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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발행일 | 2008년 08월 2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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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59쪽 | 438g | 153*224*30mm |
ISBN13 | 9788980403325 |
ISBN10 | 8980403321 |
2024년 09월 09일 ~ 2024년 12월 31일
2024년 10월 04일 ~ 2024년 10월 31일
뉴욕타임즈 21세기 최고의 책 100대 도서 『파친코』, 『채식주의자』 선정
2024년 07월 15일 ~ 2024년 11월 08일
문학 PD가 보내는 백 번째 편지 : 100호 기념 기획전
2024년 09월 20일 ~ 2024년 11월 30일
소진시
10월의 굿즈 : POINT OF VIEW 북커버/스탬프/유리 티포트/페이퍼 아크릴 문진/북 백/저널 노트
2024년 09월 30일 ~ 2024년 10월 31일
2024년 10월 01일 ~ 2024년 10월 31일
상시
4명의 예스24 회원이 평가한 평균별점
우리 교육의 현실을 생각해 보려 하면 그것과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문제들이 있다. 가난함과 부유함, 도시와 농촌의 문제, 가정폭력 혹은 그 근원, 이혼, 남녀 성 차별, 권위와 폭력을 앞세운 학교 혹은 기가 눌린 학교 등등. 더 넓게는 지구상의 전쟁과 폭력, 비인간화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의 파괴, 즉 환경문제 등이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 아래 눌리고 찌들리는 우리 아이들이 있다.
김중미 작가의 소설을 <괭이부리말 아이들> 이래 두 번째 읽었다. 아이들의 강인한 생명력과 긍정적 시선을 통해, 이 작가는 희망이라는 싹을 작품 속에 숨겨두지만, 두 작품 모두에서, 앞서 말한 문제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기 때문에 독자는 희망보다는 착찹함에 휩싸여 버리고 만다. 이슈화되어 언론에서 마구 떠들어대는 기간이 지나면 여전히 거기 있는데도 외면해 버리는 온갖 문제들이 이 책에서는 '여전함'이라는 팻말을 들고 웅숭거리며 서 있다.
꽃섬고개 언저리에는 우리 집처럼 낡은 개량 한옥과 삼사 층짜리 다세대주택이 어지럽게 뒤엉켜 있고 산등성이를 따라 올라가며 시멘트 블록 집과 판잣집이 올막졸막 모여 있다. 그래서 우리 학교 아이들은 우리 동네를 빈민촌이라고 한다. 내가 유치원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주변이 다 우리 동네와 비슷비슷했는데 어느 날부터 학교 뒤로 병풍처럼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꽃섬고개를 반달 모양으로 둘러싼 아파트는 우리 동네로 지나던 바람 길을 막고, 햇볕을 가로막아 버렸다. 나는 아파트를 볼 때마다 울화가 치민다. 아무리 아파트가 비싸다 해도 바람과 햇볕마저 독차지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11쪽-
빈민촌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지는 꽃섬고개. 비슷했던 풍경을 그나마 선을 긋듯이 갈라버리고 햇볕과 바람을 독차지하는 아파트. 거기 사는 사람들. 가난한 자들이 끝없이 변두리로 변두리로 내몰리는 모습은 산업혁명 이래 두드러지는, 지금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도무지 어찌 해 볼 수 없는 슬픈 모습이다. 대안이 뭘까, 대안이 뭘까.
꽃섬고개에는 민주화투쟁을 하다 자신과의 모순을 견디지 못해 가족을 저버린 아버지의 딸, 선경이가 살고, 베트남 전쟁에서 마음에 병을 얻어 폭력적이 되어 버린, 결국 행려병자로 생을 마감하는 아버지의 아들, 한길이가 있고, 장애를 지닌 부모의 딸 영미가 있다. 그들은 누구보다 힘든 삶을 살아가지만 오히려 누구보다 바르다. 성당에서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공부방이 학원을 대체하는 그들의 의사소통의 터전이다.
그곳에서 서로를 보듬으며 자라난 아이들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 줄 줄 알며, 결국 더불어 사는 삶, 양심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용감하게 소신을 지켜가는 삶을 선택한다. 선경이는 영미가 낳은 한선이를 자기 자식처럼 여기며 함께 키우고, 한길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의 험난한 길로 들어선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양심적 병역거부는 작가가 이 책을 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2001년 12월. 오태양이라는 한 청년이 오계수계를 받은 불교도로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공개 선언했다.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그 기사를 본 나는 한동안 멍해 있었다. 그러다 조금씩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밤, 평화의 길을 선택한 그 청년을 위해 평화의 기도를 바쳤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결단코 손에 무기를 들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면야 모르겠지만, 저들은 손에 총을 들고 있는데 우리만 맨손이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으면 나도 할말이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진정성만은 인정해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양심적이지 않은 병역거부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만큼, 양심적인 병역거부에 대한 유연한 생각들이 있어야 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적어도 이 책의 한길이 같은 아이가 선택한 길이라면 말이다.
갑자기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의 한 대목이 떠오른다. 바보 이반이 왕이 되어 사는 나라로, 큰 악마의 사주를 받은 이웃 나라가 쳐들어오는데, 바보 나라의 국민들은 그저 울며, 원하는 건 다 줄 텐데 왜 사람을 죽이느냐고 할 뿐 무력 대응을 하지 않는다. 죽이고, 약탈하는 데 지친 이웃 나라 군인들은 대응하지 않는 사람을 상대로 하는 전쟁에 기가 질려 모두 총을 버리고 달아나고 만다. 너무 심한 이야기일까?
한낱 독자일 뿐인 내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갖가지 문제들. 그러나 문제의 존재 자체를 망각하고 살아가는 많은 우리들에게 이 책은 환기가 되어 주고, 양심을 건드리며, 또한 건강한 꽃섬고개 아이들을 향해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잠깐의 시간을 제공한다. 그런 아이들이 있는 꽃섬고개에는 세상 구원의 희망이 깃들어 있다. 어쨌든 참 예쁜 아이들. 아주 조금씩 내비치는 로맨스의 주인공들, 선경이와 한길이의 아름다운 결실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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