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인이 하느님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는 하느님을 찾는 일에만 매달려 있다. 그러다 아시시의 도성 안으로 들어가, 사람들에게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 사람을 찾는다. 도성 안은 온통 화려하다.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고, 걸인에겐 관심조차 없다. 하지만 이 걸인은 사람들에게 구걸을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는다. 대신 ‘새는 손’ 이라 불리는 피에트로 베르나르돈의 아들 프란체스코가 그를 도와줄 거라고 일러준다.
다시 이 걸인은 프란체스코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그는 그렇게 프란체스코를 찾아 헤매다가 배고픔에 그리고 편안한 생활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의 모습을 한탄하기 시작한다. 하느님을 찾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면서……. 그러다 젊은 사람이 애인을 위해 창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자신이 찾던 프란체스코임을 알게 된다.
걸인은 그의 발 앞에 누더기 옷을 벗어 그가 밟고 지나가게 했다. 그가 바로 자신이 찾아 헤맨 그분의 신호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부족함이 하나도 없는 프란체스코는 이런 걸인의 행동이 의아했지만 굳이 관심을 두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걸인은 그에게 숱한 굶주림과 갈증의 고통으로 깨달은 것들을 일설하며 정말로 당신이 부족함이 없는지 생각하게 하고, 그 런 가운데 프란체스코는 마음을 조금씩 열게 된다.
이것이 프란체스코와 레오 형제의 첫 만남이다. 그때부터 프란체스코와 레오형제는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리고 레오는 그때부터 일거수일투족 프란체스코의 행적을 기록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프란체스코와 레오는 누더기 차림으로 거리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웃고 노래하며 지냈다. 그러다 이따금씩, 눈에 띄는 행동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되고, 사람들은 그가 정말 예전의 ‘프란체스코’인지를 의심한다. 세상 속에서 빠져 살던 그가 가난한 성자의 모습으로 변해 있으니 말이다.
의심과 만남, 그리고 기도를 통해 서로가 왜 하느님을 찾아 헤매는지 이야기한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란체스코는 처음으로 레오에게 고해성사를 하게 되지만……. 이후 그는 병세가 악화되면서 하느님을 더욱 두려워하게 된다. 마침 레오도 프란체스코 곁을 떠나려 하지만, 프란체스코는 제발 자신과 함께해주기를 바라며 떠나는 그를 붙잡는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날 프란체스코는 꿈에서 사신을 만나게 되고 그를 데려가려는 사신에게 제발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하다 꿈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어머니로부터 맨발의 수도사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되고, 어머니가 그 맨발의 수도사를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영혼을 구원받았다는 걸 알게 된다. 프란체스코는 이후 하느님의 나라와 악마의 심연 중간에 자신이 서 있는 데에 고심하고…… 이후 프란체스코의 삶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내딛는 첫날을 자신이 다시 태어난 날로 정하고, 완전한 하느님의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사람들의 핍박, 야유, 고난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가난한 자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그를 조롱하고 비난하고 비웃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돌을 다 맞아가며 피를 흘러가면서도 사랑하라고 외친다. 하지만 그런 아들의 모습을 본 프란체스코의 아버지는 아들을 처음의 프란체스코로 돌리려고 갖을 썼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프란체스코는 베르나르돈의 아들 프란체스코임을 포기한다.
그렇게 레오와 사람들을 만나고 사원을 보수하고, 갈 곳이 없을 때는 동굴에도 들어가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자신을 조금의 남김도 없이 버리기 바라시는 그 마음으로……. 이후 그는 자신이 가장 두려웠던 것들을 하나씩하나씩 해나가는데 끝내는 가장 두려웠던 문둥이와 입까지 맞추게 되고, 하느님이 원하시는 온전한 모습으로 되려고 노력한다.
점차 프란체스코와 레오 주위에는 그들을 따르는 자들이 늘어났다. 점차 정식적으로 교단을 설립하고 설교를 할 수 있도록 간청하기 위해 교황을 알현하지만, 교황은 끄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은 곧 반전되는데, 교황은 프란체스코를 본 순간 꿈에서 만난 사람이 그란 걸 알게 되면서 교황 역시 왕의 옷을 벗고 수도자의 길을 택한다.
하지만 프란체스코의 실현은 끝나지 않는다. 그를 따르던 이들이 세상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은 현실에만 눈이 멀어가는 모습을 목격하지만, 프란체스코와 레오 일행은 다시 고행의 길을 떠난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프란체스코를 광대로 여겼고, 그의 옷을 질질 끌기도 하고 돌을 던지기도 하고, 양의 방울을 흔들며 거리를 헤매는 그를 보고 조소를 퍼붓기도 했다. 겨울이 찾아왔지만 십자군은 여전히 사람들을 죽이고 약탈하고 간음했다. 그들은 살육과 약탈을 뻔뻔스럽게 감행하면서도 자신들이 무슨 목표를 갖고 있는지조차 몰랐다.
레오는 그런 세상에 의문이 생겼다. 이토록 참담한 세상도 바로 하느님의 뜻이란 말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레오는 프란체스코에게 소리쳐 물었다. “어째서 인간의 두 눈이 진흙으로 돌아가야 하나요?” 프란체스코가 되물었다. “그러면 인간은 왜 그처럼 언제나 오만하고 의심만 하는 건가요?” 하지만 프란체스코 또한 자신의 내면의 사탄과 싸우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기도를 하면서 울부짖었다. 두 사람은 추위와 굶주림과 절망으로 지쳐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지쳐갔다. 프란체스코는 야위어갔고, 두 눈에서 피고름이 흘러 눈이 멀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프란체스코는 책으로 신앙을 믿는 애송이 수도사 안토니오를 만났다. 그는 안토니오가 손에 든 책을 불 속으로 냅다 집어 던졌다. 그는 책을 통해서 예수를 자신의 머릿속에 완전히 정리한 후 예수의 부활을 받아들이겠다고 하자, 프란체스코는 그런 자들은 예수의 부활을 보지 못할 뿐 아니라 저주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왜, 어떻게 라는 따위가 인간을 망치고 만다는 것이다.
프란체스코의 눈은 더욱 악화되어, 실베스터 신부의 도움으로 눈을 도려내야만 했다. 프란체스코는 수녀원을 방문했고, 엘리아스와 복음을 논쟁했다. 그런 와중에 그의 몸은 수축해갔고, 몸은 가눌 수가 없을 정도로 야위어갔다. 그의 몸을 감싼 옷은 텅 빈 자루처럼 가뿐했고, 자루바닥에는 마치 나무토막처럼 두 다리가 삐죽 삐져나왔다. 그는 죽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프란체스코는 하느님이라는 옷을 단단히 입고 있었다. 그의 몸 안에선 언제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입에는 늘 따듯하고 하얀 향기가 피어오르는 천사의 빵이 물려 있었다. 하느님과 대화를 나누려고 떠날 때면 난쟁이 또는 곱사등이같이 뒤뚱거리며 눈 위에 쓰러지기도 했지만, 기도를 마치고 돌아올 때는 그렇게도 당당할 수가 없다.
검은 동굴에서 나오는 그의 모습은 엄청나게 큰 거인이었다. 우뚝 솟아오른 곧은 몸에 눈 위를 걸어오는 그 위풍당당한 보무, 머리 위로는 그 키보다 열 배 높은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레오는 그의 모습을 볼 때마다 그가 그렇게도 부러울 수 없었다. 그는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어진 인물이기에 저렇게 당당할까? 강철로 만들어진 것일까? 영혼을 만들어진 것일까? 레오는 궁금하기만 했다.
성찬일이 가까워 올수록 프란체스코는 더욱 야위어갔다. 그의 손과 발은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짓물러 있었고, 거세게 밀려오는 고통을 쇠약한 몸으로 힘겹게 막아내고 있었다. 마치 예수의 수난을 재현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처절했다. 그리고 레오는 동물에서 빛이 타오르는 프란체스코의 몸을 보게 된다. 바람도 멈추고 나뭇잎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때 동쪽 하늘에서 난데없는 번갯불이 하늘을 갈라졌다. 그리고 여섯 개의 불타는 날개를 단 천사가 내려오는 것을 봤다. 불길 가운데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깃털에 싸여 있었다. 프란체스코에는 예수에게 육체의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부활을 애원했다. 그때 십자가와 부활, 그리고 천국은 모두가 같다, 라는 예수의 음성이 들려왔다. 천사들은 하늘로 올라갔고, 프란체스코의 허리에 생긴 구멍에서는 붉은 피가 흘려 내리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