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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 2016년 06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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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60쪽 | 418g | 145*210*20mm |
ISBN13 | 9788954641241 |
ISBN10 | 8954641245 |
2024년 11월 01일 ~ 2024년 11월 30일
상시
1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5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다. 다시 말해, 엄마가 된 지 5개월 된 초보엄마다.
이르지 않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기가 생기다보니 주위에 먼저 결혼하고 아이를 길러본 친구들이 좀 있어 아기가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그들에게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를 징징대는 소리부터 끙끙앓는 소리까지 많이 들었던 터라 각오하고 육아의 세계에 입성하였다.
아이를 기르는 일. 쉽지 않겠지만 누구나 다 하기에 그냥 덤덤하게 해 나가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마인드트레이닝을 해서인지 나름 잘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차려진 밥상도 아닌 반찬 두세가지 꺼내놓은 밥상 위에 혼자서 숟가락을 들 때 이따금씩 찾아오는 서러움, 아기가 자면 행여나 깰까 긴장하고 아기가 놀면 행여나 혼자 놀게했다 울리게될까 긴장해야 하는 그 서러움 빼고는.
이제 막 첫아이를 키우기 시작한 엄마들에게 늘 말한다.
꾸미라고, 가꾸라고, 하고 싶은 걸 하라고.
그래야 내가 행복해지고,
행복한 내 얼굴을 보며 우리 가족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p51)
얼마전에 회사 동기들이 놀러왔다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아기를 데리고 산책을 할 겸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동기들이 그럼 자기들이 아기를 봐 줄 테니 그동안 나더러 나갈 준비를 하라고 했다. 내가 챙기 큰 모자 하나 덮어쓰고 준비 다 했다며 나가자고 했을 때 "벌써 다했어? 뭐 그렇게 빨라? 모자 하나만 쓰면 끝이야?"라고 반응했다. 생각해보니 집앞 마트를 갈 때도 비비크림을 바르던 내가 엄마가 되고서 비비크림은 커녕 세수도 안하고 나갈 때가 많이 있었다. 나를 가꿀 '시간'도 없었거니와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아이를 통한 행복'만 얻고 있었지, '나 자신을 통한 행복'은 놓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냥 두세요. 그냥 두고 보세요."
"그 개월 수에 그거 못한다고 해서 큰일나지 않아요."
"더 빛나게 해주지 못한다고 해서 잘못되는 일 없어요." (p81)
첫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걱정이 많다. 개월수가 바뀔 때마다 책이나 인터넷에서 검색해가며 월령별 발달사항을 체크하고 조금만 부족해도 늦된 건 아닌지 걱정한다.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기 일쑤다. 조바심 내지 말고 한발짝 물러서서 여유를 가지고 볼 일이다.
사랑하면, 때리지 않는다.
사랑하면, 그보다 몇 배 더한 고통을 참으로
그보다 더한 인내로 마음을 쏟고 공을 들인다. (p87)
이 구절이 참 마음에 들었다.
어릴 때, 나의 부모님은 내게 매를 드셨다. 그 시절 어른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맞아야 인간되는 사람들이 있고, 그렇게 엄하게 키웠기에 사람 구실 하는 것도 사실이라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늘 고민을 했었다. 매를 들면 더 빠르고 강하게 바로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운 좋게 아이에게 상처를 남기지 않고 훈육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일 수도 있다. 훈육의 효과는 하나도 없이 마음 여린 아이는 상처만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아이의 성향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가?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부모가 되어서 분명한 기준 없이 경우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이 아닌 것 같다. 특히 매를 드는 부분에서만큼은 더더욱.
여기 적힌 이 말이 정답처럼 보였다. 매를 드는 것보다 더딜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참아내면서 공을 들여 바로 잡아주는 것. 그게 진짜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의 매'라는 역설적인 표현이 필요없는 사랑 그 자체 말이다.
아이가 넘어졌을 때 엄마로서 가장 두려운 상황은
아이가 넘어진 것보다, 아이가 아파하는 것보다,
아이가 일어설 생각을 안 할 때이다. (p145)
사실 내가 아닌 '내 아이'가 다치는 것은 두렵다. 요즘 세상에 흉흉한 소식들이 많이 들리고 이런 험난한 세상에서 저렇게 맑고 천진난만하는 아이가 상처받거나 다치지 않을까 늘 두렵다. 하지만 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전혀 상처받지도 다치지도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나도 이런 저런 일들을 겪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 다만, 내 아이가 혹시나 넘어지더라도, 다치더라도 씩씩하게 일어나 주기를, 좌절하며 주저앉지는 말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에 혼자 하는 것이 매끄럽지 못하고 서툴러도 지켜볼 줄 아는 엄마, 일일이 다해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지 말고 아이의 몫을 분명하게 아는 엄마, 그렇게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가르치는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감탄과 감동과 감사일 것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행할 수 있는 최악의 고문은
한탄과 감독과 감시일 것이다. (p153)
아직 내 아이는 5개월밖에 안돼서 그런지 하는 모든 행동이 나에겐 감탄이고 감동이고 감사이다. 2mm 안되던 태아로 쿵쾅쿵쾅 씩씩한 심장소리를 들려주었을 때, 젤리곰의 모습으로 뱃속에서 꼬물꼬물 했을 때, 우렁찬 울음소리를 뱉어내며 세상에 나왔을 때,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눈을 맞추며 싱긋 웃었을 때, 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고 신나게 옹알이를 할 때. 이런 사소한 하나하나가 내 삶의 기쁨이고 감사의 제목이었다.
글쓴이도 그랬단다. 아이가 '사회'에 놓이게 되자 감독하고 감시하는 엄마로 바뀌었단다. 나 또한 그럴지도 모른다. 서서 걷는 게 익숙해지고, 말하는 게 당연해지면 더 큰 것을 기대하고 바라게 되겠지... 나의 기대에 못 미치면 실망하고 한탄할지 모른다. 내 기준에서 멀어질까봐 감독하고 감시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앞서 말했던 저 사소한 것들이 주었던 기쁨들을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이미 효도를 다한 거라는데, 엄마의 욕심이 있는 그대로의 아이를 망치지 않도록 늘 감사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모두가 슈퍼맘일 수 없고
완벽한 엄마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위안 삼으며,
오늘 내가 살아온 하루가 최선이었음을 알고
내일을 위해 조금 더 힘을 내는 그런 평범한 엄마의 이야기. (p7. 들어가며)
그래, 오늘 난 완벽하지는 않았어도 최선을 다 했다... 서툴어서 외로웠지만 그걸 알아주는 위로가 되는 친구같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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