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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발행일 | 2007년 12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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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32쪽 | 234g | 128*188*20mm |
ISBN13 | 9788925516660 |
ISBN10 | 89255166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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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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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는 오래도록 내게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으로 기억되었다. 사실은 프라하에 실제 있던 것이 아닌 소원의 벽이나 말로만 듣던 프라하성이나 프라하라는 이름의 어감이 주는 유럽틱한 느낌은 꽤 오랫동안 실체 없는 것으로선 가장 처음 내 깊은 감성을 지배했다. 물론 예전에도 지금도 가보기를 꿈꾸던 도시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유명한 연인시리즈 드라마 중 내게는 <파리의 연인>보다 훨씬 더 강렬하게 다가왔음이 분명하다. <파리의 연인>이 방영할 때 내 나이 스물 둘, <프라하의 연인>이 방영할 때 내 나이 스물 넷, 그렇게 그 때의 나에겐 그 곳이 어디였던들 상관없었을 지도 모르겠다 지금 생각하면. 이 책을 선택한 것 또한 그래서였다. 단순하지 않았던 유럽 그리고 체코에 대한 호기심. 그렇게 프라하는 국가와 주요도시를 쉽사리 연결짓지 못했던 내가 처음으로 의식하며 외웠던 첫 도시였다. 중국의 북경, 일본의 동경, 미국의 워싱턴, 프랑스의 파리, 영국의 런던을 연결하지 못하는 이는 없겠지만 내게 체코의 프라하는 익숙하지 않은 처음 알게 된 신선한 조합이었다 적어도 그 때는.
그리고 스물 다섯이 막 되던 해 겨울, 열흘 만에 여권을 만들고 자료를 모으고 정말 아무 걱정 하나 없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나는 그저 유럽에 있지만 유로를 사용하지 않는 나라라는 사실 하나 때문에 아주 간단히 루트에서 프라하를 뺐다. 돌아오고나서야 미치도록 후회하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다시 볼 만큼 안타까웠지만 금세 잊혀졌다. 유럽은 그런 곳이었다. 모두 닮았지만 어쩌면 모두 다른 곳, 비슷하고 다르고 특별한 느낌을 각자 가진 곳, 런던과 파리, 로마와 비엔나를 돌던 나는 쉽게 처음 만났을 때의 강렬한 호기심을 가진 도시 체코를 포기했다. 그 때부터 내게 프라하는 늘 슬펐다. 이 책을 고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스물 한 살의 나는 사실 국내여행도 버거울 만큼 경제적 능력도, 욕심도, 여유도, 시간도 없던 평범한 집의 평범한 대학생 딸이었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스물 한 살에 나는 꿈도 못 꾼 프라하로 음악 유학을 떠났다고 했다. 모두 샘나 했고, 돈 많은 집 딸이니 우리랑 격이 다르구나 했고, 그러니 책까지 쉽게 낼 수 있었겠지 했다. 나도 그랬다. 읽고 보니 더욱 그렇긴 했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면 그만큼 큰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나의 유럽여행 후 내 인생의 말로는 유럽 어느 도시에서의 민박이 될 정도로 동경이 깊었다. 그냥 외국에서 살 수 있다면야 더 없이 좋겠지만 사업차 따뜻한 민박집을 열어 보는 건 어떨까 했었다. 무엇보다 유럽의 따뜻하고 때로 개인적이고 고풍스럽고 우아한 분위기와 예술적 문화를 나는 누구보다 동경했다.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이 책을 보자면 따뜻하다. 그러나 기교가 없다. 일기 정도의 가벼운 글에 프라하의 사진과 프라하에서의 삶에 대한 느낌과 정보를 아울러 편집한 느낌이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 가장 먼저 꾸었던 꿈은 내가 찍은 사진과 글로 만들어진 내 여행기를 퍼내는 일이다. 그래서 유난히 여행기에 관심이 많다. <스물 한 살의 프라하>는 동화같다. 스물 한 살이 홀로 낯선 도시에 떨어졌을 때 겪는 모든 일들이 고스란히 담겼고, 꿈에 대한 열망과 절망 그리고 노력과 꿈들이 어우러져 화사하다기 보다는 아담하다는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가슴이 뛰었다. 책이 주는 감동은 그저 순간의 느낌이면 되었다. 어리지 않았던 어느 해 겨울, 유럽의 주요 도시들을 기차로 두 다리로 미친 듯 훑어 다니던 그 시절이 생각났고 그 때 꾸었던 수 많은 꿈들이 떠올랐고 아직도 해내지 못한 일들이 머리를 울렸고 미술관에서 보았던 마음에 꽂혔던 그림과 해질녁 비 내리는 트라팔가 광장의 사람들과 분수, 저 멀리 지나가던 빨간 2층버스가 숨이 멎을 것처럼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 곳은 비록 내게는 슬픈 프라하는 아니지만 말이다. 주먹 만한 이 책은 내게 그런 존재였다. 어느 해 겨울을 가슴에 되살려 놓고 갔다. 가지 못해서 아직도 모르는 프라하를 미치도록 탐나게 했다. 그 곳은 초콜릿 향기가 날 것 같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너무 슬퍼 눈물을 떨굴 것 같고 늘 어스름한 푸른 구름을 보여줄 것만 같다. 나는 가야지, 하고 결심했다. 2010년이면 갈 수 있을 것이다. 프라하야 기다려. 나만의 프라하를 만들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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