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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08년 02월 1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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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85쪽 | 503g | 148*210*30mm |
ISBN13 | 9788991508415 |
ISBN10 | 8991508413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0월 10일
2024년 08월 21일 ~ 2024년 09월 30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0월 01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9월의 굿즈 : 타공 정리함/클립 북 라이트/디즈니 캐릭터 태블릿 파우치/손잡이 텀블러/메쉬 펜 파우치
2024년 08월 30일 ~ 2024년 09월 30일
2024년 09월 01일 ~ 2024년 09월 30일
상시
15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동양의 근현대 소설에서 인력거꾼은 하층민의 삶을 대변하는 소재로 자주 쓰여왔다. 현진건의<운수좋은날>에서 김첨지가 그랬고, 주요섭의<인력거꾼>에 등장하는 아찡이 그랬다. 인력거란 가진 것이라곤 두 다리 밖에 남지 않은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자, 마지막 남은 희망이었다. 그 누구보다 정직하게 일하고, 누구보다 한 눈 팔지 않고 살아가려했던 그들은 언제나 그렇듯 그 누구처럼도 살아가지 못하고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낙타샹즈> 역시 그러한 어느 인력거꾼의 이야기이다.
때로는 현실의 벽은 꿈보다 높다.
‘낙타샹즈’는 주인공 샹즈의 별명이다. 샹즈는 건장한 신체를 가진, 그러나 배운 것 하나, 가진 것 하나 없는 농촌출신의 가난한 청년이다. 그는 부모님을 여의고 도시로 올라와 인력거꾼이 되기로 결정한다. 튼튼한 몸과 농촌총각 특유의 성실성을 가지고 있던 샹즈는 쉬지 않고 일했으며, 머지않아 자신만의 인력거를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군대에 끌려가면서 모든 것은 수포로 돌아갔고, 낙타 세 마리만 손에 끈 채 고향으로 돌아온다. 바로 그 때부터 그가 ‘낙타샹즈’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샹즈에게는 일생일대의 간절한 꿈이 있다. 바로 자신만의 인력거를 가지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만큼 녹록하지 않다. 샹즈의 꿈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매번 손아귀안의 모래알처럼 빠져나간다. 지쳐버린 샹즈는 더 이상 모래를 잡으려하지 않는다. 잡아 놓아도 흩어질 것이 뻔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비관적이다. 작가 자신이 ‘지옥에 굴러 떨어져도 착한 귀신이 될 듯한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샹즈가 지옥도 아닌 곳에서 결국 사람의 목숨까지 팔아먹는 비양심적인 인간이 되는 것을 독자들은 목격하게 된다. 샹즈가 그랬듯 때로는 꿈에 비해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실제로 우리자신 스스로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고,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샹즈는 산재한다. <낙타샹즈>를 읽고 나면 가슴 한 쪽이 답답해지는 이유이다.
사회의 비극이자 개인의 재앙
그렇기 때문에 작품 속에서라도 샹즈가 조금만 더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 피우기로 했던 담배를 기어코 꺼내 물 때는 가서 피우지 말라고 애걸복걸하며 말리고 싶고, 샤오푸즈가 죽고 차오선생에게 돌아가지 않을 때는 억지로라도 데려다 놓고 싶다. 작품 속의 현실은 여전히 그를 괴롭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샹즈가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일어서길 고대한다. 하지만 얄밉게도 그 때마다 작가는 그의 삶에 도돌이표 한 방을 먹인다. 샹즈의 꿈은 언제나 제자리일 뿐이고, 독자는 샹즈와 함께 희망고문을 당할 뿐이다. 작가는 처음부터 샹즈를 타락시킬 생각이었을 것이다. 아무리 노력하고 노력해도 결국에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으리라. 아마도 그래서 샹즈의 성격은 더 성실하고, 더 강직하게 부여 되었을 것이며 그래서 그의 타락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샹즈는 지금 우리 곁에도 존재한다. 세상은 가난해도 꿈을 가지라고 말하지만, 애초에 그들에게 꿈은 사치라는 것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낙타샹즈>는 그런 소설이다. 세상이 우리에게 말해주지 않는 이야기를 이 소설은 우리에게 너무도 담담하게 말해준다.
“비는 부자에게도, 가난한 사람에게도 내린다. 의로운 이에게도 의롭지 못한 이에게도 내린다.
그러나 사실 비는 공평하지 않았다. 본래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 내리기 때문에.”
때때로 가위에 눌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가위에 눌리게 되면 몸을 옴짝달싹 할 수 없다. 가위에 눌렸을 때 사람은 자신의 힘이 얼마나 미약한지 느끼게 된다. <낙타샹즈>는 읽는 내내 가위에 눌리는 듯 한 책이었다. 샹즈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온갖 발버둥을 치지만, 그의 악몽은 깨도, 깨도 여전히 악몽의 연속일 뿐이었다. 이것은 사회의 비극이다. 가난한 이도 꿈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꿈은, 그리고 그들의 노력은 보슬비에도 툭하고 쓰러지는 위태로운 도미노이다. 그들에게 한번 쓰러진 꿈은 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다. 사회의 비극은 개인에게는 우주의 재앙이다.
지루하지 않은 소설, 그러나 우울할 때는 읽지 말기를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소설이다. 무겁고 암울한 주제 사이사이에 감초처럼 들어가 있는 유머는 슬픔이 절망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았고, 수 페이지에 걸친 섬세한 배경묘사는 작품에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력거꾼들의 발걸음은 그것 자체로 역동적이어서, 마치 독자가 인력거 뒤에 타고 있는 듯한, 때로는 같이 뛰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게 해준다. 그들의 발걸음이 가벼운 날에는 독자의 책장 넘기는 속도도 빨라지고, 그들의 발걸음이 무거운 날에는 책장도 더디게 넘어간다. 이처럼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전개와 다채로운 묘사표현은 이 소설이 왜 중국의 3대 장편소설 중 한편으로 꼽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우울할 때 이 소설을 꺼내드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관적이고, 그것은 끊임없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세상은 너무 불공평해보이고, 그에 비해 우리의 존재는 너무 미약해 보인다. 그리고나서,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이와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오늘만 사는 사람들..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작가는 아마 그런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시적 계급은 사라졌지만, 실질적 계급은 여전히 살아남아 하층민의 삶을 짓누른다. 보이지 않는 벽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샹즈는 어느 순간 타락해버리고, 거듭된 실패는 결국 자기 자신을 놔 버리게 만든다. 희망이 없는 미래에 사는 사람에게 세상은 오로지 ‘오늘’만이 존재할 뿐이다. 생활보조금을 술 사는 데 다 써버리는 사람들, 사지가 멀쩡한데도, 일 하려 들지 않고 구걸하는 사람들,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 예전에는 이런 사람들이 다 자신이 게으른 탓이라고,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너무도 쉽게 손가락질을 해댔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이것이 오롯이 그들의 탓일까?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빛을 볼 수없게 하는 사회 구조의 탓일까.. 샹즈를 보고 쉽게 욕할 수 없었던 것은 이렇듯 오늘만을 사는 그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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