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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7년 1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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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34쪽 | 640g | 크기확인중 |
ISBN13 | 9788991762459 |
ISBN10 | 899176245X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8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불쌍하고 가련하게 여김. '연민'에 대한 정의. 결론지어버렸다고 해서 그것을 다시 이을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단어의 뜻을 보고 나니 더 이상의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그 자체만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랑과 연민이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랑과 연민이 아주 별개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언제나 생각하기 나름이다. 그 사실이 읽는 내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는 25살의 남자에게서, 15년동안은 사관학교에만 있었던 그 사람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었겠는가. 하반신이 마비된 에디트와 호프밀러에게서의 감정은 사랑이었을까, 아니었을까. 양쪽에 저울을 두고 어느 쪽이 더 나은지를 판가름하기에는 나의 생각의 모호함과 덜 성숙됨과 더불어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을 애매한 감정들에 대한 인식의 부족함이 나를 지배한다. 머리를 비우고 다시 생각해 보지만 생각의 끝은 같다. 어쩌면 거듭 생각해보아도 더하거나 덜하지는 않을 것 같은 그들에 대한 생각은 나를 더욱더 어지럽게만 한다.
헝가리의 귀족집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호프밀러는, '케케스팔바'라는 귀족에 대한 자세한 것은 하나도 모른 채 그의 딸에게 춤을 청한다. 하반신이 마비된 것도 모르고 있었던 그는 에디트의 반응에 놀라 급하게 도망쳐 나온다. 그의 첫번째 도망침. 그 때의 실수로 그 집을 수없이 들락거리며 에디트와 그의 사촌인 일로나, 케케스팔바와 함께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 그러면서 그들의 감정은 서로 끼워지듯 두터워진다. 연민이라는 감정 하나로 에디트에게 자신의 관심과 배려를 한껏 흘려보내지만, 지금까지 집에서 자신의 삶을 비난하며 살아온 에디트에게 처음으로 다가온 유일한 남자인 호프밀러에게 당연에 가까운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 소녀의 사랑은 집착과 욕심과 지나침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다. 그리고 호프밀러는 그 사랑에 대한 거부감으로 다시 도망치게 된다.
감정의 단면만을 보다가 갑자기 다른 한쪽의 새로움을 경험했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다양성과 새로움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는 시각의 참신함인가, 아니면 그대로 느끼고도 소화할 수 있는 용기일까. 연민으로만 바라보았던, 아니 그렇게 바라보려고 의도하지 않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감정이 갑자기 사랑으로 변하게 되었을 때. 그것도 에디트에 대한 연민이 사랑으로 바뀌는 감정을 본 것이 아니고, 나는 연민으로만 바라보고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에디트가 그 감정을 사랑으로 바꾸어 버렸을 때, 나도 어쩌면 도망칠 수 있는 충분한 감정의 근거가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누가 나의 귓속으로 사랑을 해라, 라고 속삭여주어도 나의 감정이 동요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그래서 호프밀러 대위는 떠나버렸고 에디트는...
무엇보다도 이 책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심리 묘사에 적잖이 놀랬다. 아니, 빠져들었다. 사랑에 대한 감정과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표현과 이야기의 전개는 느릿느릿 서두르지 않았지만 언제나 감정은 앞서나가게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말들은 자기가 전해 들은 그 내용 그대로의 전달일 뿐이라고 했다. 전해들은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심리묘사. 더불어 이야기의 끝맺음을 작가의 말이 아닌, 호프밀러의 입을 대신해서 끝맺는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한껏 메말라 있던 감정의 끈을 다시 이어주었다. 아무도 타인을 판단할 수 없다. 아니, 판단하는 것이 곧 죄악이다. 나의 잣대로, 나 이외에는 누구도 동감할 필요가 없는 그것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깎아내리려는 생각이 없다. 그저, 나와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또 하나의 연민으로 바라보고 싶었다. 상식이라는 것은 없다. 상식이라는 것으로 바라보려는 우리의 이기심만이 존재할 뿐이다. 나는 나의 눈으로 바라보지만, 그 사람의 마음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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