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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발행일 | 2008년 06월 20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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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99쪽 | 314g | 128*188*20mm |
ISBN13 | 9788957981412 |
ISBN10 | 8957981411 |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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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티 마을’ 시리즈를 지은 이금이 작가의 책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실제 읽은 것은 별로 없다. 아이가 읽었으면 해서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사주기는 했지만, 정작 내가 읽은 것은 <밤티 마을 큰돌이네 집>과 <송아지 내기>뿐이었다. 이금이 작가의 책 <벼랑>을 읽기 전부터 기대와 설렘을 가졌던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벼랑’이라는 단어와 표지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참으로 막막했다. 무엇인가 숨 막히게 조여 온다는 느낌과 주인을 잃은 슬리퍼가 전하는 가슴 저림 때문에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가볍게 몸을 떨어야 했다. 속표지를 보면서 이런 기분은 더 심해졌는데, 어떤 의도인지는 몰라도 복도에 놓인 슬리퍼가 사라져 버린 것이 눈에 띄었다. 겉표지의 보라색과 푸른색 중심의 복도 풍경이 마음을 불안하게 했는데, 속표지에서는 흑백으로 바뀌며 슬리퍼가 사라졌고, 다음 장에는 슬리퍼만 뎅그러니 놓여 있으며, 또 한 장을 넘기면 이번에는 복도에 서 있던 사람마저 사라져 버린다. 이 막막한 느낌의 정체는 무엇일까? 텅 빈 복도의 아픔이 말없이 가슴의 한 편을 마구 후벼 파는 듯하다.
이 책은 ‘바다 위의 집’과 ‘초록빛 말’, ‘벼랑’, ‘생 레미에서, 희수’ 그리고 ‘늑대거북의 사랑’이라는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이 다섯 편은 혜림의 죽음을 중심으로 17세의 나은조, 문이진, 정난주, 강민재 그리고 18세의 정선우와 희수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입시 준비 외의 모든 것은 그 다음으로 유보되어 있는 현실에서 소설의 주인공들은 학교를 떠나거나 충동적으로 사람을 옥상에서 떠밀어 버린다. 작가가 그리고자 한 것은 아픈 우리의 현실이지만 그러나 작가는 비관만을 말하고 있지는 않다. 실제 작가의 딸이 모델이 된 은조는, 학교라는 체제를 떠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누리고자 떠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진과 선우, 민재 역시 각자의 고민과 방황을 거치면서 결국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학교에서 이상한 애로 불리는 은조는 단지 대학을 위해서 모든 것을 유예하는 삶이 아니라 지금의 삶을 한 순간 한 순간 자기 것으로 만들며 살고 싶어 학교를 그만 둔다. 이진은 혜림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을까 두려워 보내준 필리핀 어학연수에서 우연찮게 따알 호수까지 오게 되고, 그곳에서 길을 벗어나 자유롭게 달리는 꿈을 꾼다. 또 노는 애로 통하는 난주는 원조 교제를 하다가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자신이 세들어 살던 집 딸 경화를 옥상에서 밀어버린다. 엄마가 계획대로 미술을 하는 마마보이 선우는, 자신과 다르게 열여덟 살을 자기 마음대로 살고 있다고 느낀 희수에게서 고통을 피하거나 굴복하지 않고 그것을 포용하고 예술로 승화했던 고흐의 이야기를 듣는다. 민재는 유방암 수술로 한 쪽 가슴을 잘라낸 엄마를 위해 늑대거북을 키우는 일도 포기했었지만, 상대를 위해 참는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과연 진정한 사랑일까 생각하며 다시 늑대거북을 받아온다.
우리에게 10대,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시절에 해당하는 열일고여덟 살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연 그 시절이 있기나 했던 것일까? 돌아보면 길지 않은 내 삶에서 가장 책을 읽지 못했던(또는 않았던) 시기가 바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우리들의 10대는 유예되어 있거나 유폐되어 있지는 않은지…. 그러는 나 또한 아이들을 대학이라는 무한경쟁 속으로 몰아가고 있지나 않은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다행히 소설 속에서는 난주를 제외하고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발견한 듯하여 마음이 놓이지만, 현실의 삶은 그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높을 것이기에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바다 위의 집’의 주인공 은조가 혜림의 엄마를 향해, 아니 이 세상의 어른들을 향해 던지는 절규는 화살이 되어 내 가슴에 와 박힌다.
좀 기다려 주면 안 돼? 우리들이 바다 위의 집을 떠돌다 자신의 항구를 찾아 닻을 내릴 때까지 좀 봐 주고 기다려 주면 안 되냐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이제 그 따위 말 다 소용없어! 그런 말은 죽기 전에, 살아 있을 때 필요한 말들이었다고!
ㅆㅂ... 너무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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