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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01월 0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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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87쪽 | 286g | 132*224*20mm |
ISBN13 | 9788937461651 |
ISBN10 | 893746165X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23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독서후기 <모렐의 발명>
제목은 어려웠다. 이 책이 왜 예스24 카트에 줄기차게 올라와 있었는지, 누구의 추천으로 담아 놓았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라틴 아메리카의 문학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터라 구미가 당겼을 것이고, 환상문학이라는 장르가 또 다른 미끼를 던졌을 것이다.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거장이라고 하는 보르헤스의 서문을 달고 있는 이 책은 제목이 어려웠다. 모렐의 발명이라. 작가라는 타이틀 외에 나는 입에 풀칠하기 위한 보존적 수단으로 특허발명 일을 시작한 지가 어느새 25년을 훌쩍 넘기고 있는 특허전문가에 속한다. 국내 최초로 “발명컬럼니스트”라는 이름을 만들었고 그 발명컬럼니스트란 직으로 EBS에 패널로, 전문가로 몇 번 얼굴도 내밀었으니 이쪽 방면에서도 나름 인지도를 가지고 있다.(내 자랑을 하려는 건 결코 아니고, 발명이라는 제목에 대하여 설명하려는 것임) 소설 제목으로 나타난 “발명”이란 단어는 영 까칠했다. 내게 호흡처럼 익숙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모렐의 발명”은 그렇게 물과 기름처럼 어색했다.
나는 책을 고를 때 책 뒤편에 쓰인 간략한 책 소개글과 미끼임에도 불구하고 믿고자 하는 유명한 사람들의 좋은 서평, 그리고 작가에 대한 글을 읽고 내 취향에 맞는 책인지, 취향에는 아닐지라도 한번 도전해봄직한 책인지를 가늠하고 물고기가 미끼를 물 듯 그렇게 책을 덥석 문다. (여기 책 뒤에 적힌 유명인들의 찬사를 보라.)
모렐의 발명은 내 기억으로 꽤 오랫동안, 약 1년 이상 카트에 담겨 있었다. 그러다 나의 5월 주문도서에 선정되었고, 5월 25일 읽기 시작하여 5월27일 완독된, 그러니까 내 독서 스타일로 보면 상당히 파격적인 속도로 몰입되어 독서가 끝난 작품이다.
일인칭 소설 “나”로 시작되는 소설을 재밌게 읽으려면 책 속의 “나”와 책 읽는 “나”를 가능한 동일인물처럼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면 소설은 무척 흥미진진해지고 손에 땀을 쥐게 되고, “나”의 운명에 대해 같은 마음으로 아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놀라게 된다.
이 책은 환상문학, SF문학, 로맨스문학의 3중 장르를 버무린 장르문학이다. 그리고 개그콘서트에서 세 사람이 나와 “기묘하죠?”라고 중독성 있는 의성어를 각인시키는 것처럼, 책을 읽다보면 계속 “기묘해. 정말 기묘해.”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환상문학답게 처음에는 몰입이 쉽지 않았다.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고, 나오는 사람들과 대화가 쉽게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모렐의 발명을 추측하고, 맞추고, 위기가 나오고, 주인공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어리석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발을 동동 굴리게 되면, 아, 이야기는 끝이 난다. 끝을 보고 싶지 않지만 이야기는 끝을 내게 되어 있다. 미하일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가 아닌 이상, 끝을 봐야 하는 게 소설의 정해진 이야기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책은 그 끝맺음을 거부한다. 종교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영생”의 추구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같이 있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 펼쳐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무심코 보았던 책 표지의 여인을 다시 본다. 천지창조에 나오는 이브 같기도 한 이 표지의 여인은 누구인가?
책 표지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책 속에 나타난 여인이 진짜 나“의 여인 포스틴이라면 표지의 여인은 정말 미끼다. 남미 특유의 생동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포스틴의 진짜 모습을 보라. 두 개의 태양이 작렬하는 바위 위에서 스카프를 두르고, 책을 펼친 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는 이 여인. 바로 ”내“가 사랑하는 포스틴이다.
놀라지 마시라. ”내“가 있는 이 곳은 그림에서처럼 무인도다. 사형을 언도받고 살기 위해 아무도 살지 않는다는 곳으로 도망쳐 온 섬이다. 그런데 섬 안에 박물관과 수영장 그리고 예배당이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 곳에는 전염병이 돌아 모든 사람이 죽었다고 전해져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 해서 도망쳐 왔는데 오,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만날 수 있다니. 자살을 생각했지만 그녀 때문에 삶의 모든 의미를 되찾았다.
모렐의 위대한 발명품은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제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에도 언급되지 않는 획기적인 미래 기술이다. 슈밥이 이 책을 읽었다면 아마 당장에 사물인터넷인 IoT를 능가하는 이 미래 기술을 소개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여기서 그 발명품을 밝힐 순 없다. 여기저기서 돌이 날아올테니 말이다. 그건 모렐을 위해서도 필요하고, 포스틴을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아. 사랑은 영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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