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눈박이 고양이

-모르고 한 잘못들-

김현희

아파트에서 살면 많은 걸 포기할 수밖에 없다. 개를 키우고 싶어도 짖을까봐 걱정이 됐고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지만 오빠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다. 결국 부모님과 오빠와 내가 합의를 보고 고슴도치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키운 지 한 달까지 고슴도치가 귀여웠다. 한 달이 지나자 익숙해지고 슬슬 귀찮아졌다. 외눈박이 고양이의 네드는 사랑하는 부모님이 있으나, 아픈 엄마의 뒤에서 참아야만 하는 어린이다. 네드는 못되지 않고 참을성이 많지만, 어쩌면 그 참을성이 네드를 괴롭히게 되는 방아쇠가 됐을지도 모른다.

네드 월리스는 12살이다. 미국에서 12살이면 우리나라 나이로는 11살이다. 11살이면서 성격도 차분하고 마음이 넓다. 나는 네드가 나이답지 않게 마음이 넓은 게 슬펐다. 나이답지 않게 착하다는 건 그만큼 참을 게 많다는 뜻 같다. 네드의 가족은 뉴욕 외각 지역에 살고, 엄마는 류마티스에 걸렸다. 관절염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류마티스 관절염이 얼마나 무서운지 책을 보고 깨달았다. 네드의 엄마는 아파서 생활을 하기가 힘들고, 아빠는 엄마를 간호하느라 바쁘다. 네드는 밖에서 많이 놀아야 된다. 집에 있으면 네드는 신경을 써줘야 하는 애가 될 것이다. 나는 네드와 내가 닮았다고 생각한다. 집에 있는 고슴도치에게 잘해준다고 했지만, 결국 내가 해준 일들은 고슴도치를 외롭고 아프게 만들었다.

네드가 가장 슬퍼하는 것은 엄마가 아픈 것이다. 엄마의 병은 옛날부터 진행 되어 왔지만 네드를 낳고나서 더 악화 되었다. 그래서 네드는 엄마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매일 엄마를 도와야한다. 네드가 좋아하는 기억은 어렸을 적에 엄마와 산책했던 순간이다. 집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분위기가 무겁다. 그런데 네드는 태어나서부터 엄마가 아픈 걸 봐야했으니 기쁜 일이 많이 없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네드가 잊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삼촌에게 받은 총 한 자루,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는 말처럼 네드는 잊지 못할 죄책감을 얻고 말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고슴도치가 지겨워졌지만 외로워하는 고슴도치가 불쌍하기도 했다. 미운 건 아니었지만 귀찮았는데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수컷 고슴도치를 짝지어주면 내가 없어도 괜찮지 않을까? 학원숙제를 하고 나면 피곤하니까 이렇게 하면 모두에게 좋을 줄 알았다. 그래서 수컷을 데려와 짝짓기를 시켰고 우리 고슴도치는 새끼를 낳았다. 새끼 고슴도치는 모두 4마리였다.

네드네 아빠는 목사여서 네드는 아빠에게 영향을 많이 받는다. 침착하고 조용히 걷는 것조차 습관이 되었다. 아빠도 네드가 성적이 낮아도 잔소리하지 않고 노력만 하라고 한다. 네드의 아빠는 네드에게 잘해 주지만, 좀 더 시끄럽고 화도 내는 평범한 가족이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드는 그림자를 쏘고 나서 고양이를 쐈다고 생각하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네드의 장점이었던 침착한 성격은 우울하게 변해간다.

엄마와 나는 아기고슴도치가 태어났을 때 검은색 천도 덮어 주고 따뜻하게 해주었다. 아기고슴도치들과 빨리 같이 놀고 싶어서 나는 어미가 된 고슴도치가 말랐는지도 알지 못했다. 한 가지 걱정거리는 유난히 작은 새끼가 몸이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저녁에 젖을 빠는 새끼들 중에 하나가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네드가 총을 겨눈 건 장난이었다. 엄마는 아프고 아빠는 열다섯 살이 되어야 총을 만지라고 한다. 네드는 힘들었고 딱 한 번만 폭발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나도 고슴도치가 싫은 게 아니고 귀여웠다. 그렇지만 마음껏 놀아주고 사랑해 주기에는 시간이 없었을 뿐이다. 새끼가 있으면 외롭지 않을 줄 알았지만 결국 우리 고슴도치에게는 상처가 남았다. 한 마리만 있는 고슴도치도 잘 챙겨주지 못했는데 귀여운 새끼들이 생겼다고 부지런히 챙겨줄 일은 없다. 새끼들 중 두 마리는 입양을 보냈다. 우리 고슴도치는 새끼 한 마리를 눈앞에서 잃었고 두 마리는 영영 보지 못하게 되었다.

고양이를 쐈을 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속에서 네드는 이웃집 스칼렛 할아버지 집에서 일한다. 스칼렛 할아버지는 외눈박이 고양이의 밥을 챙겨 주신다. 마침내 네드는 할아버지에게 고양이를 총으로 쏘았다고 말하지만, 스칼렛 할아버지는 네드에게 실망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모두 해결된 걸까?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후 네드는 외눈박이 고양이와 눈을 마주친다. 용서를 받은 기분이 들었고 네드는 엄마에게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고백한다. 그 때 엄마가 네드에게 말한다. 그날 밤 총을 쏜 것을 봤다는 것이다. 총을 쏜 다음 날 네드의 엄마가 횡설수설하며 삼촌을 탓하던 게 모두 설명이 된다.

나는 더 이상 고슴도치를 늘리기 보다는 지금 데리고 있는 두 마리에게 더 반갑게 인사를 하고 깨끗하게 목욕시켜주려고 한다. 미안한 마음으로 학원 숙제를 풀고 나서도 같이 놀아줄 뿐이다. 실수는 잊어버리는 것이지, 없어지지는 않는다. 이 실수를 계단처럼 삼아서 나도 더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