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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7년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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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78쪽 | 410g | 148*210*20mm |
ISBN13 | 9788982735646 |
ISBN10 | 898273564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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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아 놔, 이런 황당한 책을 봤나.
이렇게 리뷰를 시작해보자. 처음부터 끝까지 황당했으니까.
이 작품은 그야말로 말 만들어내기 좋아하는 부류, 평론가들이나, 혹은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작품이 아닌 자신의 지식을 치장하기에 바쁜 부류들이 딱 좋아할 타입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
황당하니까.
책 소개글에 이런 말이 나온다.
<레싱의 소설들 중에 가장 술술 읽히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짧은 장편. 한편으로는 과학소설.>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 나는 레싱의 소설을 세 번째 읽는 것인데, 이 작품은 그중 가장 안 술술 읽힌다. 레싱의 작품 중에서만 안 읽히는 게 아니라, 내가 리뷰를 쓴 이후 540편에 달하는 작품들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과학소설? 나는 그 소개를 한 사람에게 묻고 싶다. 과연 어떤 부분이 과학 소설이라고 느껴졌는지. 내가 보기엔 과학과 관련된 문장은 한 줄도 없었는데?
오에 겐자부로의 [체인지링]을 읽을 때의 악몽, 그게 재현되었다. 278쪽의 많지 않은 내용이다. 그러나 나는 하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대체 작가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한 것인지. 전체의 내용은 물론이요, 어떤 경우는 하나의 문장조차 이해가 안될 경우가 많았다. 아, 이런 황당할 때가 있나.
뭐?
그래,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의 어느 시점. 환상과 현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화자 '나'.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소녀 에밀리, 개도 고양이도 아닌 휴고, 그리고 제럴드와 준. 물질 문명 시대가 '쫑'나고 그 시대에 쓰이던 단어조차 사라진 세상에서 이 작품에 등장하는 현실 세계는 아이들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무정부주의적인 생각을 갖고 삶을 살고 화자 '나'는 주야장천 관찰만 한다. 그러다가 어떤 환상과 현실을 혼돈하고, 또 그러다가 폭력에 대한 고찰, 계급에 관한 고찰. 아 짜증나.
이게 스토리이다. 이 표면으로 드러난 이야기를 눈으로 따라 읽었다고 그걸 이해 했다고 볼 수는 없다. 위에 내가 나열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내가 이런 이야기겠지, 라고 억지로 생각해서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억지로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대체 이게 무슨 얘기야, 라고 할 법하다. 억지로 애써도 뭔 얘기인지 모르겠다.
일단 SF는 꿈도 꾸지 마시라. 이 책은 그것과 거리가 멀다. 그저 공상의 나래를 펼친다고 그걸 환타지 문학이라 한다면, 으흠. 그래. 그래서 이 작품이 환타지 문학이 된 거겠지.
이 작품은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쓰여졌다. 나는 많은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딱히 싫어하는 건 없지만, 오로지 의식의 흐름이란 기법으로 쓰여진 책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이라든가, 이언 매큐언의 [속죄], [토요일]에서 쓰여진 의식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차이는 간단하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더라도 독자인 내가 그것이 무엇에 대한 생각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그러면 전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참고 따라가 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사용된 의식의 흐름은 도무지 뭔지 알 수가 없다. 무엇에 대해 공상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는 건지 읽으면서도 알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작품을 쓴 작가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치 어린 아이가 펼치는 밑도 끝도 없는 공상의 얘기를 듣는 것 같았다. 한 단락은 이해가 되었다가 그 다음에는 전의 이야기와 무슨 연관이 있는 얘기인지 모르겠고 말이지.
아주 예전에 봉숭아 학당에서 맹구가 지껄이던 이야기, 선생님 눈이 와요, 눈이 와서 배가 고프니까 자전거가 망가졌어요. 뭐 이딴 식으로 얘기를 풀어나가는, 도저히 화자 맹구가 아니고서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
문제는 또 있다. 번역이다. 나는 역자에게 또 한 번 묻고 싶다. 과연 이 작품을 확실히 이해하고 번역을 한 것인지.
문장이, 한마디로 어쩔줄 몰라하는 것 같다. 단지 문장이 길다는 이유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길고 호흡도 맞추지 못하고 정리를 하지 못해서 갈팡질팡하는 듯한 문장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어떤 문장은 좋고, 어떤 문장은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이것이 과연 도리스 레싱 고유의 문체일까?
불행히도 이 작품이 내가 읽은 레싱의 유일한 작품이 아니라는 얘기이다. 레싱의 다른 작품은 이런 식으로 난삽한 문장을 구사하지 않았다. 좋아, 레싱의 여느 작품과는 달리 실험적 문장이었다고 치자. 증거는 또 있다. 이 역자의 다른 작품을 내가 안 읽어봤을까? 물론 읽었다. 그 역시 그다지 번역이 깔끔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배경으로 해서 현실의 문제를 말하고 싶었다면 이 작품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들도 많다. 사라마구의 작품들도 그렇지 않은가. 굳이 애써 난독증에 걸린게 아닐까 의심해가면서까지 이런 작품까지 읽을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게다가 레싱의 모든 작품이 이런 식이라면 거들떠 보지도 않겠지만, 그렇지도 않으니 이 작품은 비추이다.
정작 해설이 필요한 작품에는 해설이 없고 말이지.
하긴, 해설이라고 있어봤자, 또 꿈보다 해몽이었을테니 있어봐야 없던 감동이 생길 리도 없다. 해설자의 끼워맞추기식 논리에 짜증이나 났겠지.
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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