을 공고하게 지켜나가는 것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개성적 문체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진보적 세력이라고 봐야하지 않을까? 교종과 선종의 교체기처럼 말이다. 보수 세력과 진보 세력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살인 사건이라는 자극적 소재를 통해서 거대한 이야기를 작은 틀 안에 가두어 펼친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열하일기>가 뭐 길래 김작가에게 글을 만들도록 했던 것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열하일기에 대해서 대충 설명해보면 이렇다.조선에서 청으로 사신을 보내서 청황제를 만나고 오는 것이 있는데 이 때 기록을 보통 '연행록'이라고 하는데 연암 박지원은 연행록이 아니라 '열하일기'라고 썼다. 이것부터 파격이다. 왜 열하일기라고 썼을까. 간단한 이유인데 열하까지 갔다왔으니까 연행록이 아니라 열하일기라고 썼다. 보통 사람들이 지키는 문체의 모법을 겉표지부터 껄껄거리면서 웃어념겨버린 것이다. 연암선생은 스스로를 껄껄선생이라고 했다 - 사실 보리 출판사에서 나는 껄껄 선생이라오라는 제명으로 책이 출간되었기에 한 번 인용해 본 것이다. 연암 선생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 또한 그 안에 있는 내용이며 문체가 고문의 비유나 적절한 줄임 , 포장된 감정의 절제를 벗어던지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쓰고 우리식의 표현을 쓰기도 했기 때문이다. 즉 인습에 반기를 들어 순정한 조선의 문체를 만들어 냈다고 자부하는 것이 바로 <열하일기>다. 고로 정조에게 신임을 얻었으나 문체반정으로 그 정점에 있는 자를 지목하니 바로 <열하일기>다 과장되게 말하면 정조 시대의 문체 반정은 <열하일기> 때문이다. 과언인가?
<열하광인>에서 청전 이명방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소설의 구조와 스토리보다 더 눈에 밟힌다. 뭐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겠지만 유랑인이 쓰는 글의 맛이 바로 이것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신 조차도 알 수 없는 것이지 않겠는가 말이다. 이명방에게 초정 선생이 매설을 써보는 것이 어떤가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매설가.... 말씀이신가요 ? 아직저는 머었습니다. 글자도 조잡하고 문장도 거칩니다. 삶에 대한 통찰도 인간에 대한 연민도 부족합니다."
" 청전 , 자넬 잘 살피시게 솜씨가 부족하다며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 자네에게 부족한 것은 재능이 아니라 습작할 시간일세 세책방에 한 번 나가 보게나. 갓 스물을 넘긴 매설가들이 지은 제법 그럴싸한 매설들이 나와 있지 않은가 자넨 그들보다 더 많은 매설을 읽었고 더 많은 인생 경험을 쌓았으이 그런데도 자네 손이 무딘 이유는 단 하나 서안 앞에 차분히 앉을 여유가 부족해서라네 흉악법을 쫓느라 한두 달을훌쩍흘려보내는 일이 잦으나 , 어찌 이야기들이 자네 손끝에 고이겠는가 이번이 기회일세 매설가로 끝장을 볼 생각이라면 하루라도 서두르는 편이 낫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걸세., 자네를위해 객사를 비워 둠세 고요하고 깊은 백제의 숨결 어린 강가에서 걸작을 한 편 완성해보게나"
--열하광인 218-219
문장을 읽는다는 자이기에 문장이나 매설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한 번 눈이 가게 마련인가 보다. 문장과 글에 대해서 유랑인은 차마 쉬이 넘기지 못하겠다. 글을 , 이런 잡스러운 글을 한 문장 한 편을 만드는 것도 많은 시간과 생각이 들고 진력이 쏟기는데 긴 글 한 편 쓰는데 얼마나 큰 진력을 쏟아야하겠는가 앉은 자리에서 방석 열 개쯤 뚫어지게 글을 쓴다면 - 이 이야기는 한승원 노사(老師)께서 하신 말이다. 따끈따끈한 말이다 이틀이 되었나 부산에서 들은 말이다. - 이명방도 좋은 글쟁이가 되지 않겠는가 이 말이다. 한승원 노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 해보자 취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미치지 않으면 이를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셨더랬다. 방석 열 개 방석 열개면 되겠냐. 그럼 나는 100여개의 방서과 의자를 부수거나 100여개의 키보드 판에서 부호들을 지워내면 나도 글다운 글을 쓸 수 있을래나? 글다운 글을 쓰는 것은 바라지도 않지만 부끄러운 글은 안 쓰기만 바랄 뿐이다.
글을 조금이라도 자신의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글을 써 본 자들이라면 자기가 쓰고싶지 않은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비참한 일인지 말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한 번이라도 반성문을 써 본자라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어디보자 이런 문장이 있었다.
얼마나 쓰기 싫으셨을까
청장관의 심정도 정유 형님이나 연암 선생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다만 연암 선생의 권유를 전하기 전에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또렸하게 알았을 따름이다. 그러니 죽음이 가까이 다가옴을 예감하면서도 붓을 들고 스스로 뉘우치는 글을 지었던 것이다. 자송문이 어찌 청장관의 본심일까. 평생 어린아이에게도 싫은 소리 한 번 않고 살아오신 학처럼 고운 분이다. 그런 분일수록 제 몸에 때가 묻었다고 인정하는 것도 힘겹다. 하나 청장관은 자송문을 쓰기로 작정했다. 그 길만이 그동안 백탑 서생의 노랙을 헛된 낭비로 돌리지 않는 일이므로! 한데 방금 자송문을 찢었다. 아 이제 그 무거운 책임들을 내려놓으시려는 것인가 족쇄 없이 마지막을 훨훨 보내고 싶으신가?
"잘하셨습니다. 자송문 따윈 잊으십시오"
--열하광인 284 -285
느낌이 전해져왔었다. 쓰기 싫은 문장을 써야만 했던 한 인간의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문장에서 감정을 읽어버리면 너무 힘들어 진다. 문장이란 자고로 문향이 가득하여야하고, 그 행과 행 사이에 숨겨진 많은 말들이 육즙처럼 녹아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구조 속에서 이야기의 표면을 거닐지 말고 한 번 죽을지언정 두 번 죽냐는 생각 한 번 쯤 하고 깡으로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행간에 빠져서 죽어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자 다 죽어볼 준비가 되어있는가 임사체험이란 것을 꼭 물리적으로 해야할까 날도 추우니까 말이다 그 죽음의 자리가 <열하>가 되어도 좋을 것이다. 이름도 좋다 따뜻한 기운이 흐르니 겨울녘에 읽어도 좋겠다. 칼칼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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