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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정판매
발행일 | 2008년 01월 22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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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20쪽 | 508g | 153*194*30mm |
ISBN13 | 9788961960045 |
ISBN10 | 8961960040 |
얼리리더를 위한 6월의 책 : 리유저블컵 3종 세트 증정
2024년 06월 01일 ~ 2024년 06월 30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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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전적으로 디자인을 전공하신 아버지 덕분이다. 남동생과 나는 또래의 남학생과는 달리 이국적인 고갱의 여성들과, 절묘하게 가린 보티첼리의 비너스로 사춘기의 문을 열어 젖히는 행운을 누렸다. 그림에 그다지 소질이 없었던 내가, 춘화 비슷한 습작을 그려 붕어빵을 얻어 먹을 수 있었던 것도 이 화려한 서양화 도판들을 이용한 조기 자습에 일정 부분 기인한다.
하지만 아버지로부터 미술에 해당하는 호르몬을 명백하게 물려받은 내동생은 그에 머물지 않았다. 그는 진지하게 그림을 감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린 시절 그림으로 곧잘 상을 받아 오기 시작 하더니, 아버지가 쓰시던 전문가용 붓을 여러 개 부러 뜨리며 그림을 그려 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열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큐 점프>와 <소년 챔프>의 탐독으로 결정적인 시기를 맞게 되었다.
내동생은 본래 가지고 있던 그림에 대한 영감과 시각적 고양의 증거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링 연습장 한 권에 분기탱천한 호인들의 이전투구가 난무하는, 제법 완성도 있는 스토리의 무협만화를 그려 주변에서 인기를 얻었다. 이후에도 몇 권의 연습장을 더 채웠으니 꽤 집중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학교의 진지한 수업 내용이나 주일학교 설교 말씀도 몇 컷의 그림으로 필기를 대신했으니 어느 경지에 오른 것만은 부인할 수 없었다. 지금 교단에서도 칠판에 찍찍 그림 그리며 설명함으로써 지루한 역사 수업을 화기애애한 만담의 시간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니 그래도 나름 선용하고 있는 셈이다.
나도 그렇고 내동생도 그렇고 어쨌든 시작은 서양의 '위대한' 미술 작품에서 비롯했다. 소위 명화들이 끼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지대한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이 책의 제목만 보고도 반색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처음엔 그림과 만화만 천천히 감상했다. 저자가 어떤 말을 할지 얼른 눈치챌 수 있었던 작품들보다는 '이 그림과 이 만화에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조합이 더 많았다. 그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내가 잘 모르는 화가의 작품들부터 찾아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1장과 3장의 내용은 이 책의 특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만화에 대한 저자의 전문가적 식견과 예술 작품에 대한 심미안이 독특한 직관을 발휘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야말로 만화를 '읽어'줌으로써 내게 '어, 이런 만화가 다 있었나?'하고 놀라게 만들었다.
2장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만화도 마찬가지이다. 저자의 독특한 관점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만화의 예술성에 대해 새삼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몇몇 작가와 연결된 만화 작품에서는 조금 작위적인 연관이 아닐까 하는 감상도 가졌다. 바스키아의 작품 같은 경우 파편화된 문자 하나하나에도 예술성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지만, <위기의 남자>의 그것은 다소 조악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해할 수 없는 문자들의 나열은 차치하고라도 의미를 전달하고자 삽입한 문장에서도 아쉬움을 발견할 수 있기에 서툰 표현력으로 갈음한 채 닮은꼴이라고 보기엔 어렵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루벤스의 <이카로스의 추락>과 관련한 두 개의 컷도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루벤스와 두 만화가의 모티프가 동일할 뿐이지 그림 그 자체의 연관성은 크게 부각되지 않으니 말이다.
괜한 투정을 부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만화를 보는 또 다른 눈높이를 가지게 된 점, 하여 부록으로 추천해 준 만화들을 기꺼이 찾아 '읽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즐거운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고백해야 겠다. 기존의 미술 관련 서적과는 분명히 차별화된 관점을 제시하고 있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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